다움출처 - 바위에 새겨진 불심 ,서암
서용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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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위에 새겨진 불심, 서암 지리산 눈 녹은 물이 만수천을 따라 흘러 내려간다. 추성리 입구 금탄교에서 고개를 들자 봄볕이 완연한 가운데 지리산 북사면은 희끗희끗 눈발이 서려있다. 남한 땅 최후의 비경지로 알려진 칠선계곡은 몇해 전 자연휴식년제에 묶여 계곡 초입이라 할 수 있는 두지터에서 입산이 금지되고 있다. 그런 까닭에 등산객들의 발길은 끊어졌지만 오히려 지리산 칠선골지구를 찾는 인구는 늘었다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원응스님의 불력으로 이룬 법당과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 낸 것이라고 믿어져지지 않는 화엄경 금자사경 때문이다.
암자 입구에 들어서면 다른 사찰과는 사뭇 다른 전경에 소문을 듣고 찾아온 신도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며 합장하기 일수이다. 일주문 대신 높이 7미터 정도의 암벽에는 10여 척이 넘는 사천왕상이 일렬로 조각되어 있다. 예를 갖추고 눈을 들어 벽면을 훓어보면 그 끝에 ‘대방광문(大方廣門)’이 새겨진 아치형 석문이 신도들을 맞이한다. 현재 요사채로 쓰이는 대웅전 뜨락에 들어서면 지리산 자락인 해발 923미터의 창암산이 눈높이를 같이 한다. 필자의 고도계 시계는 대략 600미터를 가르킨다. 지리산 빨치산 루트였다는 벽송사와 초암릉, 백무동을 넘나드는 두지터 뒷편 산 안부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리산 자락이 펼치는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도 잠시 눈길은 굴법당으로 이어진다. 서암의 중앙에 위치한 석굴은 들어서는 순간 불심이 절로 든다. 석굴 전체가 조각으로 장엄된 아미타세계. 아미타부처님을 중심으로 관세음·지장보살, 8대 보살, 10대 제자, 나한, 사천왕 등과 용, 연꽃 가릉빈가 등이 석굴 벽과 천장 전체를 빈틈없이 메우고 있다. 산기슭을 올라가면 야외법당으로 각각 비로자나불을 비롯 문수·보현보살상과 선재동자상을 봉안한 노천마애불과 또 다른 쪽으로 나반존자를 조각해 놓았다.
국보급 문화재가 어떻게 탄생되는가를 이 서암의 원응스님의 현대에 와서 입증해주시는 듯하다. 1960년 대 초 이곳 서암에 드신 원응스님은 6.25 사변을 거치면서 이념의 분쟁 속에 무참히 희생된 사람들의 원혼을 달래주려고 했다. 동굴에 들어가 참선 수행을 쌓던 중 동굴 암벽에 불보상들이 비춰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손수 마애불을 조각시키고 서암 주변의 암벽과 암석을 이용해 불상을 조각하기 시작한 때는 85년. 이와 때를 같이 해서 화엄경 금자사경 60만자 80여권을 불력으로 이루어 내셨다고 한다.불심 깊은 신자이거나, 단순히 석굴을 감상하기 위한 탐방객이라 하여도 절에 계신 처사님에게 절에 관한 내력과 화엄경 금자사경에 대한 설명을 청해 듣는 것도 감상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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