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에 대한 단상
원명지/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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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누구나 삶의 여정 속에서 전환점이 여럿 있다. 나에게도 여러 터닝포인트가 존재한다. 그 중 불교를 만난 것은 그 어느 전환점보다도 강렬했다.
대학 새내기 때, 서클 회장에 출마한다는 선배의 권유로 입회한 불교학생회가 나의 불교생활의 시작이다. 그리고 그때는 세상이 참 어지러워 휴학상태가 지속되었고, 놀다 놀다 꺼리가 소진되어 갈 무렵 큰스님을 뵈었다.
한여름 매미소리가 졸음기를 부추기고 있던 하계수련회 때 팔공산 한 암자의 대방에 울려 퍼지는 카랑한 목소리가 잠에 취한 나를 깨웠다. 그리고 평생을 깨어 있으려고 노력케 했다.
그 스승님은 떠나고 안 계시지만 그 스승께서 강조하시던 그 말씀은 아직도 가슴에 남는다.
'삼계열뇌(三界熱惱)가 유여화택(猶如火宅)이어늘 기인엄류(其忍淹留)하야 감수장고(甘受長苦)아욕면윤회(欲免輪廻)인댄 막약구불(莫若求佛)이요 약욕구불(若欲求佛)인댄 불즉시심(佛卽是心)이니 심하원멱(心何遠覓)고 불이신중(不離身中)이로다.
색신(色身)은 시가(是假)라 유생유멸(有生有滅)커니와 진심(眞心)은 여공(如空)하야 부단불변(不斷不變)이니라.
고(故)로 운백해(云百骸)는 궤산(潰散)하야 귀화귀풍(歸火歸風)호대 일물(一物)은 장영(長靈)하야 개천개지(蓋天蓋地)라 하니라.'
흡사 눅눅하고 더운 기운을 몰아 내 버리는 한 여름의 소나기처럼 내 몸을 뒤 흔들어 댔다. ‘내가 있는 이곳이 화택이었구나...벗어나려면 부처를 구해야 하고 그 부처는 내 마음에 있거늘 어찌 멀리서 찾으려는가...???’
아직도 보조의 진심을 체득치는 못하지만 주문처럼 욕면윤회와 일물장령을 도돌이처럼 외고 있다. 그 날 이후 백성욱도 만났고 다시 신광 스승과 조우하며 수행의 말석이라도 앉으려 애썼다.
세월은 흘러 짧은 면벽의 시간들도 무용담처럼 부풀려 차담 속에서 드러내기 바빴고 해보지도 않은 남방 수행을 다담상의 다식으로 올리며 구력(?)을 자랑했다.
그러다 언뜻 언뜻 드는 생각이 ‘지금 여긴 어디인가? 알음을 내 세우는 난 누구인가?’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장령한 일물의 소행인가?’는 생각이 들 때 마다 난 ‘약욕구불 불즉시심’을 외었고 ‘유혐간택 단막증애’를 추가했다.
상당히 긴 시간이 지나 어느덧 몸에 맞지 않은 옷을 걸치고 무언가 있는 것처럼 행세함에 미안한 생각도 옅어지고 닭벼슬같은 권세를 누림이 당연하다고 하는 생각이 들 즈음 40년 만에 만난 범어사 은행나무길은 나에게 다시 리셋을 요구했다.
‘그래 스무 살 어린 나이에 남아도는 시간을 처리하려다 만난 불자의 길이 매너리즘에 빠진 오늘에 다시 나타나 나를 채근하는구나.
그 수많은 시간 잊고 있었던 초심이 나를 다시 흔드는 구나.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초발심을 다져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세월이라는 더께에 먹고사는 문제를 더 얹어 진심에서 멀어져 있는 자신을 자위하며 그저 그런 일상을 보내고 있을 즈음이면 어김없이 부처님이 오시고...
달아나려는 나를 다시 붙드는 원심력의 힘은 바로 그 초발심이고 수심결 임을 다시 되새기며 의미 잃은 일물장령을 다시금 떠 올린다.
지역단 포교사 여러분! 내일이면 부처님오신날입니다.
포교사님들도 재적사찰에서 열심히 봉축잔치 준비를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힘든 준비 일을 잠시 제쳐 두시고 잠깐씩 휴식하시면서 저 마다의 초발심을 되새겨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옛 추억을 꺼내 보았습니다.
불자의 길은, 포교사의 길은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은 더욱 아니라고 봅니다.
부처님을 만났고 그 분의 말씀이 좋고 그 분이 되고자하는 분들이 너무 좋아 포교사라는 옷을 입고 있습니다. 세상일이 쉽지 않듯 포교사의 일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습니다.
때로 힘들고 때로 사람의 일로 힘들지만 그럴 때마다 우릴 불자로 불러내고 만드신 부처님을 생각하며 그 분의 사바세계 일성을 생각하면서 즐겁게 즐겨야 하겠습니다.
이 잔치 끝나고 각자 정진의 결과물들을 친근한 언어로 표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모든 중생들과 함께 샤카무니붓다 오심을 기뻐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울산지역단장 석전 강학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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