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사의 하루, 울산지역단 사찰문화해설 울산팀, 심일화/정호경
이상화
view : 2518
1, 울산지역단 사찰문화해설 울산팀 정호경 - 상 편 “석남사로 부처님 만나러 올 때마다 행복해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처님오신날…. 5월은 행사도 많고 참 감사한 달이다.
대구~울산 매주 왕복하면서
8년째 재적사찰 석남사 해설
부처님 만나는 일이라 ‘행복’
재적사찰이자 포교사로서 또 사찰문화해설사로서 울산 가지산 석남사에서 봉사한 지 8년이 넘었다. 매주 대구에서 1시간 넘게 고속도로를 달린다. 익숙해져버린 그 길과 도착지인 석남사는 마치 옆 동네 가는 길처럼 가깝고 정겨운 이웃집 찾아가는 것처럼 편안하다. 사는 집은 대구, 봉사하는 재적사찰은 울산 울주군 가지산에 자리 잡은 석남사다.
8년째 매주 찾는 도량이지만 지금도 자주 물어오는 질문이 있다. “대구에 있는 사찰을 두고 왜 이렇게 멀리 와서 봉사하세요?” “어떻게 매주 올 수 있어요?” 그럴 때마다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석남사는 제가 부처님과 처음 인연을 맺은 절이에요. 스님들도, 함께 봉사하는 포교사 선후배 도반들도 너무 좋아요. 이 세상 어디든 부처님이 계시지만, 저마다 ‘자기 부처님’도 있는 것 같아요. 석남사로 부처님을 만나러 올 때마다 항상 행복해요.”
부처님 법을 제대로 공부하도록 인연을 만들어 준 언니가 있다. 바로 같은 팀인 사찰문화해설 울산팀의 원명지 포교사다. 아니 원명지 언니한테 붙잡혀 반은 강제로 반은 자의로 울산 여여선원 불교대학에 입문하는 거와 동시에 사찰문화해설 울산팀에 합류되어 실전 트레이닝을 받았다. 이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포교사고시 공부를 따로 할 게 없었다. 자연스럽게 팔상도를 익히고 각 전각 협시보살 등, 그리고 무엇보다 대단한 선배들이 많다는 것에 저절로 자부심 들어 왔다.
나처럼 요렇게 원명지 언니한테 붙잡혀 포교사가 된 19기 삼총사가 있다. 이 삼총사와 석남사, 통도사를 오가며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던가. 꾸준한 공부와 연습외는 답이 없다며 죽어라고 팔상도 해설을 몇 십번 반복해서 듣고 또 나도 해 보고, 정말 가다 가다 보니 길이 보였고, 하다 하다 보니 알게 되고 깨닫게 되었다.
‘의미 있는 일이 이런 거구나. 이렇게 살아야 행복하게 살다 가는 거겠지?’ 차츰 부처님께 다가가면서 인과와 인연법에 확신도 들고 내 삶도 의미 있는 곳을 향해 한 걸음씩 가고 있었다.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포교사 고시를 치르고, 품수도 받고, 드디어 울산지역단 19기 포교사가 됐다.
현재 포교사단 울산지역단의 수석 부단장이신 평담님과 사찰문화해설 울산팀장인 원명지 포교사는 탐방객들 눈높이에 맞춘 스토리텔링식 해설을 자유자재로 한다. 어떤 대상을 만나든 술술 나오는 저 내용들.... 겨우 따라 가는데, 다른 대상을 만나면 내용이 또 달라진다. 평담 포교사는 맥을 잘 짚으신다. 바로 선종의 맥과 선종의 흐름, 불교의 우주관 등 백과사전 같으신 분이고, 원명지 포교사는 원명지 포교사한테 부처님 일대기 팔상도를 한 번 들으면 불교가 반은 이해 될 것이라 생각 한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탐방객들과 사찰내를 10번도 넘게 돌고 돈다. 까맣게 탄 얼굴은 화끈화끈 거리지만 마음은 보람차다. 두려움과 긴장감도 어느새 없어져 버렸는지 신나고 재밌음의 진수를 맛본다.
“석남사는 신라 헌덕왕 16년, 그러니까 약 1200여년 전에 조계종조 도의 국사님이 창건하신 도량입니다. 성철 스님과 도반이신 비구니 인홍 스님께서 중창 불사하신후부터 비구니 스님 도량입니다."
봄, 가을에는 성지순례팀이 많다. 단체팀이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500여명 이상 오시는데, 일요일뿐 아니라 평일에도 오시기에 우리는 늘 대기중이다. (다음주 하편에 계속)
정호경 울산지역단 사찰문화해설 울산팀 jhk11245@hanmail.net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2, 울산지역단 사찰문화해설 울산팀 정호경 - 하 편
“부처님오신날 연등 꼬리표는 극락조화 날갯짓”
청소·꽃 심기·풀매기·낙엽쓸기 등
눈에 보이는 대로 도반들과 사찰 운력
연등접수 등 절 살림에도 열심히
석남사 해설봉사를 오래 하다 보니 구석구석 눈에 들어 오는 것이 많다.
여를철 비가 한 번 오고 나면 쑥쑥자란 풀을 매고, 나무 가지치기와 꽃심기, 낙엽쓸기, 하여튼 절마당에서 일어나는 일은 눈에 보이는 대로 헤치운다. 그리고 평일에도 공양간 운력이나 해설요청 들어 오는 단체팀도 척척 해결한다. 이제는 주지스님뿐 아니라 스님들과의 돈독한 관계로 포교사들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스님과의 신뢰가 형성되기까지 팀 선배들의 노고가 제일 컸다. 추우나 더우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석남사를 비운 적이 없었다. 해설요청에도 운력에도 항상 적극적으로 봉사하며 절 살림에 보탬이 되기 위해 궁리를 많이 한다. 그중에서 부처님오신날 대비 연등접수를 도맡아 하는데, 19기 포교사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절 살림에 보탬이 되었다는 말씀에 정말 뿌듯했다.
작년에도 연등을 접수를 많이 받았다. 부처님 오신날 한 달 전부터 토요일과 일요일, 2주 전 부터는 매일 들어간다. 연등접수대에서 하루 7시간을 봉사하는데, 해설 듣고 고맙다며 연등접수하시고, 지난해에 연등접수했는데 바빠서 못가니 접수해달라고 문자로 부탁하시는 분들도 있다. 또 못 오시는 분들에게는 연등표 달고 나서 사진 찍어서 보내드렸고, 주변 지인들께 권선해서 접수받고, 무엇보다 마당등 법당등(당일등)을 달려는 분들을 적극적으로 권유해서 일년등으로 달도록 한다. 한 등 한 등 마다 우리는 정성을 다했고, 매년 최고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집중해서 부처님오신날까지 연등을 접수하고 나면 모두 체력이 고갈된다. 하지만 이것은 행복한 고행아닌가. 사람의 힘으로 이룰수 없는 것을 원력으로 세워, 이 원력을 이루기 위해 정진하다보면 원력만큼이나 복만 들어 오는 것이 아니라 장애도 따라 온다는 것을 우리팀은 잘 알고 있다. 이 원력이 산산조각 나지 않도록 도반들끼리 서로 격려하면서 마음을 다진다.
그리고 석남사는 신도위주의 사찰이 아니다. 비구니스님들의 참선 수행사찰이고 자체적으로 자급자족하니 요즘같이 출가승이 줄어드는 시점에는 일을 믿고 맡길수 있는 일반봉사자 보다는 포교사가 많이 필요함을 스님들이 더 잘 안다. 우리팀도 큰일을 치룰때 마다 인원부족으로 허덕인다.
봉사를 하면 할수록 포교사 후배를 키워야겠다는 절실함에, 몇 년 전에는 알고 지내던 대구지역 동생들을 석남사로 끌여 들여 함께 봉사하기를 3년. 자연스레 포교가 되어 3명이 20기 포교사로 봉사하고 있다. 이 20기들도 주변 지인들을 포교해서 석남사 신도법회때는 손에 손잡고 오는 인원이 30여명이나 된다. 또 이들은 연등접수와 사찰운력과 불사 보시금 동참에도 한 몫을 한다. 그리고 내 주변 지인들 학부모 모임, 친구 모임 등 여행갈때는 일부러 사찰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나를 동행해서 간다. 그럴때마다 온 마음을 다해 부처님 법을 전하고 있다.
“포교가 곧 수행, 수행이 곧 포교.” 라는 사명을 새기고 항상 감사하고 있다. 석남사에서 포교 할 수 있어서 좋고, 잘 보살펴 주시는 부처님이 계시기에 얼마나 감사한지.
이 글을 쓰는 지금, 얼마 남지 않은 부처님오신날 연등접수를 떠올려본다. 사리보탑전 천 등과 대웅전 등, 극락전 등, 마당 등 아래로 소원을 담은 꼬리표가 바람에 일제히 날리는 극락조화의 날갯짓을 상상하며 부처님오신날을 기다린다. 날마다 좋은 날, 부처님오신날이다.
[2018년 6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