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간화선 지침-망심(妄心)과 부처(佛)는 함께 있다.
김창엽
view : 1978
17. 망심(妄心)과 부처(佛)는 함께 있다.
망상과도 같은 파도가 일어나고 꺼지는 그곳에 부처의 성품이 있는 것이지, 이러한 파도의 움직임을 보아 자각하지 않고 형상(形相)으로 가득한 중생생각으로 부처의 성품을 보려고 하니까 영원히 못 보게 된다.
이렇듯이 하지 않고 바르게 자각하기만 하면 이 공부로 바로 들어가는 직입(直入)이 이루어진다.
부처님은 우리가 지금 쓰고 있고 번뇌망상 속에 있는 내용물을 그대로 자각하여 말씀하신 분이지, 특별히 전혀 없던 것을 새로이 내 놓으신 분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자각(自覺)하기만 하면 내 안에서 석가모니가 걸어 나오시는 일이 벌어진다.
우리는 불교를 이렇게 접근하여 공부를 성취해야 한다.
이러해야 화두란 말의 이해가 접근된다.
또한 염불, 절, 간경, 주력 등등의 수행은 이렇게 접근하기 위한 준비수행인 것이다.
‘생멸(生滅)이 중생심(衆生心)이다’ 라고 자각만 하면 될 텐데, 우리들은 생멸의 원인이 어디서 왔는가?
또는 생멸심을 화두로써 타파하여서 없앴으면 좋겠다고 궁구(窮究)하기만 한다.
이렇게 궁구하고 있는 자체가 ‘중생심의 발현’이다, 라는 것을 틀림없이 자각해야 한다.
마치 <법구경>에 화살을 맞았을 때 우선 화살만 뽑으면 될 텐데, 그 화살이 어디서 누가 쏜 것인지를 궁구한다는 것처럼 중생심으로 치성하다는 뜻이다.
“일어난 생각이 없어지기를 바라지 말라”
<보왕삼매론>에서 “공부할 때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는 말은 중생심과 함께 살아야 함을 뜻하는 것이고, “장애 없기를 바라면 교만이 늘어난다.” 는 말은 중생심의 발현이다.
또는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말도 중생심과 함께 살아야 함을 뜻하는 것이고, “병 없기를 바라면 병이 생긴다.” 는 말도 중생심의 발현을 의미한다.
이러한 도리를 바르게 자각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역대 불보살님과 조사스님들께서 말씀하신 양변(兩邊)을 떠난 절대적(絶對的) 가치를 실천하는 자비(慈悲)와 중도(中道)의 삶인 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것만을 가지고, 망상(妄想)과 같은 중생생각을 덧붙이지 말 것이며, 자각하기만 하면 그 불안했던 중생생각의 망상이 숨을 죽이게 된다.
그 망상의 숨이 죽으면서 그 속에서 누구에게나 있는 불보살의 지혜가 머리를 들고 밖으로 걸어 나오게 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이렇듯이 부처의 성품인 출세간(出世間)적인 반야(般若)의 지혜가 있다.
즉, 생각이 일어나고 꺼질 때 그것을 자각할 수 있는 성품이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이 부처의 성품이 있는데 스스로가 망상이라는 자각이 발동하지 않기 때문에 집착에 구속되어서 그 성품이 드러날 수 있는 지혜를 묶어 놓고 있는 것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