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연마을
양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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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에 소재하는 사회복지법인 가연마을(아름다운 인연을 함께 하는 곳)에서 장애우와 함께 하는 법회를 가졌습니다.
맑은 미소를 큐피터의 화살처럼 연방 쏘아대는 그들을 보고, 따듯한 정을 갈망하는 그들의 마음을 읽고 있으면 언제나 느껴지는 자신의 때묻은 초라한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불법홍포를 수행의 장으로 여기시는 많은 포교사님들과 함께 하고픈 느낌을 올립니다.
봄이 오면
길거리 보도블록 사이사이로 파릇한 생명의 깃발들이 조금씩 눈을 뜨고 있다.
무릇 모든 생명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기지개를 켜는 봄이 지천에 널려 있다.
생명있는 모든 존재를 존중하고 고통을 느끼는 모든 생명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불상생계가 부처님께서 주신 첫번째 계율이다.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주위의 다른 생명을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관념.
모든 생명들을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부속물 정도로 여기는 오만함.
이런 악업이 천지에 가득한 봄같지 않은 봄이고 보면
태초 이래로 처음으로 생명의 소중함과 생명에 대한 존중을 크게 외쳐던 부처님의 가르침이 더욱 돋보인다.
우리 사회는 절실한 삶의 의지와 치열한 경쟁으로 영위되고 있다.
경쟁에서 지고 뒤쳐지면 결국 삶의 의지마저 흔들리는 무서울 정도의 살아남기 게임의 장이다.
승자만이 살아남는 사회에서 살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사회.
이러한 사회에서 승자가 아닌 패자는 이긴 사람들의 잔치를 위하여 기꺼이
도태되고 죽어야만 하는 것일까?
능력과 지혜가 부족하여 살아남기 게임에서 이길 수 없는 그들은 이긴 사람들의 축제에서 사람들의 시야를 벗어난다.
본인의 능력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사고나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어디로 가고 또 어디에 머물 것인가?
아지랑이 아른아른 들녁을 춤추며 노니는 봄이다.
이런 봄날이면 더욱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야 한다.
그들이 어디로 갔고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이긴 사람도 진 사람도 건강한 사람도 장애를 가진 사람도
모두가 영롱한 보석이 되어 서로를 비추이며 인과 연으로 기대어 사는
인드라망은 없는 것일까?
나는 그 첫구슬을 가연마을에서 찾고 싶다.
복을 지어 가로되 "복 지은 바가 없나니." 이런 근사한 말씀이 아니라 하더라도
복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그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해야 할 일인줄 느낀다면
지나친 건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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