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좋은 날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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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만에 날씨가 활짝 개였다.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고 시계는 35키로까지 뻗친 유리알처럼 청명한 하늘이다.
13년만에 시계(視界)가 가장 좋은 날씨라고 한다.
하루 6시간씩 받는 컴퓨터수업을 4시간만 받고 오후 수업은 조퇴를 하였다.
오늘은 넷째 주 수요일로써 000연수원에서 새터민에 대한 종교교육이 있는 날이다.
오후 3시 30분부터 5시까지 1시간 30분간 각 종교단체별 전교활동 시간이 주어지는
데 불교는 나와 이형 포교사가 같이 가는 날이다.
수업을 받고 있는 상계동에서 서둘러 점심식사를 하고 전철편으로 여의도 역에 내려
이형포교사가 근무하는 여의도의 한국주택건설협회 사무실 부근에서 기다렸다가 그
의 차에 동승하여 00에 있는 연수원으로 갔다. 3시경에 도착하여 정문에서 소정의 절
차를 마치고 개신교 목사님일행과 천주교의 수녀님들과 같이 담당 직원의 안내 하에
3시 30분경 본관에 도착했다.
본관 2층에서 열린 출입문으로 천주교 쪽을 바라보니 40여명 정도의 인원이 모인
것 같았다. 불교는 몇사람이나 왔을까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불교교육 대상자들이
모이는 도서관으로 들어서니 예상외로 많은 인원이 모여 있었다. 통상적으로 20여
명 내외 정도의 인원이 참석하여왔기에 책과(법구경 소책자) 합장주를 25명분 정도
만 준비하고 갔는데 오늘은 52명의 인원이 참석한 것이다. 책과 합장주를 나눠주는
데 서로 받으려고 야단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충분히 준비하여 오는 것인데 참으
로 아쉽고 안타까웠다.
미쳐 나눠주지 못한 사람에게는 사과의 말을 전하고 이형포교사님이 따로 준비하
여온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1시간 30분 안에 나와 이형 포교사가 시간을 쪼개어 불
교를 알리는데 시간이 촉박하여 일분일초가 아쉬웠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연수원에서 새터민을 상대로 불법을 홍포하는 일이야말로 보람중의 보람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기독교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고 있지만 불교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와 다름없는 상태로 우리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기우리며 무척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건조한 사막에 단비를 뿌리는 것처럼 포교사의 말이 그들의
마음 속에 그대로 스며드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누구든지 포교사의 보람과 긍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참석인원 52명중 14명이 남성이고 나머지는 전부 여성이다. 남성이 적기 때문
에 특히 양주 방면에 있는 남성교육을 담당하는 000에서는 불교참석인원이 극히 저
조한 실정이라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야만 그 곳에서의
종교활동시간에 불교 쪽으로 참석할 동기를 부여하는데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어진 시간에 나와 이형 포교사가 최선을 다했지만 시간이 짧은 것이 안타갑고
아쉬웠다. 교육이 끝나고 참석한 새터민으로부터 감사의 인사를 들으면서도 시간에
쫓겨 손 한번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고 돌아서는 것이 못내 섭섭했다.
오늘은 예상 외의 많은 인원이 참석하여 정말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돌아오는 차내에서 차창으로 비취는 산들은 유난히 싱그럽고 푸른 하늘에 떠 있는
뭉게구름이 가을 하늘처럼 시원스런 정취를 안겨주었다.
5월 26일/맑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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