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쿠
진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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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걸 모르다니...<바쇼,1644~1694>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게 물리다니<이싸>
지난해 초가을...
번잡함이 싫어 휴가를 다여름 초가을로 택했다.
홀로 바랑을 메고..
평소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지리산 '서암정사'를 찾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경내엔 인적이 드물었다.
절차상 종무소에 들렸더니 어떻게 오셨냐는둥
원주(院主)스님쯤으로 보이는 스님께서
이것저것 시작이 벌써 까타롭게 물으실 참이라
나는 얼릉 조계종 신도증과 포교사증을 꺼내어서 내밀며,
한 2박3일 정도 기도정진 하고파서 왔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스님은 모든것을 생략하시곤
이내 인터폰으로 공양주 보살님을 부르셨다.
"이 거사님 깨끗한 방하나 드리고 기도하실 수 있게 해드리세요~"
나는 스님께 합장 반배의 예를 올리고 공양주 보살님을 따라 나섰다.
늦 여름이라도 산을 오른터라 온몸에 땀이였다.
깨끗히 닦은후 석굴법당에 부처님께 삼배의 예를 올리고
큰스님을 찾아뵈옵는 것으로 일단 신고식을 마쳤다.
얼마간의 숨고르기를 한후에 저녁 예불이 시작되었다.
주지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이 다 함께..(그래야 고작 열분 정도)
예불이 끝나고 주지스님께서..
"거사님은 여기서 밤새도록 기도 하셔도 됩니다."
모든 분들이 다 나가신후 나는 좌복에 결가부좌로 자세를 잡았다.
예불때 108배를 했던 참이라 온몸에 땀이 비오듯 했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시커먼 산 모기 서너마리가 그 땀냄새에 난리를 쳤다.^^
나는 팔을 휘젖느라 도무지 기도 몰입이 되지않았다.
생각끝에 조용히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 이 중생들이 배가 몹씨 고픈가 봅니다~
제가 이 중생들에게 한끼의 식사는 제공할 수 있으나..
저의 오랜 습으로 인하여 저도 모르게 이 중생들을 손으로 내려쳐서
살생중죄를 저지를지 모르겠사오니, 미리 참회를 드리옵니다."
그후 그 모기들이 식사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너무나 조용한 석굴법당.. 아미타불 염불삼매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부처님께 하직 인사를 드리고 법당문을 나섰다.
서암정사 석굴법당에
가부좌 틀고 홀로 앉아
길도록 염불삼매 들었다가
이 밤 얼마나 흘렀을까
삼경이나 됐을라나
살며시 부처님께 절 올리고
화엄세계를 나섰네
달은 이미 서산을 넘은듯 하고
별들만 흐드러지게 피었구나
저 산아래 사하촌 불빛이
골짜기에 차고 흐르니
저기가 사바세계이련가
처처가 불국토 본래 하나로다.
-보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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