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1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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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1 ㅡ 나이를 먹는다는 것
오전에 흐리던 날씨가 오후가 되니 개였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무척 더운 날씨다. 학원교실에 에이콘이 있어 그나마 교육
받기가 나은 것이다. 컴퓨터 교육은 때로는 짜증스럽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
다. 알면 좋지만 모르면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하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도
빠른 교육진행에 미처 이해하기도 전에 다음내용으로 넘어가니 짜증이 나는 것
을 억지로 참았다. 오늘은 높은 습도와 무더위로 불쾌지수가 무척 높은 날이라
고 한다.
수업을 종료하고 퇴근하면서 곧장 도봉산 쉼터로 갔다.
묘지 옆의 그늘진 곳의 잘 자란 잔디 위에 맨발로 앉아서 무아를 관하면서 바람
과 까치소리 등 주변의 소리에 귀를 맡기고 고요하게 지내니 몸도 마음도 편안
해 진다.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서 받아보니 딸애가 내가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
하도 더워 산에서 쉬고 있다고 했더니 오늘이 내 생일날로 집에서 나와 같이 외
식을 갈 계획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한동안 앉았다가 집으로 갔다.
집에 들어서자 곧 샤워를 하고 집사람과 셋이서 도봉산 입구로 향하는 대로변
부근에 있는 '이상(李相)이라는 갈비전문식당으로 찾아갔다. 세 사람이 각기 갈
비 한 대씩 시켜 먹고는 냉면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반주로 모처럼 맥주 한잔을
했더니 눈이 풀리는 느낌이다. 더위 실린 무거운 몸을 끌고 집안으로 들어서니
몹씨 피곤했다. 딸애가 식탁에 따로 마련한 조촐한 생일 케이크에 불을 붙히면
서 집사람과 같이 축가를 부르는 것을 귓전으로 흘리면서 춧불을 끄고는 케익
한 조각을 받아 들고 응접실 소파로 가서 편히 앉았다.
오늘로써 나의 나이가 만 65세(음력 5월 24일)이니 이제는 법적으로도 노인이
된 셈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룬 것도 없이 할 일은 많은 것 같은데 속절
없이 세월만 보내고 몸만 힘들어 진 것 같아 서글픈 느낌이다.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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