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새가 되자 했다. 새가 되라 했다. 1991년 8월 14일 경희대학교 노천극장에서 41세의 한상렬 목사는 우리는 닭이 아니라 새가 되어야 한다고 절규했다. 닭은 원래 창공을 훨훨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새였으니 이제 우리를 박차고 솟아 하늘을 날자고 했다. 범민족대회를 사수(!)하기 위해 경찰의 봉쇄를 물리력으로 뚫고 들어온 약 3만 명의 대학생들과 참가자들은 그의 절규에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그의 말처럼 자유로운 영혼으로 훨훨 솟아 군사분계선을 넘고 온갖 금기를 넘어 한반도에 자유와 평화, 진실이 강물처럼 흐르는 통일세상을 만들자 하였다. 당시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조통위원장(대행)이었던 필자는 한 목사와 가까이서 그런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고 지금 그는 평양 어디엔가에서 서성이고 있다. 고뇌하던 故 문익환 목사를 들먹이고, 남북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더니 급기야 46명의 젊은이를 죽인 원흉으로 우리 정부를 지명했다. 천안함에 대한 책임문제는 이미 결론이 지어졌다. 중립국 인도를 포함한 26개국의 대북규탄성명과 유럽연합의 규탄성명 그리고,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 그리고 후속되는 여러 가지 결의 등으로 이미 매듭지어진 것이다. 한신대 윤평중 교수의 표현대로 ‘압도적인 증거’에 따른 필연적 결론이었다.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에 이르는 동안 신선호 북한 대사의 필사적인 반론이 있었다. 대부분의 반론근거는 참여연대에서 제공한 것이었는데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참여연대의 노고는 북한 대사를 위한 것으로 귀결되었다. 하지만 참여연대의 수고에도 불구하고 북한대사의 반론은 한 마디로 반박되었다. 안보리 회의장에서 합조단의 발표가 끝나고 북한 신선호 대사는 집요하게 ‘한국의 조작’을 강조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이 보유한) 어뢰의 실물을 보여주면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신 대사는 “나는 어뢰 전문가가 아니고 그런 질문에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꼬리를 내렸다. 참여연대도 그렇고 한상렬 목사도 그렇게 김정일의 누명(?)을 벗기고 우리 정부를 원흉으로 몰아가려면 매우 간단하다. 북한의 어뢰를 공개해 우리 군이 침몰지역에서 수거한 어뢰와 내부 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그들이 진정으로 우리 정부에 혐의를 둔다면 자신들의 어뢰 설계도와 실제 어뢰를 공개해 천안함 북 소행의 결정적 증거(smoking gun)를 반박하면 간단하게 끝날 일인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만하면 김정일에게 자신의 단심을 다 확인해 주었으니 이제 그를 설득해 보라. ‘국방위원장님의 누명을 벗는 아주 쉬운 방법! 어뢰를 안보리에 보여주시라. 위원장님의 무죄는 증명될 것이고 모든 화살은 이명박에게 쏠릴 것’ 이라고 권고해 보라. (‘국방위원장님’, ‘이명박’의 각 호칭은 한 목사의 발언에 따른 것) 김정일이 미처 그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면 한 목사에게 크게 감사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김정일이 ‘살인 원흉’이라면 극진한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한 목사의 이후 북한에서의 활동 소개는 조선중앙방송에서 사라질 것이다. 이와 같이 간단한 확인방법을 외면하고 국제적으로 확인된 살인 원흉을 감싸고 돌며 피해자에게 돌팔매를 던지는 것은 스스로 자신이 살인 원흉의 앞잡이임을 명징하게 증명하는 것 외에 다름 아니다. 광주시민을 빨갱이로 몰던 자들과 현재의 본인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생각해 보라? 평양의 어느 아침에 거울 앞에 서서 스스로 새라 생각할까? 아니면 닭이라 생각할까? 8월 15일 한상렬 목사는 판문점을 통해 내려올 계획이다. 새가 되자 했던 20년 전의 외침은 닭도 아닌 ‘살인 원흉’ 김정일의 인간어뢰가 되어 남하하고 있다. 오직 할 짓이 없어 살인자의 어뢰질인가? 도대체 그 20년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목숨을 부지하고자, 최소한의 인간이고자 했던 북녘동포들의 절규, 왜 하나님은 남조선에만 있느냐며 절규하는 북녘동포들의 피어린 기도를 철저히 그리고 차갑게 외면한 타락의 결과가 아닐까! 최홍재 공정언론시민연대 정책연구원/방문진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