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도.. / 허태기 / 2010/07/29
관리자
view : 1442
아침에 컴퓨터 학원을 가기위해 아파트 출입문을 나서면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모처럼만에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그동안 장마로 인한 습기와 우중충한 구름들이 시원스런 하늘 저편으로 자취를 감춘 듯하다.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이다.
특히 오늘은 새터민에 대한 포교활동을 위해 000 연수원으로 가는 날이기에 아침부터 푸른 하늘을 대한다는 것이 마치 좋은 징조 같이 느껴지는 것이 한결 기분이 가벼웠다. 오전 수업을 마치는 대로 조퇴서를 제출하고 12시가 되자 학원을 나서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전철 편으로 여의도역에 내렸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라 5번 출구를 따라 한참 걸어오다가 우체국 건물로 들어갔다. 새터민에게 나눠줄 소책자(법구경:법정스님 옮김)50여권이든 보따리를 들고 오다보니 무겁기도 하고 더운 날씨에 땀도 식힐 겸 우체국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들어서고 보니 그다지 시원하지도 않았다. 아마도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에어컨의 온도를 조절한 모양이다.
오후 2시 무렵 허정희 전 위원장으로부터 여의도역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5번 출구에서 곧장 걸어오다 보면 우체국 건물이 있으니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다. 우체국 앞에서 허정희 포교사님을 만나 함께 이형 포교사가 근무하는 빌딩 근처의 나무 밑 의자에 앉아서 이형 포교사에게 전화를 하니 금방 나온다.
이형 포교사의 차편으로 동승하여 3시 정각에 연수원 정문에 도착했다. 정문에서 필요한 절차를 마치고 개신교(5명)와 천주교(4명), 불교(3명)의 전교자들이 각자 차량편으로 본관에 도착, 2층 교육장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몇 명쯤 왔을까 궁금히 여기며 교육장인 강당으로 들어서는데 이게 웬일인가. 교육장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새터민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지난달에 41명이 왔었기에 50여권의 책자를 준비했는데 인원을 헤아려보니 무려 90명이 조금 넘었다.
뜻밖의 인원에 고맙기도 하고 다소 당황하기도 했다. 이 처럼 많은 인원이 참석하리라고 생각지도 못했고 또한 3개 종교가 각기 한날한시에 실시하는 종교 교육시간에 불교를 알기위해 참석한 인원으로 이렇게 많은 것은 1차 수용장소에서 새터민 포교를 위해 7년 동안 포교활동을 해왔지만 이렇게 많은 인원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준비한 책자가 부족하여 난감했다.
인원을 살펴보니 어른과 함께 온 몇 명의 어린아이도 있었고 젊은 어머니의 품에 안긴 간난아이도 있었다. 남성은 이외로 10명 내외로 적은 숫자였다. 갓난아이 까지 품에 안은 젊은 여성들이 불교를 알고자 강의장에 온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동안 10년 가까이 이곳저곳 인연 닿는 대로 포교활동을 해왔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정말 포교사가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먼저 내가 강단에 올라서서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고 모든 분들에게 책을 다 나눠드리지 못하게 되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한다음, 먼저 온 순서대로 책을 나눠주고는 오늘 여러분이 부처님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크나큰 복덕이라고 일러주면서 나눠준 유인물을 보면서 모두가 합장한 자세로 삼귀의를 세 번씩 합송하고 삼귀의에 따른 공덕과 발원을 합송케 함으로써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 모두는 이 순간부터 모두 불자가 되었으며 부처님의 가피가 언제나 부처님을 찾아 기도하는 여러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이어서 종교가 어떻게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며 특히 불교는 인간행복의 궁극적 핵심이 마음 다스림에 있으며 마음작용의 변화무상함을 인지하고 무상한 마음을 어떻게 하면 보다 긍정적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미래와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게 된다는 것을 사례를 들어가며 주지시켜 주었다.
뒤이어 이형 포교사가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불교신행의 요점을 자상하게 설명해줌으로써 새터민의 이해력을 보다 깊게 해주었으며 준비해온 유인물인 법등일송(法燈日誦)의 내용을 같이 합송토록 하는데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아선지 합송하는 새터민의 표정과 음성에서 생기와 희망이 넘쳐 나는 것을 느꼈다.
종료시간 10분정도를 남겨두고 허정희 포교사님의 그동안 포교경험에서 체득한 소중한 말씀들은 새터민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겨주었으리라 생각되었다. 법회가 끝나자 모든 새터민이 밝은 표정에 미소가 어리는 것을 보니 안도가 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다.
법회를 마치고 복도로 나오는데 먼저 나온 천주교 수녀님들이 무척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쩐지 미안한 기분이었다.
[7월 28일 맑음(수)/지우]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