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번의 봄을 맞이해야 할까
서용칠
view : 1442
소용돌이 치는 무더위속에 간밤의 뇌성벽력은 어디에 있는지
도봉산에는 산안개, 구름으로 피여오르고있다
33도의 살인더위와 폭염주의보 내리는 일기예보를 들으면서 집을 나서서 1시간 반을 지하철 레일에 시간을 깔아놓으며 구로 디지털역에 9시 반에 도착했다
오늘의 포교사단 환경팀 자원불사는 경기 이천시 설성면 신필리 승가원 자비복지타운으로 가려고 정한 임시집결지이다
45인승 버스에 오르니 벌써 낮익은 얼굴들이 꽉찼다
참으로 못말리는 가슴 따스하고 눈물많은 불교쟁이들이다
아마도 나처럼 이차환 회장님이 좋아서 온 오빠부대도 있을것이다
그분은 꾸준하다, 늘그자리에있다, 변함이없다 이렇게 소개하고싶다
차창 밖으로는 찜통더위가 보이지만 산에서는 가을이 슬금슬금 내려오고있었다
내일이면 처서이니 한치의 오차가 없는것이 절기이니 오늘로서 올여름 더위는 끝일것이라 위안삼으며 처음 가보는 승가원 자비복지타운 (구 원주 소쩍새 마을)을 머리로 그리며 어떤사람들일까 궁금하며 설레인다
굽이굽이 산모룽이 돌고 내를 건너 당도하니 장애우들이 우루루 몰려와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를 한다
의레이 사무국측에서 손님오면 인사 하라고 시킨일이려니 하면서 내리는데 덥석 손을 내미는데 순간 난 주춤하고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도대체 남녀노소가 구분이 어렵고 말이 어눌하여 동시통역이 필요하였다
하심 ! 난 30여년을 부처꾼으로 마음 내려놓으라고 들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우리집 선반에 두고 다니는 55kg의 아만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초점잃은 눈으로 먼 허공을 보면서도 내가 지나가면 히죽이 웃고나 아는체를 한다
그러나 몇몇의 사람에게 말을 건네보니 모두가 말이없고 눈길을 피한다
묵언수행에 달인인가보다
그래도 나와서 몰려 다니는 이들은 그래도 이동네서는 양반이다
입혀주고 씻겨주고 먹여주어야하는 중중 장애인이 50여명이라한다
아까 손을 잡던 여인이 슬그머니 오더니 “나 노래 잘한다 ”하기에
어디 한번 해봐요 하였더니
노사연의 만남을 부르는데 가사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고 곡은 편곡하여 멋대로 맘대로 흥에겨워한다
그래 넌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인과법을 깨우쳤나보다 너와나 이시간, 이장소에서 만남이 어디 보통 인연이고 만남이냐 !
세속법은 줄잘서고 돈있으면 깔아뭉개고 피해갈수도 있지만 불교의 인과법은 바람도 그물에 걸리고 물도 채에 걸러내는 무서운 법이며 구름도 때로는 갈곳을 몰라 허둥대는 것이 인과법이다
강당에 들어가 직원으로부터 복지타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감을 받았다
네팀으로 나뉘어
밭일 - 우바새는 나가서 고구마 밭에서 김을 맷다 풀이 키만큼 자라서 뽑
지 를 못하고 낫으로 잘라냈다
식당, 재활센터, 부부방, - 우바이들의 몫으로 청소를 맡았다
오나가나 여자들은 쓸모가 많고 남자는 단순한가보다
옛속담에 기생 늙은것과 목수 늙은것은 쓸모가 없다하더니 이즈음은 영감탱이하고 뚱뗑이는 어디든 뒷전이다
부부방에 호기심이 동하여 물으니 4쌍의 부부가 아예 짝꿍으로 들어와서 산다는 것이다
10여동의 요사체는 장애가족의 생활관과 치료실 그리고 직원들의 상시 근무실로 쓰이고있었다
큰 법당 대웅전은 아직 점안식을 하지않았는지 자물쇠로 꼭 잡겨있다
경내는 여자대학 캠퍼스처럼 꽃동산을 이루고 아늑한 야산은 좌백호 우청룡이 발달한 한눈에 풍광이 좋았다
산책로를 걸으며 많은 생각이 오가며 이슬방울이 볼을 타고 뜨거운것이 내려온다
지나온 세월을 바르게 수행하지 못함이 서럽기도하고 그래도 인연공덕이 조금은 남아 금생에 사람으로 태여나고 남자로 불법을 만난것이 행복하다
인류의 가장 무서운 병은 탐진치 3독의 無知병이다
먼옛날 너희들은 무지병을 고치지 못하여 금생에 가지고온것이다
선남자 선여인들이 보내주는 정재 아껴쓰고 선생님 말씀 잘들어 빨리 무지병을 고치자
일끝내고 자원봉사실에서 원장 스님이신 묘전 큰스님이 들어오시는데 의외로 비구니 스님이시다
고운 얼굴에 말씀도 풍경소리처럼 조용하다
180명의 가족에 50여명의 직원이 살아가는데 월 공과금이 천삼백 만원 납부하고 겨울에는 눈도 많고 춥기도한 특이한 고장이라 하신다
자원봉사도 고마운데 라면까지 사오시고 너무 고마워 하시며 버스 타는곳까지 나와서 우리를 합장으로 배웅하여 주신다
- 한애경 마하반야바라밀 2010-08-25 1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