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는 타종교의 종교편향 행위에 대해 대개 침묵으로 일관해오거나 관용적으로 대해 왔다. 그러나 관용과 용서도 지나치면 해가 된다.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진정한 정법수호인 것이다.”
고려대 철학과 조성택〈사진〉 교수는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8월 1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한 워크숍에서 “지하철에서 찬송가를 부르고 명동과 같은 시내 한복판에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고 타종교인을 ‘악마’라 해도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라 구경거리도 되지 않는 것이 한국사회”라며 “다원성을 인정하지 않는 자신만의 종교자유는 독선과 독단을 넘어서 타종교의 종교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조 교수는 “단순히 불교적 가치와 진리를 지키고자하는 소극적인 정법수호가 아니라 범종교적으로 옳은 것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정법수호”라고 거듭 강조했다.
‘화쟁, 원융무애의 실천적 원리’란 주제로 발표한 조 교수는 이날 원효의 화쟁론에 대한 고찰을 통해 종교다원주의 속에서 사회 각 구성원간의 갈등과 반목을 해소하고 사회 대통합을 실현할 수 있는 실천원리를 모색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원효는 현실 속에서 각 개별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원융무애의 세계를 지향하고 있는 ‘개합(開合)’과 ‘종요(宗要)’라는 독창적인 해석학적 방법론을 통해 온갖 다툼을 화해시키고자 노력했다.
원효 화쟁의 핵심의 곧 나만이 옳고 다른 사람이 틀린 것이 아니라 내가 옳으면 다른 사람도 옳고, 다른 사람이 틀렸으면 나도 틀렸다는 것으로 이럴 때 진정한 의미의 화쟁이 이뤄지고 대화 또한 가능해진다는 것.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원효의 화쟁론이 오늘날 다문화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사회에서 다시금 요청되고 있는 이유로 꼽았다. 그러나 조 교수는 다양한 기준과 관점을 용인하는 것이 다원주의라 하더라도 다원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관점을 다양성의 이름으로 용인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요컨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관점, 나의 종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종교에도 진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다원주의이지만 그렇다고 나의 종교를 부정하고 나의 관점을 부정하는 그런 독단적인 관점마저 포용하는 것을 결코 종교다원주의라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현대 한국사회는 분명 다종교 사회로 종교다원주의는 모든 종파의 종교인들에게 당연히 요청되는 태도”라며 “타종교인들 가운데 일부의 잘못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따끔하게 비판하고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 또한 ‘다원주의’라는 정법을 수호해야 하는 불자들의 의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061호 [2010년 08월 23일 1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