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우상 문화가 턱밑까지 치밀어 오를 때까지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대구가 한국의 예루살렘이라고 자부해왔지만 영적으로 둔감했음을 회개합니다. 주여, 용서해 주소서!”
빗발울이 간간이 떨어졌지만 ‘국고지원 템플스테이 저지를 위한 연합기도회’로 향하는 성도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대구와 경북지역 기독교연합회가 공동으로 24일 대구시 산격동 엑스코에서 개최한 기도회에는 1시간 전부터 성황을 이뤘다. 특히 기도회에는 어린 자녀와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4000㎡의 엑스코홀을 가득 채운 4000여명의 성도들은 패역한 세대를 바라보며 애통해했던 예레미야의 심정으로 목청껏 ‘부흥’ ‘이 산지를 내게 주소서’ 등의 복음성가를 부르고 두 팔 벌려 간절히 부르짖었다.
설교에 나선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이흥식 목사는 “이 땅의 모든 결정권은 하나님이 갖고 계시기에 매년 185억원의 국고가 지원되는 템플스테이 사업 역시 하나님이 함께하셔야만 막을 수 있다”며 지역 교계의 연합과 일치, 회개를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의 보좌를 움직이기 위해선 우선 미신이 극성을 부릴 때까지 잠잠했던 교회의 잘못을 철저하게 회개해야 할 것”이라며 “영적 위기 속에서 교회는 하나 되어 일치된 모습을 보여야 하며, 우리가 제 자리를 다시 찾을 때 하늘 보좌가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실상 보고에 나선 고영일 변호사는 “문화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템플스테이 정책이 본래 취지와 다르게 도심 템플스테이 시설 건립에 600억원이 투입되며 포교 활동으로 흐르고 있다”면서 “특히 내한 관광객 800만명 중 0.25%만 혜택 보는 사업을 위해 외국인 1인당 100만원의 예산을 퍼붓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 변호사는 “종교가 본래 목적인 영혼의 안식처 기능에서 벗어나 영리활동에 뛰어든 것은 제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같은 연합단체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미희(40·여)씨는 “국가 재정을 특정 종교에 몰아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 아니냐”고 반문했다. 백씨는 “만약 이런 사실을 전에 알았다면 세금 납부를 다시 생각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태(37)씨도 “세금으로 종교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신앙의 유무를 떠나 시민 입장에서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도회를 참관한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 관계자는 “기도회 분위기를 장관께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지난 6일 SBS 뉴스 추적에서, 12년 5개월 동안이나 감금상태로 개종을 강요당하며 살아온 일본인 고토 도로 얘기를 보고 인간의 종교적 야만성이 어디까지일까 생각하며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통일교도인 그가 납치·감금될 당시 32세였는데, 44세 되던 2008년 2월 풀려났을 때의 몸무게가 초등생 5학년 수준인 39㎏이었다니 182㎝ 장신의 그 처참한 몰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 박광서 서강대 물리학 교수 |
“신앙이 다르다고 감금·학대하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고토는 강제 개종이 없어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는 의지를 보였다. 인생의 황금기 12년을 감금생활로 날려버리고도 생의 목표를 다시 세우는 그를 두고 인간승리라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사회도 폭력에 둔감하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심지어 종교계에서조차 폭력이 상시적으로 존재하며 강제 개종 교육은 그중 하나다. 개종 전담 목사가 가족들을 세뇌시키면 그 가족들은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납치해 개종업자들에게 넘긴다. 수면제를 먹이고 수갑까지 채워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정신적·물리적 폭력을 경험한 이들은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후유증으로 평생을 불안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2008년 10월 23일 대법원은 개종을 빌미로 부녀자를 납치·감금·폭행·협박한 혐의로 예수교장로회 소속 안산 S교회 J목사와 공모자들에게 실형을 내려 개종 폭력에 대해 경종을 울린 바 있다. 당시 J목사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란 공식직함도 가지고 있어 국민들은 종교계의 광범위한 일탈행위에 더욱 경계심을 갖게 되었다. 가족 동의만으로도 쉽게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고 개종 교육하면서 돈벌이까지 한다는 얘기마저 돌았다. 그래서 입원 시 보호의무자 1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던 것을 2인의 동의를 받도록 강화하고, 1년에 1회 이상 본인의 퇴원의사를 확인하는 등 불법 강제 입원을 예방하기 위한 정신보건법 개정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집착은 일종의 정신병이다. 종교적 신념도 지나치면 집착이다. 영국의 사상가 칼 포퍼도 “이념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열린 사회의 최대의 적”이라고 했다. 지나친 집착은 폭력까지 동원하면서도 그 파괴성에 죄의식조차 없어지게 만드는 위험한 고질병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도 “사람은 종교적 확신에 차 있을 때 가장 처절하게 만행을 저지른다.”고 갈파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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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내 마음에 안 드는 게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것들이 어울려 사는 게 세상이고, 어쩌면 그래서 더 아름다운지도 모른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내 신념이 옳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고 신념을 전파하는 방식은 어디까지나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이라야 한다.
국가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교분리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유린하고 인격 파괴와 가정 파탄으로 이어지는 명백한 범죄에 대해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이 국가에 위임한 권력의 본질이다. 어설픈 정·교분리를 내세워 공권력이 종교계의 불법행위에 미온적일 경우 오히려 파멸을 자초할 수도 있다. 비유를 들어보자. TV 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에서 새끼 바다표범이 방향을 잃고 자기 가족이 있는 방향과 정반대 쪽으로 기어간다. 울면서 헤매다가 가족 쪽으로 오기도 하지만, 결국 끝까지 오지 못하고 헤매면서 방향을 바꾼다. 암컷이 울부짖으며 쫓아가려고 하지만 수컷이 자기 영역 밖이라고 못 가게 막는다. 결국 그 새끼는 어미가 보는 앞에서 갈매기 떼에게 산 채로 뜯어 먹힌다. 근본을 무시한, 꽉 막힌 분리 지상주의의 결과다.
폭력은 우리의 DNA에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기고 스스로를 재생산해 내는 괴물이다. 음습한 종교인권 사각지대를 치유하지 않은 종교야만의 사회로는 일류국가 진입은 불가능하다. G20 의장국에 걸맞은 인권국가를 그려본다.
불교문화 위협 ‘명작 스캔들’ 주시하라! | ||||||
[기고] 서양 기독교 문화 범람에 불교문화 사장 위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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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작 속여 숨겨진 비밀(?)들을 첨단 기법으로 해부와 다양한 시각에서 관찰하며 해석하는 그야말로 해당 방송사의 소개와 같이 화면에서 한눈을 팔수 없는 엉뚱, 발랄, 유쾌한 문화 예술 버라이어티였다. MC는 ‘골든 벨을 울려라’ 사회자 출신인 최원정 아나운서, 보조진행은 CBS 노컷뉴스 연예부 팀장 김대오 기자, 재담을 겻들인 주 진행은 다양한 재능의 소유자로서 신학을 전공한 조영남씨와 베를린자유대학교대학원 문화심리학을 전공한 김정운 명지대 교수다. 첫 방송에 등장한 첫 명작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천재적 미술가·과학자·기술자·사상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최후의 만찬’과 루드비히 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교향곡 제5번 ‘운명(교향곡5번C단조작품67)’이었다. 다빈치의 작품 예수의 만찬을 현대의 첨단영상기법으로 등장인물들의 얼굴과 의상을 또렷하게 표현하고, 식탁위의 생선요리는 장어요리였으며, 각 음식과 과일의 위치를 음계로 표현하면 음악이 된다고 했다. 원근기법 등 다양한 미술의 기법을 소개했다. 최후의 만찬을 소개하려면 반드시 튀어나오는 단어들이 예수님과 그 제자들이다. 성서와 예수님에 대한 언급 없이 최후의 만찬을 소개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 여기에 조영남씨를 비롯한 진행진의 화기애애하고 재치있으며, 친근한 표정과 어법을 통해 예수라는 단어가 수십 회 입에서 튀어 나왔다. 최후의 만찬 그림을 통한 기독교 선교방송이라는 오해까지도 가능했다. 단순히 다빈치의 작품을 미술사적 차원에서 소개하는 교양프로그램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시청자를 자연스럽게 기독교로 흡입시키는 효과가 충분했다. 이어 소개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의 저 유명한 첫 소절 ‘따다다단~’ 은 그의 할아버지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벨기에의 한 교회의 오르간 연주자였던 할아버지가 작곡한 것이 어떠한 연유에선지 그 오르간 속에 들어가 있다가 후대에 오르간 조율을 하다 발견되었다고 소개 했다. 역시 등장과 배경은 교회다. 진행자들의 자연스럽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의 대화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남는 것은 친근한 예수님과 그 여운이었을 것이다. 기독교 문화가 일색인 서양의 문화, 그 세계의 명작의 소개는 교회와 성경, 예수와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제공은 필수요소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소개할 작품 정보는 알 수 없으나 우리에게 세계사에서 동양사는 배척되고 유럽의 역사라는 그릇된 인식이 남아있음을 부정키 어려운 현실에서 유럽역사의 초기, 중세, 근대에 이르기까지 고루 영향을 미친 기독교의 미술, 문화, 건축, 음악, 무용 등 다양한 작품들이 소개될 것이 자명하다. 이웃집 아저씨와도 같이 격이 없이 다가오는 진행자들, 기독교의 작품 속에 감추어진 비밀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 나갈 때 시청자들은 기독교 문화에 매료되고 불교문화와는 점점 이격될 것 이라는 것이 필자만의 기우일까? 지난 12일 <조선불교유신론>의 집필 100년을 맞아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의장 진오 스님)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불교유신 다시 생각하다'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금강 스님은 한국불교는 “대정부, 정치, 경제, 교육, 문화예술, 사회 NGO 등 모든 분야에서 허울 좋은 전통의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 제3종교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스님은 “승려들의 3무, 즉 무위도식, 무식, 무사안일로 살아갈 수 잇는 시대는 승가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면서 “행자교육원 설립, 승려재교육 프로그램 도입, 21세기 교육 정비 등을 조속히 완결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불교닷컴>“무위도식·무식·무사안일 3無 승려 퇴출해야”2010. 10.12)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의 주 흐름이 세속적 가치에 탐착하며 대단한 종교지도자인양 증상만(增上慢)에 차 있고, 혁신을 외면하며, 현안에 미적거리고 눈치 보는 사이에 온통 나라는 타종교에 점령당했다. 예민한 반응인지는 모르나 이 프로그램이 몰고 올 파장은 그야말로 거대하고 긍정적인 기독교 문화의 일대 스캔들의 효과가 예상된다. ‘명작 스캔들’이 끝난 후 도저히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시계를 보니 아침이 온듯하나 캄캄하다. 속담처럼 정녕 동트기 직전이 가장 어두울까. /法應(불교환경연대 지도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