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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흐르는 길상사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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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가 흐르는 길상사

 

                   靑江 허태기

 

 

도심의 숲속에 자리잡은 아담한 사찰 길상사!

행지실(行持室) 매화꽃이 북풍을 밀어내고

송풍각(松風閣)의 영춘화가 봄소식을 알리면

길상사 뜨락에는 봄꽃으로 만발한데

노란 개나리 발간 진달래

하얀 철쭉이 길상사를 단장하고

물 오른 나목에서는 연두 빛 신록이 작설처럼 주뼛댄다. 

 

신록 우거진 무더운 바람결에 

선방 앞의 모란은 졸리운 듯 고개 늘어뜨리고

극락전의 능소화는 푸른 머리카락 풀어헤친 채

넝굴 마디마다 주홍등불 매달아 

비오는 밤 처마 밑으로

그리움의 눈물을 소리 없이 흘려보낼 때면

꽃무릇의 붉은 짝사랑이 사무치게 슬프다. 

  

건들바람 따라 일주문을 들어서면

단풍나무에선 새빨간 단풍이 촛불마냥 타오르고

범종각 편액에 머리 조아린 푸른 소나무 아래로

애석(愛石)에 어린 관음의 그윽한 미소가 영원을 감싼다.

 

길상다실 앞의 나뭇등걸에 몸을 기대어 

오색으로 차린 만추의 향연에 마음을 맡기면

바람도 없는 허공에 갈색의 천사들이

나비처럼 팔랑이며 춤추듯 흘러내리고

서릿바람이 고엽을 휩쓸고 간

야윈 활엽수의 가냘픈 가지에는

하얀 설화가 여린 소녀의 꿈결처럼 아름답다.

 

극락전을 빗겨 내린 길상천에는

비 내리는 날이면 계곡물 소리가 소란스럽고

텅 비운 골짜기에는 눈 내리는 날의 시향과 함께

백석시인과 진향의 러브스토리가 시공을 넘나든다. 

한 마음이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듯이

한 여인의 맑은 마음이 사바의 촛불로 어둠을 밝혀

맑고 향기로운 터전에 마르지 않은 청수(淸水)가 되어

세세생생 누대로 흘러가리니

이렇게 길상사는 사계절 시가 흐르는 곳이다.

 

 

[20101203]

 

  • 배효준 ,지우님의 시를 읽으면서 도량의 아름다움에 빠저드는 느낌입니다. 도반들과 자주 길상사를 찾는데, 그때마다 환희심이 넘치고 행복 했습니다.길상화 보살님 감사합니다,법정 큰 스님 감사합니다_()_ 2010-12-03 20:33 댓글삭제
  • 윤혜경 어머나 ..........느낌 그대로 펼쳐 집니다...이렇게 아름다운 글귀 감사합니다..나무관세음보살..().. 2010-12-05 10:42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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