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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들의 대화 / 민경은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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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들의 대화 / 민경은

 


우(右)발바닥에 손으로 골고루 크림을 발라

좌(左)발바닥에 마주 비벼 고루 발라준다.

좌발이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좌발 정강이가 저리면 우발이 문질러 준다

절뚝거리며 걸을 때 좌발이 무거우면

우발에 체중을 실어

순간이라도 좌발이 쉬게 한다

좌발은 뭔가 보답할 게 없는가 하고 고민한다.

 

교통사고로 좌고관절 수술후

등어리 침대 붙이고 한달을 보내니,

"등어리 바람 쏘이고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고

두발이 서로 보고 말했다.

좌발바닥 두께가 한켠 더 있는 것 같고

무디고 저리고 하면

수시로 우발이 문질러 주며 격려한다

"세월이 가면 나을거야."

수술로 조금 긴발이 좀처럼 짧아지질 않는다

"긴다리에 적응을 하라."고

우발에게 좌발이 미안하다며 말한다

또 아픈좌발이 말한다

"아무리 낙천적인 성격이라도

가끔씩 우울해 진다."고

또, "예전에 무심코 보았던

TV의 장애 프로그램도 유심히 본다." 고

아픈 좌발은 공연히 눈물이 난다.

 

"이 세상 소중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무생물도 수명이 있는 걸 보면

생명이 있으니 어찌 소중하지 않겠냐."고

"손이 발가락에 닿지 않아

엄지 발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니

아프기 그지 없고,

평소 몰랐던 부분이 소중해 지기도 한다."고

 

아픈발을 비벼주며 우발이 말한다.

"좌발이 아프고 보니 몸과 마음이 하나라."고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게 된다는 걸

절실히 느끼게 된다."고

좌발은 몸이고, 우발은 마음이 되어간다.

이제 양말은 못 신켜 주어도

덧버선은 우발엄지와 검지에 꼭끼고

좌발에 신켜준다.

 

아픈 좌발이 말한다.

"수술 안하겠다고 버티고,

걱정하고  원망함도 덧없다."고

"걱정해주고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주는

우발에게 보답하는 길은

회복에 전념해야 한다."고

좌발은 다짐을 해본다.

 

혼자 합창녹음해 부르고 하더니,

'남자의 자격' TV프로그램의

박칼린 지휘자 선생님과 합창단들의

눈물에 같이 울던 좌발이

"빨리 나아서 합창연습하러 가야 한다."고

우발에게 말하며 눈치를 본다.

그리고 "시골에 계신 시어먼님도

집으로 모셔야 한다."고 걱정하는 좌발에게

우발은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다.

옆에서 한손이

"합창단은 당분간 생각도 말라."고

일침을 준다.

  • 장경자 소리없는 대화가 진리의 소리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라는 메새지... 오늘은 제 수족도 대화를 하나? 상상해 봅니다....
    2010-12-10 14:56 댓글삭제
  • 이숙근 주인공은 못되고 심부름꾼들이지만 건강해야 되겠죠.법당을 바치고 있는 중요한 한부분들.감사합니다, 육체의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갑니다.....행복하세요.............마하반야바라밀 _()()_ 2010-12-12 15:53 댓글삭제
  • 서용칠 손발이 척척맞아야 일이잘되는것처럼 발 발이 맞아야 균형이 잡혀진다 2010-12-13 09:36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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