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년(庚寅年)의 마지막 군 법회를 하면서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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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년(庚寅年)의 마지막 군 법회를 하면서
12월 넷째주 일요일이라 군 법회에 가기위해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고 새 내의로 갈아
입었다. 어제오늘 기온이 12월 날씨로는 30년만의 추위로 서울의 기온이 영하 16도라
고 해서 옷을 단단히 입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기 전에 날씨가 워낙 추우면 몸도 시원찮은 내가 건강에 이상이 올까봐 오늘
은 아예 택시를 타고 가기로 작정했다. 다른 때 같으면 대중교통수단인 전철을 타고
의정부 역에서 내려 다시 송추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고는 송추 원각사 입구의 간
이 정거장에 내려, 도보로 근처에 있는 9200부대 정문으로 가서는 주민등록증과 출입증
을 교환하고 다시 500미터 정도 걸어서 군 법당으로 들어서는 것이 상례이지만 날씨 관
계로 처음 택시를 타고 군부대 정문까지 간 것이다.
정문에서 법당까지 걸어가는데 생각만큼 그렇게 추운 것 같지는 않았다.
택시기사 말대로 바람이 없는 탓이거니하고 생각했다. 10시 쯤 법당안으로 들어서니
봉사하는 몇분의 보살님들이 먼저 도착해서 주방에서 열심히 간식꺼리를 만들고 있었
고 법당에는 병사들이 일부 먼저 와 있었다. 대기실로 가서 잠시 앉아있는데 군종병이
와서 법회절차를 묻는다. 종전까지 하던 군종이 전역하게되어 신임군종병이 사회를 맡
은 모양이다. 절차를 간단히 얘기해주자 10시 10분부터 법회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법회시간에 맞춰 법복으로 갈아입고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삼귀의, 찬불가, 반야심경,
입정, 설법순서에 따라 법상으로 나아갔다. 불단에 향을 올리고 법상에서 병사들을 바
라보니 다른 때와는 달리 참석자가 많아 보였다. 대략 30~40명 정도 참석하였는데 오
늘은 60여명이 참석하였다. 그것도 다른 때와는 달리 줄을 가지런히 맞추어 앉아있었
다. 그러고보니 불단의 청소도 다른 때보다 깨끗하고 촛불도 여섯개를 정갈하게 밝혀
놓고 있었다. 설법중에 병사들이 조는 것은 기본인데 오늘따라 추운 날씨에 따뜻한 법
당에 앉았으니 고개는 절로 수그러지고 더욱 졸릴 것이다. 3/2정도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봉사하시는 금강심보살이 졸지말고 법사님의 말씀을 잘 경청하라고 닥달이다.
법사의 법문을 잘 듣지 않으면 소 한마리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면서 병사들이 졸지 못
하게 하고있었다. 이 말을 듣는 내가 심히 부끄러웠다. 요즘은 좀 달라졌지만 얼마전까
지만해도 법당은 아예 쉬로 오는 장소로 인식하는 병사들이 많았다. 군기가 빠진 병사
들에게는 좋은 법문도 그다지 별무였던 것이다. 그래서 나도 으례 그러려니 하고 법회
를 진행하여 왔는데 북한의 도발이후 군의 기강이 바로서자 법회에 참석하는 인원도 많
아지고 태도도 조금 달라진 것을 지난 달에 느낀바가 있었다. 그래도 그러려니 하는 생
각으로 그동안 익혀진 습대로 법회를 진행하는데 오늘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금강심보살님이 병사들을 적극적으로 나무라거나 격려하면서 법회에 임하게 하는 것이
었다. 그런데 병사들의 반응이 이외로 잘 순응해주는 것이다. 사실 군법회를 하다보면
몇몇 병사가 설법중에 자기들 끼리 얘기하고 입정에 들어서도 떠들고 해서 몇번 나무랐
지만 워낙 민주화된 군대라 별로 약효가 없어 포기하고 지내왔던 것이다. 그나마 법당에
와주는 것만으로 뭔가 달라지겠지하는 생각으로 참아왔던 것이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
서 역시 군인은 군기가 바로서야 된다는 것을 실감하였다. 금강심보살의 적극적인 활약
으로 법회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지자 나도 활기가 돌았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매너리
즘에 빠진 것을 새삼 반성하게되었다.
9200부대는 원래 군2팀의 포교사들이 주별로 소임을 맡아 열심히 활동해오던 것을 금년
들어 팀 개편과 함께 2팀이 다른 팀에 통합되게 됨으로써 포교사들의 활동이 중단되었다
고한다. 그래서 병사들이 그다지 기대하지 않은 일요법회가 되었지만 매월 4주만은 내가
근 5년이상 여일하게 맡아 왔던 것이다. 내가 이렇게 여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자신
이 불심이 특별히 강하거나 포교의 원력이 깊어서가 아니다. 사실 나는 통일팀 소속으로
탈북자인 새터민포교가 포교사로서의 나의 주임무이다. 그런데 나를 이법당으로 안내한
법당 봉사자인 금강심보살님과 그 일행분들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병사들에게 먹거리를
준비하고 마련하는 관계로 내가 빠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원래 나는 포교사가 되기 2년전인 2000년도 부터 우연한 인연으로 벽제 1군단 병원의 군
법당에서 약 5년 정도 법회를 맡아왔는데 어느날 금강심 보살님이 9200부대 법당에 법사
가 부족하니 내가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2군데를 다니다가 나의 원찰인 길상사
의 신도중에서 불법공부가 깊고 신심이 두터운 거사님을 초청하여 잠시 백제병원을 맡아
달라고 임기응변으로 부탁해서 지금까지 코를 꿰어놓고는 나는 지금 다니는 법당에만 전
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벽제 법당을 5년만에 손을 놓고 이쪽 법당에서 법회를
맡아 본지도 어느새 5년이 된 것이다.
이왕 말이나온 김에 금강심보살님과의 인연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금강심보살님과 나는 동산불교대학교 동문이고 함께 공부한 도반이다. 나는 잘 몰랐지만
그때 금강심보살님이 나를 눈여겨 보았던 모양이다. 그런 연유로 나를 이 법당으로 끌어
들였고 나도 군말없이 지내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금년들어 금강심보살님이 다른 일로 봉
사활동을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중 보살님을 태우주시던 거사님이 중풍으로 입원
하게 되어 더더욱 군법당에 못나오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하다가 나중에 소식을 듣고 병문
안을 간다는 것이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난 달 일요법회를 마치고 꼭 병문안을 가야겠다고
작정하고 군법당을 들어와보니 시간이 이른 탓인지 병사들은 없고 텅빈 법당에서 보살님
한분이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하고 있었다. 뒷모습을 보니 금강심보살님 같기도 했지만 병
원에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먼저 온 대대행정관에게 물어보니 금강심보살님이라고 했다.
대기실에서 행정관과 이야기를 하면서 열린문으로 법당쪽을 바라보는데 기도를 마친 금
강심 보살님이 나를 보고 정중하게 삼배를 올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당황하여 엉겁결에
같이 삼배를 올렸다. 그동안 여러가지 사정으로 오지 못했다고 하면서 나에게 감사의 절
을 올린다는 것이다. 너무나 황망하고 비록 맞절을 했지만 절을 받는 나 자신이 부끄러
웠다. 이렇듯 청정하지 못한 나에게도 부처님을 대하듯 공경하게 절을 올리는 보살님의
행위가 곧 불보살님의 마음이라고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 틈에 보살님을 만나 그동안 문
병하지 못한 일을 변명하면서 여비에 보태어 써시라고 지극히 약소한 위문금을 거절하지
못하게 전달해 드렸던 것이다. 그 일이 지난 11월 4주째 일요법회 때의 일이었다.
그런저런 일들을 모두 잊어버리고 오늘 법단에 섰다가 금강심보살님의 병사들을 일깨우
는 모습을 목격하고 다시한번 자신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는 군법회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재미있는 법회를 진행하도록 해야겠다는 자기반성과 용기를 얻게 된 것
이다. 보살님 한분의 적극적인 행동이 병사들의 마음과 나의 마음을 함께 일깨워준 계기
가 된 것이다. 군 법회의 보람을 모처럼만에 느낀 날이었다. 一心이淸靜하면 法界가 淸靜
하다는 말씀을 절감한 하루였다.
2010년 12월 26일 지우 허태기 합장.
- 서용칠 일기일회로 좋은인연을 선근으로 이끄시고 , 지우 포교사님의 신행 존경합니다 , 저희 서경 군8팀에서도 어제 47명의 새로운 병사가 수계를 받았습니다 청운(대원정사 주지) 스님을 계사로 모시고 여법하게 회향하였습니다 2010-12-27 10:15
- 류재창 허태기 포교사님의 글 잔잔한 감동으로 읽었습니다.. 포교일선에서 수고하시는 포교사님들의 원력이 새로워지고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 그 역할을 다하시고자 하는 진솔한 마음이 제 마음에 와 닿습니다. 2010년 한해도 포교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적광 합장.._()()()_ 2010-12-27 12:01
- 허태기 군부대병사들의 수계행사는 군포교의 꽃입니다. 참으로 훌륭한 일들을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12-28 13:39
- 인성호 선배님 군제대하면 반드시 대한불교청년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연락해서 신행생활 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세요 불펍홍포의 사명을 다하는 선배포교사님게 깊은 감사드립니다. 2010-12-28 13:44
- 허태기 감사합니다. 한분의 정성이 여러사람을 감동시키는가 봅니다. 이참에 저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군포교를 10년 정도하고나니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여건으로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日新 又日新 해야 하겠습니다. 2010-12-28 13:44
- 허태기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날마다 좋은날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2010-12-29 09:34
- 이창영 허태기 포교사님의 글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포교사 자격증을 취득한후 포교현장에서 만나뵐 수 없는 분도 많으신데 금강심 보살님처럼 묵묵히 불교포교에 애쓰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것에 불교의 미래가 밝다는 것에 가슴 뿌듯함을 느낍니다. 매일 추위가 계속되는 올겨울에 지우 포교사님 건강조심하시고 다시한번 좋은글 감사합니다..법인 합장 -()- 2011-01-05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