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불교계는 지속적인 ‘종교편향’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2008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8.27 범불교대회’ 이후, 공직자의 종교편향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이 제정되고 ‘공직자종교차별센터’도 개설됐지만 현실은 좀체 나이지지 않고 있다. 잇따르는 공직자들의 종교편향 발언이나 행위는 단순히 ‘개인적 실수’일까? 아니면 공직사회에 형성된 ‘종교적 분위기’ 때문일까? <불교포커스>는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의 종교 실태를 점검했다. |
최근 몇 년 사이 정치인들의 ‘종교’가 사회적인 관심거리가 됐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지고 나면 종교 언론과 단체들은 ‘불자의원 0명’ ‘기독국회의원 0명’을 헤아리기 바쁘다. 선출직 공무원들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임명직인 내각 인사들을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 영남) 라인’으로 채워 여론의 비판을 받았고, 공직자 임명 때 마다 그들의 종교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 고위공직사회는 어떨까? <불교포커스>가 고위공직자들의 종교성향에 돋보기를 대 봤다. 결과는 훨씬 심각했다.
고위공직자 불교:기독교=1:6 넘어서
국무총리를 포함한 장ㆍ차관, 처ㆍ청장(차관급 제외) 72명 중 불자는 단 7명에 불과했고 개신교(29명)와 가톨릭(16명)을 합친 기독교 신자는 45명에 달했다. 해당 조사 범위 내에서 기독교 신자 비율이 60%를 넘어선 것이다. 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발표한 18대 국회의원 중 기독교인 비율인 40%(299명 중 119명)도 훨씬 웃도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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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신자로 확인된 박재완고용노동부장관 원세훈국가정보원장 설동근교과부1차관 최원영보건복지부차관 김해진특임차관 이건문문화재청장 이수원특허청장(사진왼쪽부터 출처-네이버) | 앞서 2008년 <한국일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무총리와 장차관 39명의 종교는 개신교(13명), 가톨릭(9명), 불교(2명)이었다. 기독교 신자의 비율이 54.4%이고 불교가 5.1%인 셈이다.
국민 종교인구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공직사회의 종교편중은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이 실시한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의 종교별 인구 분포를 보면, 종교를 가진 53.1%의 국민 중 개신교와 가톨릭을 합친 기독교인 비율은 40.8%이고 불교 인구는 22.5%이다. 그럼에도 고위공직자의 종교인구 비율은 기독교가 62%, 불교는 9%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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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교신자로 확인된 김관진국방부장관 정병국문광부장관 유정복농림수산식품부장관 최시중방통위원장 임채민국무총리실장 김영란국민권익위위원장 노대래조달청장 이영종진실화해위원장 정종수중앙노동위원장 류성걸기재부2차관 신각수외통부1차관 김영후병무청장 안현호지경부1차관 민승규농촌진흥청장(사진왼쪽부터 출처-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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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신교신자로 확인된 김황식국무총리 김성환외통부장관 맹형규행안부장관 진수희보건복지부장관 이만의환경부장관 백희영여성가족부장관 정종환국토해양부장관 이재오특임장관 현병철국가인권위원장 정호열공정위원장 김석동금융위위원장 김준규검찰총장 임종룡기재부1차관 민동석외통부2차관 엄종식통일부차관 황희철법무부차관 김남석행안부1차관 안양호행안부2차관 모철민문광부1차관 박선규문광부2차관 김재수농수산부1차관 문정호환경차관 김희국국토해양부2차관 정선태법제처장 김양국가보훈처장 장수만방위산업청장 김동선중소기업청장 한만희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사진왼쪽부터 출처-네이버) | 공직자별 종교성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김황식 국무총리와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 이만의 환경부 장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금융위원회위원장 등 29명이 개신교 신자로 파악됐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등 16명은 가톨릭 신자다.
불자로는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1차관, 최원영 보건복지부 차관, 김해진 특임차관, 이건무 문화재청장, 이수원 특허청장 등 7명이 손에 꼽히는 전부다. 이 밖에 무교로 파악된 공직자가 19명이며, 현재 감사원장은 공석이다.
이번 조사는 국무총리와 장ㆍ차관, 처ㆍ청장(차관급 제외) 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언론사 인물정보와 인터뷰, 관련 기사,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을 종합해 이뤄졌다.[아래 표 참조]
잇따른 공직자 종교편향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일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불자 비율이 적은 것에 놀라는 이가 있는 반면, 그간 계량화된 수치로 나타나지 않았을 뿐 고위공직자의 종교성향 편중은 늘 있어왔던 일이라 체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반면 이런 반문도 가능하다. 고위공직자를 임명하는데 종교까지 고려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또한 “불자 중에 인재가 없어서 임명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임명직 공직자의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라 할 수 있는 ‘고소영 라인’ 파동은 단순히 그들의 종교가 개신교라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능력과 자질보다 개인적 혹은 신앙적 네트워크에 기반한 인사를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정치인 이전에 신앙인’ MB의 공직인사
하지만 이것이 ‘능력과 자질’이 있으면 종교적 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은 곤란하다. 고위공직자의 종교가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넓고 깊기 때문이다.
흔히 “사단장 종교에 따라 군인들 종교가 바뀐다”고 말한다. 군대나 공무원 사회 같은 폐쇄적인 조직일수록 수장의 종교 활동이 조직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종교에 대한 애착이 높을수록 ‘아랫사람’ 들의 눈치보기는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경호처 차장이 ‘정부부처의 복음화’가 꿈이라고 발언한 일이나 구청장이 공무원들에게 기도회에 동원한 예 등은 숱하게 반복되는 일이다.
더구나 ‘정치인이기 이전에 신앙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명박 대통령 아래서 라면 우려는 더욱 깊어진다. 자신의 약속까지 번복하고 두 차례나 청와대로 목사를 불러 예배를 한 이 대통령은, 2008년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자신을 위한 특별기도를 올린 김황식 당시 대법관을 감사원장에 임명했다. 이후 그는 국무총리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국민들이 고위공직자의 ‘종교’를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장ㆍ차관(차관급 제외) 종교현황>
불교 |
1 |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
2 |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
3 |
설동근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 |
4 |
최원영 보건복지부 차관 |
5 |
김해진 특임차관 |
6 |
이건무 문화재청장 |
7 |
이수원 특허청장 |
개신교 |
1 |
김황식 국무총리 |
2 |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 |
3 |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 |
4 |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 |
5 |
이만의 환경부장관 |
6 |
백희영 여성가족부장관 |
7 |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
8 |
이재오 특임장관 |
9 |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
10 |
정호열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
11 |
김석동 금융위원회위원장 |
12 |
김준규 검찰총장 |
13 |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
14 |
민동석 외교통상부 2차관 |
15 |
엄종식 통일부 차관 |
16 |
황희철 법무부 차관 |
17 |
김남석 행정안전부 1차관 |
18 |
안양호 행정안전부 2차관 |
19 |
모철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
20 |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
21 |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1차관 |
22 |
문정호 환경부 차관 |
23 |
김희국 국토해양부 2차관 |
24 |
정선태 법제처장 |
25 |
김양 국가보훈처장 |
26 |
장수만 방위산업청장 |
27 |
김동선 중소기업청장 |
28 |
노연홍 식품의약품안전청장 |
29 |
한만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
가톨릭 |
1 |
김관진 국방부장관 |
2 |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 |
3 |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장관 |
4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
5 |
이영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 |
6 |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
7 |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
8 |
정종수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9 |
류성걸 기획재정부 2차관 |
10 |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 |
11 |
안현호 지식경제부 1차관 |
12 |
노대래 조달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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