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자유게시판

1주일간의 중생살이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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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맑음(화)

 

이른 새벽에 비가 내린 탓인지 하늘이 맑고 깨끗했다.

권영익 통일분과위원장의 부친상 소식을 듣고 의복과 시다림도구를 챙기고는 오후

12시 반에 집을 나서 2시 10분경 고대구로병원영안실에 도착했다. 2층 영안실에서 

한동안 기다리다가 뒤이어 도착한 통일팀 포교사들과 같이 3시 30분경 영가를 위한

시다림법회를 가졌다. 삼귀의와 입정 및 착어, 금강경독송, 반야심경, 3배순으로 법회

를 마치고 접대실로 가서 음료수와 간단한 음식을 들면서 도반들과 덕담을 나누었다.

한 두명을 제외하고 통일팀소속 포교사 모두가 참석한 것 같았다.

 

영안실을 나오다가 잠시 다실에 들려 함께한 포교사들과 얘기를 나누다가 00포교사

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00포교사의 아파트가 있는 근처까지 와서 00포교사의

권유로 동승한 박태수 포교사와 함께 부근의 호프집에 들려 00포교사가 일부러 집에

들려 가져온 스님으로부터 선물받은 잣나무 약술을 반잔 정도 마시고는 통닭구이를

안주로 못다한 얘기를 나누면서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주로 00포교사의 특별

한 불연에 의한 신비한 증험담을 듣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

에 자리에서 일어나 전철편으로 집으로 돌아오니 12시가 거진 다 되었다.

 

3월 2일/맑음(수)

 

아침 창문에 비친 눈내린 북한산 정상을 바라보다가 산정상을 아름답게 장식한 흰

눈을 보니 시상이 절로 떠오른다. 잠깐동안 떠오른 시상을 머리에 깊히 새기고서는

메모를 했다.

 

오후 6시 무렵이 되어 도봉산 약수터로 향했다.

일주일전만 해도 꽁꽁 얼어있던 개울의 얼음이 어느새 절반이상이 녹아있었다.

얼음이 녹은 물도 깨끗하지만 흘러내리는 물소리도 봄을 알리는 새소리와 함께 무척

청량하게 들린다. 

 

오늘부터 갑자기 기온이 영하 5도로 내려간 탓인지 추위로 인한 맑고 써늘한 기운

이 정신을 맑게 해준다. 샘터에 도착하니 물받는 사람이 없어 곧장 물을 받아 내려

올 수 있었다.

 

저녁식사를 하고는 아침에 떠오른 시상의 메모지를 참고하여 시를 쓰고 정리하였다.

한편의 시를 정리하여 완성하는 데는 상당한 에너지가 소요되는 고통스러운 작업과

정을 거치는 것이 통례이다. 이는 글을 쓰는 사람들 만이 겪게 되는 은밀한 아픔인지

도 모른다. 

 

3월 3일/맑음(목)

 

맑고 쾌청한 날씨다. 하지만 날씨는 어제보다 조금 더 춥다고 한다.

오늘은 특별한 일도 없기에 불교신문과 인터넷의 글들을 보면서 하루를 보내었다. 

 

3월 4일/맑음(금)

 

어제에 비해 날씨가 많이 풀렸다. 하늘은 여전히 맑고 탁 트였다.

길상사 사무장으로부터 내일 초하루 법회를 위해 사회를 보아달라는 부탁의 전화를

받았다.

 

모처럼 동네 목욕탕에 들려 이발을 했다. 흰머리가 많으니 염색을 하라는 것을 다음

에 하겠다고 했다. 이발사에게 염색을 하면 열흘정도는 머리가 근지러워 몹씨 고통

스럽기 때문이다. 탕속에서 몸을 풀고 나오니 몸이 가벼운 느낌이었다. 목욕비 4천원,

이발비 7천원을 지불했다.

 

3월 5일/흐림(토)

 

음력 초하루 법회의 사회를 보기위해 길상사로 갔다.

오늘 법문은 새로오신 주지스님인 덕운스님께서 처음으로 법회를 보시는 날이다.

처음 법단에 서신다면서 참 소탈하신 모습으로 법문도 간단하게 하셨다. 신도님들이

일제히 환영하는 박수를 쳐드린다. 법회를 마치고 공양간으로 가서 점심공양을 하고

법운거사와 길상다실에서 잠시 차담을 나누고 나왔다. 

 

3월 6일/맑음(일)

 

일요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길상사로 갔다.

오늘 법문은 새로 오신 선원장스님이 법화경의 내용에 대한 말씀을 하셨다. 법회가

끝난 뒤 공양간으로 가는 도중 맑고 향기롭게의 새 이사장이 되신 현장스님께서 공양

후에 행지실에서 차 한잔 하고 가라는 얘기를 듣고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선열

당으로 갔다.

 

선열당에서 점심공양을 하고는 거사림도반들에게 오늘 거사림법회는 내가 포교사단

OT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에 부득히 주관할 수 없게 되어 대신 향적포교사로 하여금

대신 하도록 부탁했다고 양해를 구했다.

 

점심공양을 마치고 행지실로 가서 현장스님을 뵈었다.

스님께서 차잔을 따르면서 맑고 향기롭게의 그동안의 일들에 대해 대략 말씀하여

주셨다. 스님 한분이 오셨기에 두분께서 말씀을 나누시라고 하고는 자연스럽게 스님

방을 나왔다.

 

오후 2시부터 실시되는 전문포교사 강사 OT에 참석하기 위해 일주문앞에서 택시를

잡아 타고 조계사 앞에서 내렸다. 마침 조계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료 포교사와

만나 함께 맞은 편에 있는 템플스테이센터 3층으로 올라갔다. 대략 20여명의 전문포

교사가 교육에 참석하였다. 곽명희 부단장의 교육취지와 방향에 대한 설명에 이어

포교국장인 남전스님의 말씀을 마무리로 교육을 마쳤다. 앞으로 언제 어디서 어떤

내용으로 신임포교사를 상대로 교육할 내용과 일자 및 준비사항은 추후 실무진에서

통보하는 것으로 결론을 보았다. 교육을 마치고 나오다가 철우 도반과 같이 부근에

있는 식당에 들려 저녁식사를 하고 한동안 얘기를 나누다가 전철을 타고 돌아왔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오는 도중 길상사의 거사림법회가 무사히 진행되었는지 궁금

하여 지일거사에게 전화했더니 20명이 참석하여 향적거사 집전하에 무난히 진행되

었다는 얘기를 듣고 마음이 놓였다.  

 

3월 7일/맑음(월)

 

오전중에 가산선배로부터 오후에 만나 식사나 같이 하자는 전화연락을 받고 오후 

5시경 충무로에 있는 서울문학 사무실로 갔다. 사무실에 있는 안면있는 분들과 인

사를 나누고 한동안 사무실에서 지내다가 가산선배님과 둘이서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에서 돼지고기 찌개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반주로 소주 몇잔을 마셨다. 음식을

들면서 선배님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도 상대방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방편의

하나라 생각하고 얘기를 들었다. 사람 사는 곳에는 늘 愛憎이 따르기 마련인 모양

이다.

 

한참을 같이 앉아있는데 못마시는 술을 몇잔 마신 탓인지 몸이 정상이 아니다.

어지럽고 호흡이 부자연스러웠다. 자리에서 일어나 전철역에서 선배와 헤어지고

전철을 기다리는 동안 곧 쓰러질 것 같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자동침으로 사혈

을 찔러보기도 하고 손가락과 발가락에 침을 찔러 피를 내어가면서 간신히 몸을 추

슬렀다. 지하철을 타고 회기역을 벗어나니 조금 살 것 같았다. 무사히 집에 도착하

니 괜찮아 보였다.

 

오늘도 어려운 고비를 잘 넘긴 셈이다. 이래저래 인생은 고(苦)인가 보다. 나는 거

의 매일이다시피 苦와 다투거나 苦와 함께한다. 참 業이 많은 衆生이다.

 

 

  • 서용칠 지우 시인께서 글 쓰는 고통을 말씀하셨습니다 .
    이세상을 바꾸는이는 무력도 아니고 재력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다
    오직 몽상가같은 글쓰는이가 이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바꾸어 나가고있습니다
    그래서 문인은 위의 세가지와 적당이 거리를 두고 평행선으로 가야지 너무 접근하면않됩니다 .
    2011-03-10 10:48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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