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민속] 오방색과 금줄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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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과 금줄
오방은 음양오행사상에 따라 우주만물을 구성하는 다섯 원소인 목.화.토.금.수의 오행(五行)과도
직결되어 '완전한 전체' 라는 의미를 지닌다. 청.적.황.백.흑이 오방을 상징하는 색깔이 되어 동방은
목(木)의 기운을 지닌 청색, 남방은 화(火) 기운의 적색, 중앙은 토(土) 기운의 황색, 서방은 금(金)
기운의 백색, 북방은 수(水) 기운의 흑색이 오방색으로 배치된다.
오행의 기운을 모두 갖추면 완전하고 좋은 것이라 여겨 전통적으로 중요한 일을 할 때는 오방색을
사용해왔다. 민간의 오광대놀이 등에서도 오방기를 사용하거나 오방색의 옷을 입고 춤을 춤으로써
공동체의 무사평안을 기원하였던 것이다.
소매를 오색으로 장식한 색동저고리, 오색천을 이어 주머니로 만든 오방낭자 등은 오행을 두루 갖춘
복식으로써 벽사 기복한 것이며, 잔칫상에 올리는 국수에는 오색의 고명을 얹어 장수를 기원하는 의
미를 더했다.
신성과 금기의 공간을 드러내는 금줄 또한 오행과 관련된다.
출산 후 3.7일간 대문에 금줄을 걸 때 고추.솔가지.숯.백지 등을 달았는데, 인느 곧 산모와 아기를
보호하고 부정을 쫓기 위한 오방색의 상징물이다.
새깨줄은 황색, 솔가지는 청색, 고추는 적색, 백지는 백색, 숯은 흑색을 나타내며, 이들 요소는 오행
의 각 색깔을 띠었을 뿐만 아니라 정화.축귀.생명력을 지닌 것들로 구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고추는 붉은 색이 벽사(삿된 것을 물리침)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장독 등에 두르는 금줄에도
빠짐없이 달았는데, 출산 후의 금줄에서는 점차 남성의 성기를 나타내는 '고추 = 아들' 이라는 상징
성으로 변환되었다. 붉은 고추가 아들과 연결됨에 따라 색깔의 짝을 맞추기 위해 푸른 솔가지로써
딸을 나타내기도 한다. 본래 청색은 남성, 적색은 여성을 뜻하지만 고추가 지닌 아들.남성으로서의
강한 상징성이 색깔의 상징을 넘어선 것이라 하겠다.
1925년에 발간된 월간지 <불교>에서 안진호(安震湖) 스님은 불교식 출생의례를 다루는 가운데, 출
산 후 금줄을 달 때 솔가지.숯.고추 외에 '梵' 자를 쓴 백지를 추가하면 5색 금기가 되어 모든 장애가
없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왼새끼로 꼬아 비일상의 신성성을 지니게 된 새끼줄에, 오행의 기
운을 두루 갖춘 요소를 매달고, 거기에 신비로운 힘을 지닌 '범' 자까지 써놓는다면 그 어떤 삿된 기
운도 침범할 수 없을 것이다.
- 구미래 / 민속학 박사. 성보문화재연구원 연구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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