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주[7일간의 일기]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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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맑음(금) 아직은 찬 기운이 아침 저녁으로 드나드는 계절이다. 10시 반쯤 집을 나서 전철을 타고 종각역에 내렸다. 3번출구로 나가 12시경에 동료와 만나 부근에 있는 한식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함께 지하철을 타고 명동역에서 내렸다. 명동성당을 보고싶다는 동료를 위해 골목길을 따라 성당안으로 들어가서 잠시 둘러보 았다. 성당안에는 몇사람의 신도들이 의자에 앉아 묵상하고 있었다. 성당을 나와 택시 로 남산 케이불카을 타는 곳까지 가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남산의 정상으로 향하여 출발 하는 데 신경장애로 인한 어지럼증으로 눈을 감았다. 마음속으로 무아를 관하고 눈을 뜨니 견딜만 했다. 케이블카에 내려 조금 걸어올라가니 남산의 정상이다. 수십년만에 올라와 보는 남산이다. 팔각정에 앉아서 마침 사물놀이와 함께 무예단원들 의 조선시대의 검술과 무술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남산정에서 한동안 무예시범을 보고는 동료와 같이 반대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니 버스 주차장이 있었다. 주차장에서 한동안 기다리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남대문시장 앞에서 내렸다. 신세계백화점까지 걸어서 부근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동료와 헤어지고는 전철 을 타고 집으로 왔다. 풀어진 듯 느슨한 봄날씨에 오랫만에 나들이 삼아 남산을 오르내리고 서울시내를 좀 걸 었더니 무척 피로했다. 집에 도착하여 잠시 쉬었다가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4월 2일/맑음(토) 7호선 전철을 타고 10시 30분경에 상봉역에 도착하여 춘천가는 중앙선을 타기위해 잠시 걸어서 춘천행 전철역사로 갔다. 이곳에서 재경중학동창들과 만나 전철편으로 춘천으로 가기로 약속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예정시간보다 늦게 도착하다 보니 일행의일부는 먼저 떠나고 남아서 기다리고 있는 6명의 동창들과 같이 11시 급행전철을 타고 12시 10분에 남춘천역에 도착하였다. 전철에서 내려 조금 먼저 도착한 동창들과 만나 기다리고 있던 강교수의 안내로 역 근처에 있는 우성 닭갈비 집으로 들어갔다. 이 집이 춘천에서 이름 있는 닭갈비 집이라고 한다. 닭갈비 1인분에 만원이었다. 닭갈비를 안주삼아 상황버섯으로 만든 술과 준비해온 양주 로 술과 음식을 들면서 정담을 나누었다. 이 자리는 춘천에 자리잡고 있는 강교수가 마련 한 것이다. 한참 얘기가 오가는 도중에 손00 동창이 속초에서 버스를 타고 찾아왔다. 참으 로 오랫만에 보는 친구이다. 중학졸업 후 50여년만에 만나는 친구였다. 걸걸하고 호탕한 태도로 친구들을 대하는 모습이 아직도 에너지가 넘쳐보인다. 황소라도 때려잡을 기세였 다. 모두 12명의 동창생들이 모인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운동삼아 한동안 걸어가다가 '별당' 이라는 초가로 된 집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유명한 춘천 막국수 집이라고 한다. 이 집에서 못다한 정담과 최교수의 제의로 각 자 나름의 지나간 인생살이를 간단한 안주와 술로 반주삼아 애기 나누고 막국수로 저녁 식사를 대신하고는 택시로 춘천역으로 갔다. 춘천역에서 서울행 전철을 타고 다시 상봉역에 내려 동창들과 헤어지고는 전철편으로 집 으로 왔다. 모처럼 먼곳까지 나들이를 한 즐거운 하루였다. 4월 3일/맑음(일) 길상사의 일요법회에 참석했다. 오늘 법문은 새로 부임한 주지스님이신 덕운스님이 하셨 다. 禪수행만 20년 이상 해오다가 주지가 되셔서 그런지 말재주가 별로 없으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법문도 준비해온 내용을 읽어가면서 하신다. 스님의 꾸밈없고 순수한 그 모습 이 보기에 좋았다. 스님의 때묻지않은 환한 미소가 많은 법문을 대신해준다. 오후 1시에 설법전에서 거사림법회가 진행되었다. 참석인원을 확인하니 24명의 거사님들 이 참석했다. 최근들어 제일 많이 참석한 것 같았다. 주지스님께서 처음으로 거사림법회에 참석하셔서 거사들에게 주로 향후 길상사의 운영에 대한 여러가지 건의를 청취하고 답변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으로 길상사의 사찰운영은 신도들의 중지에 따르겠다고 하신다. 거사림 법회가 끝나고 삼선교 근처에 있는 해물탕집에서 몇몇 거사들과 같이 음식을 들면 서 길상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를 주고 받았다. 7시경에 자리에서 일어나 청와대에 근무하는 법운거사와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다가 다방에 들려 차 한잔 하고 가 자는 법운거사의 권유에 따라 가까운 커피숖에 들렸다. 커피를 마시면서 또다시 길상사의 운영방향에 대한 법운거사의 얘기를 듣다가 저녁 10시 무렵에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대방의 얘기를 장시간 들어주다보니 몹씨 피로했다. 거사림 법회를 필두로 무려 10시간 가까이 앉아서 지낸 셈이다. 4월 4일/맑음(월) 최근 사흘간 무리를 한 탓인지 몸이 무겁고 몹씨 피로했다. 집에서 쉬면서 법문자료가 될 만한 내용을 불교신문에서 발췌하여 인터넷에 올렸다. 4월 5일/맑음(화) 오늘도 불교신문의 내용중 법문에 참고가 될만한 내용을 발췌하여 인터넷에 올리는 작업을 했다. 향적 거사로 부터 오늘 아침에 모친상을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거사림 상조부장에게 연락했다. 내일 저녁무렵에 길상사 거사들과 함께 문상을 가야할 것 같다. 오후에 가까운 동네 목욕탕에 들려 이발과 머리염색을 했다. 목욕비 4천원, 이발비 1만 4천원, 합계 1만 8천원을 지불했다. 목욕탕을 나와 어둠이 깃드는 중량천을 향해 걸었다. 운동기구가 있는 쉼터에 이르러 기구를 이용, 한동안 몸을 풀다가 집으로 돌 아 왔다. 4월 6일/흐림(수) 샤워를 하고 내의를 갈아입은 다음 시다림 도구를 챙겨들고 전철을 이용, 오후 5시 반경 길상사에 도착했다. 향적거사의 모친 문상을 위해 6시에 길상사에서 모여 출발하기로 약 속이 되어있었다. 6시무렵이 되어 지오거사와 운상거사가 왔다. 평일에다 워낙 먼 거리라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는 거사들이 많아 부의금만 전달하고 동참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인 사말로 대신했다. 금강거사와는 도중에 만나기로 되어 있다기에 더 올 사람이 없어 운상 거사의 차로 세사람이 타고가다가 시내에서 금강거사를 만나 네사람이 함께 경북 경산시 자인면에 있는 자인장례식장을 찾아 고속도로를 타고 11시 무렵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오는 도중에 조금씩 내리던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했다. 장례식장의 빈소를 찾아 향적거사와 친족들에게 문상을 하고 네사람이 일심으로 시달림 염불을 했다. 50여분간의 시다림행사를 마치고 간단한 음식을 들고 밤 12시 30분에 자리 에서 일어났다. 빈소에서 나오는데 천주교신자인 향적거사의 형님께서 고마움의 표시로 봉투를 주신다. 멀리서 이곳 시골까지 문상오고 염불까지 해준데 대한 고마움이 배어나 는 순수한 마음 같았다. 물론 사양했지만 받아주시라는 간곡한 당부에 거절하지 못하고 받았다. 이곳까지 천리길을 마다하고 함께 온 도반들의 입장도 배려한 것이다. 서울로 올 라오는 길에 비가 점점 많이 내리기 시작했다. 미아리 고개에 도착하여 봉투를 확인해보 니 10만원이 들어있었다. 궂은 날씨에도 함깨한 도반들에게 차비하라고 나눠주고 운상 거사의 차에서 내려 도반들과 작별하고는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새벽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여 시계를 보니 아침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제 저녁 6시에 길상사에서 출발하여 익일 아침 6시에 집에 도착했으니 꼬박 12시간이 걸린 셈이다. 4월 7일/비(목) 아침 6시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일어났다. 밤 사이 잠 한숨 못 자고 아침에 잠자리에 들었는데도 잠이 일찍 깨었다. 점심식사를 하고 한동안 누웠다가 일어났다. 창밖을 보니 비가 제법 많이 내리고 있었다. 지금 내리고 있는 비는 쓰나미로 인한 일본의 핵발전소 붕괴에 따른 미량의 방사능이 함유된 비라고 한다. 이러한 반갑지 않은 봄비가 하루종일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방사능 비, 이 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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