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일기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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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맑음(일) 어제 내린 비로 오늘은 날씨가 맑았다. 오월의 첫날 아파트 창으로 드러나는 활엽수들의 신록이 그렇게 푸르고 싱그러울 수가 없다. 일요법회에 참석하기 위해 길상사로 갔다. 일주문 옆의 안내실에 들려 근무중인 보살에게 지난 주 새터민에게 주기위해 외상으로 가져간 합장주 10개 값 4만원을 주고, 차 한잔을 얻어마시고 는 종각 쪽으로 올라가 도반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마침 지일거사를 만나 함께 경내를 돌 아보는데 길상원의 방문밖으로 두분의 스님이 나와 계셨다. 그중 연로해보이는 스님이 낮이 익 어 자세히 보니 내가 처음 불교에 귀의한 석촌동 불광사에서 최초로 개설한 불교교양대학 1기 로 입학하여 공부할 때 우리를 가르치시던 지환스님이셨다. 그 당시는 광덕스님이 살아계실 무렵으로 불광사의 신도교육이 절정일 무렵이었다. 당시 공부하던 304명의 학생들중에 나의 레포트 내용이 제일 훌륭하다고 칭찬해 주시던 스님 이셨다. 이 인연으로 졸업시에 거사들 중에서 유일하게 내가 우등상을 받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반가운 마음에 길상원으로 들어가 스님께 예를 올리고 옛일을 말씀드렸더니 스님께서도 생각이 나시는 모양이었다. 오늘 초청법사로 스님께서 길상사에 오신 것 같았다. 스님께 인사 를 드리고 문밖으로 나와 길상천을 따라 행지실 쪽으로 지일거사와 함께 돌아보고 내려와서는 법회시간에 맞춰 설법전의 제일 뒷자리로 가서 앉았다. 예상한 대로 지환스님께서 신도들을 위하여 열심히 법문을 하신다. 잠시후에 녹음실로 자리를 옮겨 스님을 설법을 듣고 있는데 주지스님께서 들어오셨다. 스님 께 인사를 드리니 주지스님께서 지환스님과 같이 선방생활을 하셨다고 했다. 법회가 끝나고 점심공양을 한 후에 다시 설법전으로 가서 KBS에서 만든 열반하신 법정스님의 다큐멘터리 영화시사를 1시간 동안 보았다. 스님의 일생을 요약한 영화를 보는 동안 새삼 법정스님이 살 아 계실 때의 모습들이 회상되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영화가 끝나고 2시 반부터 약 1시간 반동안 길상사 불교대학생을 상대로한 박경준교수의 강의 를 청강하고 종무소 직원에게 부탁하여 재경고향문인들의 모임시에 낭송할 나의 시를 20부 복 사하여 받아들고는 일주문을 나섰다. 5월 2일/맑음(월) 햇빛 내리는 개인 날이지만 황사 탓인지 하늘이 뿌였다. 지난 월말경 대한불교조계종전법단 출범 1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문을 써서 포교사단 홈 페이지에 올렸다. 오후에 충무로에 있는 서울문학사무실에 들렸다. 한사장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한사장님이 내 게 부탁한 다음 달 문학지에 싣을 수필원고를 메일로 보내드렸다. 문학지에 내가 수필을 올리 는 것은 서울문학이 처음이 될 것이다. 저녁무렵이 되어 한사장과 가산선배님, 변선생님과 허 선생님 등 원로시인들과 같이 가까운 음식점을 찾아 막걸리 잔을 기울이면서 담소를 나누고 왔다. 5월 3일/맑음(화) 아침에 무심히 침대에 누워있는데 길상사 사무장으로부터 오늘이 초하루 날이라고 연락이 왔다. 내일이 초하루인지 알았는데 오늘이 초하루 날이다. 날짜가 훌쩍훌쩍 지나는 느낌이다. 법회사회를 보기위해 버스를 타고 삼선교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길상사로 갔다. 초하루 법문은 대개가 주지스님이 하신다. 법문이 끝나고 점심공양을 하고는 곧장 셔틀버스를 타고 삼선교에서 내려 전철을 타고 회화 역에 내렸다. 4번 출구를 나와 걸어서 성균관대학까지 가는데 5분 정도 걸렸다. 성대정문옆에 있는 별관 지하2층 석존회관의 강의실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교수님이 들 어오신다. 2시간에 걸친 한문문법수강을 마치고 다시 회화역으로 와서 전철을 타고 모처럼 안암동 포교사단에 들렸다.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는데 마침 한애경(법용화)포교사가 반갑게 맞아준다. 법용화포교사는 전직 TV탤런트 출신으로 재능이 풍부하고 지성미 넘치는 여성이다. 기획팀 팀장으로 주로 포교사단의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포교사로 가끔 포교사단 홈피에 내가 올리는 글에 격려의 꼬리글을 달아주는 배려심 깊은 사람이다. 얼마전부터 국방부의 대북방송라디오 에서 불교계를 대표하여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불교소식을 전하는 라디오방송을 한다고 한다. 한포교사에게 인터넷상의 개인활동보고서 작성 및 제출요령을 배우고 나오는 길에 한포교사 의 차에 동승하여 조계사에 들렸다가 조계사앞의 불교서점에 잠시 같이 들리고는 헤어져 종 각역으로 가는데 마침 풍경소리 포교위원으로 같이 활동하는 이주영 포교사를 만났다. 안부를 주고 받다가 오늘 조계사불교대학 사무실에서 포교국장스님을 모시고 조계사포교사들의 활동 계획에 대한 토의가 있는데 나더러 같이 가자고 한다. 특별한 일도 없기에 따라가 보았더니 안면 있는 포교사들이 반갑게 대해준다. 회의진행사항을 지켜보니 모두가 열성을 가지고 토론 에 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회의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전주식당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함 께 하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니 몹씨 피로했다. 샤워를 하고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 5월 4일/맑음(수) 밀린 일기를 정리하고 어제 법용화 포교사에게 배운, 포교사단 홈피에 사진 올리는 법을 연습 해 보았다. 5월 5일/맑음(목) 햇살이 환히 비치는 맑은 날씨다. 점심식사를 하고 오랫만에 생수를 받기위하여 도봉산 약수터를 갔다. 약수터로 가는 길목의 산길에서 바라본 숲은 신록으로 푸르렀고 진달래와 산벗은 어느새 져버리고 활짝 핀 하얀 철 쭉이 슬픈 듯 핼쑥한 아름다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그렇게 맑을 수 가 없었다. 올해는 특별히 바쁜 일도 없으면서 도봉산의 산벗이 핀 것을 보지 못하고 지낸 것이다. 약수터에 물을 받는 사람이 없어 곧장 물을 받고는 한동안 의자에 앉아 푸른 신록을 바라보면 서 지내다가 물받은 프라스틱 병을 배낭에 가득 넣어 짊어지고는 방학능선을 따라 내려왔다. 등에 진 배낭이 무척 무겁게 느껴져 내려오는 도중에 쉬어가면서 동네에서 가까운 쉼터에 도 착했다. 여기까지 오는데도 힘이 들고 심한 허기를 느꼈다. 쉼터에 있는 평상에 드러누우니 하 늘을 가린 푸른 상수리 나무잎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게다가 서늘한 바람이 불어주니 금상 첨화다. 한동안 평상에 누워서 쉬고는 다시 배낭을 짊어지고 오솔길을 따라 집으로 내려왔다. 산길을 내려오는 도중에 집사람에게 전화하여 삶은 돼지고기와 막걸리를 먹고 싶다고 했더니 저녁식사로 야채류와 삶은 돼지고기에 막걸리를 내놓았다. 내가 식사시에 무엇이 먹고싶다고 특별히 주문한 것은 아마 오늘이 처음일지도 모른다. 술을 잘 못하는 관계로 막걸리 한컵과 삶 은 돼지고기에 된장을 발라 상치쌈을 말아서 맛있게 저녁식사를 했다. 막걸리를 한컵 마신 것 이 몹씨 몸을 무겁게 했다. 얼얼한 기운에 커피를 한잔하고 나니 기분이 좋았다. - 계속 -
- 한애경 법정스님(하루 한 생각) 사심이 없는 무심한 마음은 그러한 마음끼리 서로 통한다. 새와 나무가 서로 믿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것도 그 마음에 때가 끼어 있지 않아서다. 나무아미타불 법용화 합장 2011-05-08 10:03
- 허태기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멋진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날~~ _()_. 2011-05-08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