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일기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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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7일/맑음(토)
오늘은 석가 탄신일을 앞두고 실시하는 연등행사가 있는 날이다.
최근 몇년간 이맘 때 쯤이면 비가 내려 행사에 지장이 많았다. 오늘도 오후에는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나갔는데 다행히 하루종일 개인 날씨였다.
연등행렬은 동국대학 운동장에서 출발하여 종로거리를 지나 조계사 앞까지 수 많은 불자들이
소속사찰의 깃발을 앞세우고 형형색색의 불밝힌 연등을 들면서 시가지를 행진하는 모습은 가
히 장관이다. 이러한 행사를 외국인들이 특히 좋아하여 많은 외국인들이 이 행사를 보고자 종
로 거리로 구경나온다. 오후 4시경에 파고다공원 앞에 천막을 친 포교사단 행사본부에 들려
등록을 하고는 동료포교사들과 담소를 나누다가 거리에 의자 배치하는 것을 잠시 도와주었다.
저녁 6시 무렵이 되자 내가 담당한 VIP석 맞은 편의 불교방송중계석으로 갔다.
이곳을 담당한 포교사는 주로 중계석과 조명대 주위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통제하는 일이
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한 것이다. 연등행사에 앞서 사물놀이패와 무용단의 춤사위가 한껏 분
위기를 고조시키고는 7시 40분이 되자 선도차량과 취타대를 앞세운 연등행렬이 본부석 앞에
도착했다. 뒤이어 각 사찰 단위로 장엄한 연등행렬이 줄을 이어 속속 지나감에 따라 중계석 여
성아나운서의 톤이 점점 높아지고 관중석의 박수소리도 열기를 더해간다.
9시를 조금 넘긴 3시간을 서 있으려니 다리가 아프다.
주위를 둘러보니 함께 있던 포교사들이 안보인다. 잠시동안 주위를 둘러보다가 곽부단장에게
전화하여 언제까지 있어야 하느냐고 물으니 지금 철수하여 조계사 부근에 있는 남해굴밥집으
로 오라고 한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서니 행사장의 포교사들이 모두 와 있었다. 통일팀 도반들
과 함께 막걸리잔을 부딪치며 순두부국밥으로 저녁식사를 시켰다. 덕담과 함께 느긋하게 식사
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종각역으로 걸어오는데 종로 보신각에서 9시 반부터 시민들과 함께
하는 회향 한마당 행사가 신나게 열리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서 오색종이가 밤하늘에 휘날리
는 광경과 함께 무대 위 가수들의 노래소리에 장단을 맞추어 신들린 듯 흔들어대는 외국인들
과 시민들의 즐거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얼큰한 기운에 나도 가까이 다가가서 손벽을 치
면서 장단을 맞추었다.
스트레스 해소에는 더할 수 없는 흥겹고 멋진 잔치마당이었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젊고 예쁜 여인들이 연등행렬을 마치고는 한마당 행사에 동참하여 즐겁
게 춤추는 모습이 잠시동안 나이와 평소의 밋밋한 자신을 잊어버리게 한다. 단복만 입지 않았
더라면 나도 대열 속에 끼어들어 어깨를 얼싸안고 같이 놀아봤으면 했다. 11시 무렵이 되자 한
마당 행사도 끝이나고 서둘러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아름답고 환희에 찬 제등행사와 함께한 멋진 하루였다. - 끝 -
관중들 절반은 외국인들 인듯 하더군요, 외국인들의 눈으로는 신기한 문화행사로 비추어 지겠지요 !
세계에 독특한 한국의 전통 불교문화 이니까요, 오래전에 화계사 국제선원장 이셨던 파란눈의
현각스님의 법문중에 서양에 불교가 핵폭탄보다 더큰 위력으로 서양으로 들어 가면서 함께 대중 불교
문화상품 들이 들어 갈것이다 라고 설 한바 있습니다. 이는 불자들의 몫이라 설하였습니다. 2011-05-14 0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