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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씁쓸한 이야기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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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흐림(수)

 

벼란다 창으로 비친 아침하늘에 뿌연 안개같은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다.

무척 더울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는 더위를 느낄 정도로 계절이 변한 것이다. 제행무상이다.

 

오후 새터민을 상대로한 포교를 위해 여의도에서 이형포교사를 만나 함께 연수원으로 갔다.

정문에서 수속절차를 밟고 본청건물로 들어가 도서실로 가보니 불교행사에 참석한 사람이 여

성 두사람 밖에 없었다. 담당 직원의 말로는 대부분의 인원이 어제 출소하여 하나원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복도를 지나면서 본 개신교나 천주교의 종교행사에 참석한 탈북자는

상당히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행사에 참석하고자 희망하는 사람이 없기때문이라고

한다. 직원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황당하기도 하고 기분

나쁘기도 했다.

 

이곳 연수원에 몇년을 다녔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다. 불교홀대현상을 여기서도 경험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언짢은 마음을 달래고 두사람의 여성탈북자를 상대로 보드판에 글을 써가면

서 성심껏 불교에 대해 설명했다. 그 중 한 여성이 지난달에 내가 준 합장주를 끼고 있었다.

그 여성에게 하나원에 가서 기독교에서 실시하는 홈스테이에 참석하게되면 그 쪽 사람들이

합장주를 미신의 상징이라고 빼았아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하는데 그때는 어떻게 하겠느냐고

했더니 자기는 부처님을 믿는 사람으로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큰 위안이 되었

다. 나와 이형포교사는 교대로 두명의 여성탈북자를 상대로 1시간 반에 걸쳐 나름대로 최선

을 다했다. 왜 불교 쪽에 이렇게 사람이 적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탈북하는 과정에서나 제

3국에 수용되어 있는 기간에 그곳에 상주한 선교사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고 또하나는 국가

기관의 유력한 실무자가 대부분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처음 대하는 불

교행사에 이러한 현상이 벌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오늘날 불교가 기독교로 인해 음양으로 홀대받고 있는 현실에서 불교계의 지도자인 스님들

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잘 이해하고 불자들의 단합을 도모하는 혁기적인 대책을 강구했으면

한다. 무한자비도 좋지만 우선은 불자들에 대한 상부상조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굳건한 신앙

적 단결심을 고양시켰으면 한다. 스님들간의 내분은 가급적 삼가고 불교의 위기인식을 절감

하여 어떻게 하면 불자끼리 서로 도우고 뭉칠 수 있는가를 연구하여 실천에 옮겼으면 한다.

다행이 하나원에서는 앞으로 불교쪽에도 홈스테이 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

는 1박2일간 홈스테이에 참석하는 탈북자를 내가족처럼 돌보아주는 불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지가 의문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불자들은 대개가 이기주의자들이기 때문이다. 자기

수행이 우선이고 남은 그  다음 일이라는 자기변명의 그럴 듯하면서도 잘 못된 불자교육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때문이다.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승속을 막론한 모든 불자들

의 책임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간혹 포교사들이 포교사단 홈페이지에 올리는 불만사항들을

보면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댓글들은 없고 그 사람의 수행부족만을 지적하는 사례들을 볼 때

에 우물안 개구리들의 도토리 키재기를 보는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낀다.

 

오늘의 씁쓸한 감정을 스스로가 부족한 탓으로 여기면서 불자의 한사람으로서 소회를 피력

해 본다. 지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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