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심을 담보로 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제1 금융권 농협,수협들,
강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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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건축을 '부동산 투기'로 보는 시각도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온누리교회. ⓒ시사저널 전영기 |
교회의 경우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는 큰돈은 주로 건물을 증축하거나 신축하는 데 쓰인다고 한다. 방인성 성터교회 담임목사는 "교회 건축은 교인들의 헌금만으로 되기보다는 일단은 은행 대출을 해서 빚을 지고, 그것을 교인들의 헌금으로 갚아나가는 방식이 일종의 관행이 되었다. 새 건물을 건축한 교회 중 빚이 없는 교회는 아마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거액의 부채를 안고서라도 큰 교회를 앞다투어 지으려는 것일까. 이를 두고 '건축 마케팅'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무리해서라도 큰 건물을 지어놓으면 그만큼 교인이 몰려든다고 보는 것이다. '아파트 불패'와 마찬가지로 '성전 불패'가 개신교계에 만연해 있다는 비판이다.
남오성 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은 "거액의 빚을 지더라도 일단 지어만 놓으면 이익이 된다고 여긴다. 결국 있지도 않은 돈으로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건물을 짓게 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교인 수가 늘어나 기존 건물로는 충분치 않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건물을 새로 지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교회 건축을 '부동산 투기'로 보기도 한다. 교회가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 건물을 넓혀나간다는 것이다. 방인성 목사는 "교회가 부동산을 사놓고 세월이 흐르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를 한다. 실제 강남의 대형 교회의 경우 처음에는 엄청난 빚을 지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땅값이 올라 오히려 어마어마한 부를 챙기기도 했다. 또 많은 교회가 건물과 땅을 가지고 다른 사업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형 교회의 '불패 신화'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개신교 교인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고, 그만큼 교회에서 걷어들이는 헌금의 액수도 작아지는 추세이다. 개신교계의 한 인사는 "분당의 큰 교회 목사들 중에서 고민을 하는 목사가 많다. 교인 수는 줄고 있고 빚은 갚기 어려워지니까 목사 본연의 일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사가 불필요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남은 신도들도 교회를 떠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중·소형 교회들이 대형 교회의 행태를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규모가 작은 교회들이 무리하게 건물을 짓다가 부채를 감당 못해 교회 자체를 매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 피해는 어렵게 헌금을 내면서 교회를 지켜온 교인들에게 돌아간다. 남오성 사무국장은 "교인의 개인 재산을 담보로 끌어쓴 빚 때문에 교회는 물론 교인까지 파산하기도 한다. 교회가 은행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신앙심'을 담보로 잡는 은행들
제1 금융권에서는 농협과 수협의 교회 대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협의 경우 '샬롬 대출'이라는 이름을 내걸어 공격적인 전략으로 교회를 공략해왔다는 지적이다. 2001년 29억원 정도였던 수협의 교회 대출 규모는 2006년 1조원을 넘어섰다. 김상구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지난해의 경우 약 1조7천억원의 대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고 있다. 수협 전체 대출의 10% 정도를 교회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교회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 기관에서는 담보 심사를 할 때 단순히 건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교인 수나 신앙심, 헌금 규모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입장에서는 헌금을 충실하게 내는 교인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한 대출 기준 중 하나가 될 수 있겠지만, 교인 입장에서는 자신의 신앙심마저 대출 담보로 잡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김사무처장은 "교인들이 향후에 낼 헌금까지 미리 은행 담보가 되고 있다. 이들이 교회에 헌금을 낼 때 어떤 마음으로 내는지를 되새겨보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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