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자유게시판

승진위7월 대토론회 ‘출가와 재가의 역할을 찾다’ ...일문 스님 “출가자가 결정권 갖는 모든 문화 바꿔야”

허태기

view : 2286

 

 

출·재가 동등하다 ‘이구동성’, 하지만 현실은

승진위 7월 대토론회 ‘출가와 재가의 역할을 찾다’
일문 스님 “출가자가 결정권 갖는 모든 문화 바꿔야”
2011년 07월 20일 (수) 16:21:57 서현욱 기자 mytrea70@yahoo.co.kr
   

불교교단은 출가자(비구, 비구니)와 재가자(우바새, 우바이)로 구성된다. 출가자는 재가자와 같은 경제적인 생산을 위한 육체적 노동이나 상행위 등이 계율로 금지돼 있다. 따라서 수행자는 오로지 재가자의 공양에 의존한 수행생활만이 가능했다.

재가자는 출가자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부처님 재세시 코샴비 승가의 분쟁에 재가자는 공양을 거부하고 출가자의 분쟁을 견제하고 화합을 강조했다.

불교교단에서 출가와 재가의 역할은 어떨까? 현실은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지 않다.

“어이 거기 보살, 서성대지 말고 저리 가소.”

몇 해 전 한 사찰에서의 일이다. 30대의 스님이 70대로 보이는 한 보살에게 행사에 방해된다며 말한 것이 기억난다. 그때 스님의 태도는 고압적이고, 불쾌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재가자에 대한 출가자의 단적인 시각이겠다.

조계종 ‘출가와 재가의 역할을 찾다’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위원장 자승 스님)가 20일 오후 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7월 대토론회를 가졌다. 주제는 ‘출가와 재가의 역할을 찾다’.

한국불교에서 출가와 재가의 역할은 상명하복 내지는 세간과 출세간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접근했다. 삭발염의 출가자에게 재가자는 무조건적인 하복이 당연시 되었다. 일부 출가자들이 재가자를 대하는 태도는 세속의 나이를 무시한 승복의 권능에 빠져있어 보인다.

승진위의 이번 대토론회는 이런 불교현실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 토론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출가자와 재가자의 지위와 역할이 동등해 질 것인가?

“스님들이 결정권을 가지고 불교계의 모든 일을 해나가는 방식의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불교발전이 어렵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일문 스님(중앙종회의원)은 출가자의 변화 없이는 불교발전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일문 스님.

일문 스님은 “비구승 중심의 출가자들에 의한 종단운영에 재가자들의 종단활동참여를 위한 여러 제안과 요구가 있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며 “스님들이 종단운영을 전담하고 종무원들이 스님을 보좌하는 현재의 방식은 그 한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돈 버는 사업에 스님들이 나서지 말라

일문 스님은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조계종 총무원이 시도한 수익사업의 문제점을 들었다.

“조계종 총무원이 스님들이 돈 버는 사업을 하는 것에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시작한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출가해서 수도하는 스님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사업이 잘 될 리 없다. 돈을 버는 ‘사업’에 관한 것은 전문재가자의 영역이며 스님들이 직접해서는 안되는 분야이다.”

일문 스님은 출가와 재가의 역할을 실제 사업 추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통해 비판했다.

스님은 “총무원 사회부에서 스리랑카에서 벌인 2건의 사업도 실패했다. 20억원이 투여된 두 번째 사업은 주위 조언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패해 운영이 어려워 지자 도선사에 떠넘겼다”며 “총무직원들이 직접 사업을 진두지휘한 결과”라며 총무원의 관료화와 비효율성을 들어 비판했다.

일문 스님은 “총무원이 직접 해야 조계종이 하는 사업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계종 소속 스님이나 재가자, 단체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조계종의 성과라는 것이다.

일문 스님은 교계 한 단체의 사례를 통해 현 조계종단의 출가자들과 재가자의 역할을 비교했다.

“명망이 있는 스님이 책임자가 되고, 몇 명의 스님이 소임을 맡는다. 안면으로 약간 명의 스님이 단체에 이름을 올린다. 활동가(재가) 몇 명을 채용한다. 주지 스님들과 친분 있는 스님이 단체 운영 지원을 받아낸다. 사찰의 주지스님과는 단 한 사람(스님)만 소통된다. 책임자 스님이 그만두면 이 단체는 활동이 중지될 정도의 타격을 받는다. 교계단체 대개가 이렇다.”

재가자에게 사찰운영 결정권 주어야

일문 스님은 서울 봉은사가 신도회와 신도자원봉사자, 사찰운영위원회를 모범적으로 운영된 사례를 소개하며, “종단은 사찰운영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협의’가 아닌 사찰운영의 결정권을 갖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문 스님이 출가와 재가의 올바른 역할분담을 위해 △출가·재가 모두 원력이 필요하다 △변화 이끌 집단 조직 필요 △종단과 스님들의 적극적 사고 변화 △재가자의 신도회 적극 활동 △실천 가능한 작은 것부터 실천 등을 주문했다.

스님은 실천가능한 작은 것부터의 실천 방안을 홍사성 불교평론 편집위원이 제안한 내용을 다시 제안하며, 이 제안은 종단이 수용가능한 것들이라고 밝혔다.

이 제안은 △출가승의 역할은 수행과 교화로 전문화하는 것 △사찰운영과 같은 세속적 업무는 재가중에게 위임하는 것 △재가자의 설법이나 출가자의 의식집전은 불교의 근본정신과 전통에 의해 재정리 하는 것 △재가중과 출가중이 한자리에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기구를 만드는 방법 검토 등이다.

재가 포교사에 준성직자 지위 부여해야

일문 스님은 재가자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조계종이 배출한 포교사의 활용문제도 다시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스님은 “94년 이후 약 8,000여명의 포교사가 배출돼 약 3,000여명이 포교사단에 등재되어 있고 약 1,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며 “종단 출가자의 급격한 감소를 고려하면 포교사들에게 준성직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불교발전의 한축을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성효 스님(중앙종회 사무처자)은 ‘이제는 같이 하자, 같이’를 주장했다.

   
성효 스님.

성효 스님은 “출가와 재가의 역할에 대한 토론을 하는 이유가 불교계가 처한 위기 속에서 탈축구를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출가든 재가든 혹은 출가자간이든 재가자간이든 서로 인간적인 진실함과 공감을 느끼고자하는 마음을 주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효 스님 ‘이제는 같이 하자, 같이’

스님은 “함께 늘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한국불교는 힘들어 질 것”이라며 “늘 위기의식 속에서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자”며 “이제는 같이 하자, 같이”라고 주문했다.

성효 스님은 우선 출가와 재가의 역할 찾기는 출가자가 ‘부처님 법대로 살자’는 봉암사 결사정신의 회복부터 시작해야 하다고 역설했다.

스님은 “부처님 법에 따라 출가자로서, 재가자로의 위의와 위상을 제대로 갖추고 각각의 위상과 역할을 창조적으로 살려나가야 하지만 우리 종단은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종단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이미 훌륭한 수행자가 많았고, 지금도 매우 많은 재가 대중들도 용맹정진하고 있다. 한국불교가 이만큼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해 준 대중인 우바새와 우바이 재가중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성효 스님도 재가자의 사회 속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환경 복지 교육 종교 등 많은 분야에서 출가자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라며 재가자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할 것을 주문했다.

성효 스님은 출가와 재가의 기능과 역할을 ‘대동소이’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출가와 재가의 기능과 역할은 분리적이며 이분법적 이지 않다”며 “출가자는 재가자가, 재가자는 출가자의 입장이 되어 보아야 한다”며 역지사지를 주문하며 역할은 대동소이해야 하다고 주장했다.

윤남진 “출·재가 문제는 교단재구축 차원 중대의제”

또 한 명의 토론자 윤남진 NGO리서치 소장은 출가와 재가 문제는 ‘교단재구축’ 차원의 중대의제라고 말했다.

윤 소장은 “출가와 재가의 역할문제는 대체로 출가자의 역할은 재검토 하지 않고 재가자에게 어떤 역할을 얼마나 허용해 줄까 하는 식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런 ‘생각의 틀, 보는 틀(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가자 스스로 먼저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남진 소장.

윤 소장은 “사찰운영위원회 재가전문가 활용 등 위해서라도 폭넓은 사고가 필요하다”며 “사찰운영위원회가 안된 것은 규모와 구조, 시스템, 보편적 의식과 문화수준, 리더십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윤 소장은 중앙종무기관(중앙)이 ‘플랫폼사업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종단이) 어떤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완강하게 실행함으로써 그 규칙이 공통의 틀, 기준이 되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종단 결사 추진 항목에 ‘중앙신도회와의 매월 정례 만남’ 정도는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윤 소장은 종단이 해야 할 일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이 불교집안에서 먹고 살 수 있도록 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새로운 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원을 달리해 생각의 틀, 보는 틀을 달리해서 풀어가는 해답이 보이는 게 출가와 재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타적 창업 투자은행(가칭)’ ‘분쟁중재기구’ 제안

윤 소장은 출가와 재가가 함께 ‘이타적 창업 투자은행(가칭)’ 설립과 사회법적 중재효력을 갖는 ‘분쟁중재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그는 “‘이타적 창업 투자은행(가칭)’ 설립은 정명생활(이타적으로 먹고 살기) 문제와 포교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분쟁중재기구’ 설치는 코샴비 비구에 관한 경전적 맥락을 현실적으로 구현하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소장은 불교교단 조직체의 가치를 공유해야 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종무기관과 스님을 조직체 중심으로 생각한다. 조계종에 신도등록을 안해도 모두 조계종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체성이 분명한 범주 내 종단 조직을 한정해야 한다.”며 “불분명하게 규정해서는 구조 자체를 짤 수 없고 조직체의 활력과 공동의 지향점, 가치를 공유하는 수준을 가져가야 종단 범위가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윤 소장은 “스님들이 재가불자로서 이 땅에 살아가는 게 어떤 불편함이 있는 지 느끼지 못한다”며 출가자의 인식 변환도 촉구했다. 스님들은 사회적으로 공경을 받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불자가 받는 피해와 멸시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기룡 ‘신행과 경영의 이원적 사고가 필요하다’

토론자 조기룡 동국대 교수는 출가와 재가의 올바른 역할 분담은 ‘신행과 경영의 이원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출가자의 리더십은 경영자가 아닌 수행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출가자와 재가의 역할 능력향상은 출가자의 수행리더십 향상과 재가자의 교단 운영 관심 제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기룡 교수.

조 교수는 “출가자와 재가자의 관계는 지도자와 추종자의 관계가 성립되기 어렵다”며 “한국불교의 출가중심 현상은 종교 신행 관점과 불교교단 경영의 관점모두에 있어서 출가가 절대적 우위에 놓음으로써 빚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가자는 수행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며, 재가는 교단 운영의 담당자가 되는 것”이라며 “출가자는 수행으로써 재가자의 삶의 모범(롤 모델)으로 리더십을 확보하고, 재가자는 기복을 탈피해 책임의식을 갖고 교단(사찰)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일문 스님이 주장한 종단 수익사업의 독립에 힘을 실었다.

그는 “수익사업의 시행자는 재가신도가 되는 것이 보다 여법하다”며 “수익사업 시행도 사찰과 별도 공간에 법인 내지 사업체를 수립하여 수익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가종무원 국장 발탁 현실화 해야

아울러 조 교수는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의 재가종무원의 ‘국장 발탁’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종헌 제10조 2항은 재가종무원은 부국장까지 승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가종무원의 역할은 스님들을 보좌하는 역할로 한정하고 있다”며 “재가자의 역할 검토와 일반일반직 종무원 인사 정체와 사기 양양이라는 부수적 효과를 위해서도 재가자 국장 발탁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교수는 재가자들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재가신도의 사찰 운영 참여와 주인의식도 비판했다.

그는 “재가신도가 주인이라고 생각한다면 1년에 한 두 번 사찰을 찾으면서 주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신도가 주인이기 위해서는 주인의식 갖고 참여하는 책임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존경은 강요해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최재천 변호사.

올해 초 일이다. 조계종 한 직영사찰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스님이 요구했다. “설날 왜 세배를 오지 않았냐? 와서 삼배해라.” 재가종무원들은 이 스님이 출가하기 전 가튼 학교에 다녔던 선배들이었다. 물론 이들은 스님에게 세배를 했다.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후배지만 출가자이기에 존경의 예를 표했다. 그런데 진정 존경심이 일었을까? 존경은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출가자와 재가자의 위치는 역시 ‘삭발염의’에 의해 지위고하가 나누어 지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출가와 재가의 역할을 찾다’ 7월 대토론회는 매우 필요한, 꼭 현실화 되어야 할 내용들이 나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떨까? 그대로 될 거라 믿지 않는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재가자는 말했다.

“출가한 지 오래된 스님들은 재가자에게 쉽게 하대하지 않는다. 젊은 스님들이 문제다. 강원에서, 은사 스님에게 무엇을 배우는지 모르겠다. 재가자를 종 부리듯 해도 된다는 생각이 문제다. 스님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 불교닷컴(http://www.bulkyo21.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동입력방지 스팸방지를 위해 위쪽에 보이는 보안코드를 입력해주세요.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