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스님 각훈(覺訓)이 1215년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을 지었다. 이 책에 따르면 백제 15대 침류왕 원년(384년),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이 땅에 당도했다. 불교를 설파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을 거쳐 바다 건너 백제까지 오는 동안 물과 음식이 맞지 않아 병을 얻었다. 이곳의 약수를 마시고 나았다고 한다. 이에 대성초당(大聖草堂)을 세웠는데 이것이 대성사(大聖寺)의 시초였다 한다. 서울 서초동 우면산(牛眠山) 기슭에 자리잡은 이 절은 6·25때 소실된 것을 1954년 다시 지었다.
높이 293m인 우면산. 소가 누워서 졸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 본디 관악산의 한 줄기였다. 그런데 과천이 개발되면서 맥이 끊겼다. 남태령 고개에 대로가 뻥 뚫리면서 따로 떨어져 나온 것이다. 외국인들은 서울의 매력 중 하나로 가까운 곳에 오르기 좋은 산이 많다는 걸 꼽는다. 서초·방배·우면·양재동과 맞닿아 있는 이 산이 대표적이다. 구릉이 완만해 산책하기 그만이다. 여기에서 27일 오전 집중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 18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산사태로 가장 악명 높은 나라는 중미의 베네수엘라다. 1999년 12월 북부 바가스주에 연간 강수량의 두 배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해발 2000m의 시에라산은 본래 지반이 약했다. 사흘째 되던 날 엄청난 산사태가 발생했다. 쓸려가는 속도가 시속 50㎞에 달했다고 한다. 기슭에 가득했던 빈민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망·실종자가 3만 명을 넘었다. 그로부터 2년여 뒤인 2002년 2월 이 나라는 비슷한 재앙을 또 당했다. 이때도 2만5000여 명이 희생됐다. 인간의 힘을 비웃는 천재지변이었다. 그래도 인과(因果)의 법칙은 동원됐다. 환경과 안전을 도외시한 도시 난개발이 집중타를 맞았다.
우면산 사고도 그런 것일까. 허리가 잘린 것에 앙심을 품고 있던 산신령이 노한 것일까. 과천과 서초동을 잇는다며 땅속을 마구 헤집으며 건설한 터널이 지신(地神)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아니면 2004년 7월 개장한 자연생태공원이 화근(禍根)이 됐을까. 도시에서 자연을 배우고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릴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다. 산은 그 자체로 자연인데 거기에 삽질을 가해 인공공원을 만들었으니 모순은 모순이다. 여기에 두꺼비 보호구역도 있다. 원주민을 짓밟은 뒤 대외적으로 치장하기 위해 온정을 베푸는 미국의 인디언보호구역이 생각난다.
높이 293m인 우면산. 소가 누워서 졸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이런 이름을 얻었다. 본디 관악산의 한 줄기였다. 그런데 과천이 개발되면서 맥이 끊겼다. 남태령 고개에 대로가 뻥 뚫리면서 따로 떨어져 나온 것이다. 외국인들은 서울의 매력 중 하나로 가까운 곳에 오르기 좋은 산이 많다는 걸 꼽는다. 서초·방배·우면·양재동과 맞닿아 있는 이 산이 대표적이다. 구릉이 완만해 산책하기 그만이다. 여기에서 27일 오전 집중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 18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산사태로 가장 악명 높은 나라는 중미의 베네수엘라다. 1999년 12월 북부 바가스주에 연간 강수량의 두 배에 달하는 비가 쏟아졌다. 해발 2000m의 시에라산은 본래 지반이 약했다. 사흘째 되던 날 엄청난 산사태가 발생했다. 쓸려가는 속도가 시속 50㎞에 달했다고 한다. 기슭에 가득했던 빈민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망·실종자가 3만 명을 넘었다. 그로부터 2년여 뒤인 2002년 2월 이 나라는 비슷한 재앙을 또 당했다. 이때도 2만5000여 명이 희생됐다. 인간의 힘을 비웃는 천재지변이었다. 그래도 인과(因果)의 법칙은 동원됐다. 환경과 안전을 도외시한 도시 난개발이 집중타를 맞았다.
우면산 사고도 그런 것일까. 허리가 잘린 것에 앙심을 품고 있던 산신령이 노한 것일까. 과천과 서초동을 잇는다며 땅속을 마구 헤집으며 건설한 터널이 지신(地神)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아니면 2004년 7월 개장한 자연생태공원이 화근(禍根)이 됐을까. 도시에서 자연을 배우고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릴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다. 산은 그 자체로 자연인데 거기에 삽질을 가해 인공공원을 만들었으니 모순은 모순이다. 여기에 두꺼비 보호구역도 있다. 원주민을 짓밟은 뒤 대외적으로 치장하기 위해 온정을 베푸는 미국의 인디언보호구역이 생각난다.
심상복 논설위원
마라난타 스님이 대성초당을 지어 지금은 大聖寺로 전해오고 있고 누운소의 젖 부분은 천태종 서울 지역
대표사찰인 關門寺가 자리하고 있음(천태종 중창조 상월 대조사가 터를 잡았다고함). 2011-07-29 08:51
조양현씨
지난 27일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강남권에 쏟아진 물폭탄으로 가장 큰 인명피해를 본 곳이다. 이 마을에서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조양현(42)씨는 이날 오전 가게로 출근하던 중 토사와 시뻘건 물이 마을로 덮쳐오는 것을 목격했다.
팔을 걷어붙인 조씨는 처음엔 삽으로 흙을 퍼내려 했지만 센 물살로 역부족이었다. 조씨는 둑부터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즉시 자신의 작업용 1t 트럭을 몰고 가서 자비를 털어 40㎏짜리 모래주머니 25개를 사왔다. 트럭에 실을 수 있는 최대치였다.
“저희 가게는 다행히 조금 떨어진 곳에 있어 문제가 없었어요. 하지만 어릴 적 수해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는데, 폐허로 변하기 시작한 동네를 보니 그때 생각이 나서 도저히 돕지 않고는 못 배기겠더군요.”(조씨)
조씨는 “구조대원들이 올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급한 대로 물살이 가장 빠른 골목에 모래주머니로 둑을 쌓아 올렸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도 조씨를 도와 둑을 10분여 만에 쌓았다. 시시각각 좁은 골목을 통해 20가구가 사는 주택가로 치닫던 토사가 방향을 틀어 넓은 도로 쪽으로 흘러 내려갔다.
둑이 완성되고 얼마 지나서야 119구조대가 도착했다. 동작소방서 소방관들은 “조씨가 만든 모래주머니 둑이 물살 속도를 줄이고 토사물의 진로도 돌렸다”며 “최악의 경우 수십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상황을 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이날 가게 문을 열지 않고 오후 늦게까지 구조작업을 벌였다. 조씨와 함께 구슬땀을 흘린 마을 주민 이규영(50)씨는 “(조씨가) 하루 일 하지 않으면 가게 운영에 지장이 있을 텐데도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었다”며 고마워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조씨가 서울시장 표창을 받도록 힘을 모으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김제영씨
18명의 사망자를 낸 우면산 산사태의 참극 속에서도 이웃을 구한 ‘작은 영웅’은 또 있다. 전원마을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김제영(57)씨는 자신의 집 반지하에 사는 두 가족을 구해 마을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김씨는 토사가 집을 덮치자마자 집 밖으로 탈출했다. 하지만 곧 반지하방에 사는 두 가족이 떠올랐다. 토사가 무서운 속도로 밀려 내려와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김씨는 침착했다.
토사물이 차 들어가는 반지하방 문을 부수고 우선 50대 부부를 구해 냈다. 이어 옆방 문을 밀어 제치고 10대 남매를 구했다. 김씨가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토사물은 이들 목 근처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김씨는 “나도 생명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극도의 흥분 상태였던 이들에게 “내가 구해줄 테니 걱정 마라”는 말로 진정시켰다. 김씨의 구조를 받고 살아난 10대 남매의 어머니 오순임(48)씨는 “김씨가 없었더라면 내 자식들을 다시 볼 수 없었을지도 몰랐다”며 감사해 했다.
남형석 기자, 현혜란 인턴기자(연세대 영문과)
사진=조제경 인턴기자(조선대 법학과) 2011-07-29 09:10
중부지방을 강타한 기습 폭우의 상처가 참담하다. 그중에서도 18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대재앙의 근거지가 된 서울 우면산의 산사태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흘러 내린 토사가 산 아래 아파트 3개 층을 덮치는가 하면 토사에 떠밀린 차량이 건물 안까지 밀고 들어오면서 우면산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 강남의 대표적 녹지인 우면산이 비탈 여기저기가 무너지며 흉물로 변해 버린 모습은 그야말로 목불인견의 참상이다.
우면산의 재앙은 시간당 100㎜ 안팎의 집중 폭우로 발생한 자연 재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주먹구구식 인위적 난개발이 피해를 키운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하늘 탓으로만 돌릴 일이 아니다. 벌써부터 인재(人災)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다. 주민들과 토목전문가들은 우면산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생태공원화 사업을 꼽는다. 산 중턱 부근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면서 등산로를 확장한다는 이유로 산을 깎아내고 계곡이나 물줄기를 바꾼 탓에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물길을 막아버리니 터져버리는 건 당연하다.
무분별하게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주말농장을 개발하며 나무를 뽑아낸 것도 산사태에 영향을 미친 요소다. 무리하게 산을 절개하고 파내는 개발 행위가 산사태 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해 왔지만 행정당국은 이를 외면했다.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지자체장이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생색내기용 사업이나 하고 무리한 개발 허가를 내줘 산사태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는 비단 우면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계사 계곡을 따라 목재 데크를 설치한 청계산이나 아차산·불암산 같은 서울 인근 산 가운데에도 지자체의 주도로 전시성의 유사한 개발을 하는 곳이 적잖아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최근 지자체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둘레길 사업도 산사태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소양감댐 인근 마적산 산사태로 인하대 대학생 등 13명이 숨진 춘천 펜션 참사도 난개발이 피해를 키운 원인이다. 사고 지역 주변은 관광객이 몰리는 곳으로 닭갈비, 막국수 음식점뿐만 아니라 펜션, 민박집이 난립하면서 산에서 내려오는 물길을 막는 등 사고 위험이 상존했다는 것이다.
이번 집중호우의 사망·실종자 50여 명 가운데 40명 가까이가 산사태로 인한 피해자다. 산사태의 대부분은 절개지 붕괴로, 인위적으로 지형이 변형된 곳에서 발생한다. 결국 우면산 재앙에서 보듯이 산사태 피해의 상당 부분이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인 것이다.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예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이상기후에 대비한 국가 차원의 방재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재해로 이어지기 십상인 마구잡이 난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근본 대책도 뒤따라야 한다. 개발 행위 허가 조건을 강화하고, 재해 위험지역에 대한 관리 강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지자체장들부터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시성 공사나 벌이는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1-07-29 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