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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준 `절망적 현실에서 안철수는 실낱같은 빛줄기`2

정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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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시안(최형락)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사회과 교육과정'을 고시하여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사회, 역사 등의 과목들에서 '민주주의' 라는 개념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사용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이로 인해 논란이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의 역사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우리나라 헌법은 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은 제119조 2항 같은 사회민주주의적인 가치도 함께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자유민주주의라고 표기하는 것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은 주로 과거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권력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얼마나 탄압했는지를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자유주의라는 것을 떼고 싶어 한다.

반면 자유민주주의라는 표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로 족하다고 하는 사람들에 대해 여러 가지 형태의 민주주의 중에 특별히 인민민주주의라 불리는 공산주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목숨 걸고 싸운 사람들로서는 공산주의와 선을 그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 특유의 자유민주주의의 역사성 때문에 양측이 서로를 의심하고 불신한다. 이러한 의심과 불신은 피차 이야기를 하면서 해소해 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분들은 우리가 이야기 하는 자유주의는 사회민주주의적 가치를 배제하는 편협한 자유민주주주의가 아니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교과서에 실린 '민주주의'란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려는 의도가 '사실은 교과서 개정 후 헌법 개정을 통해 사회민주주의적 가치를 가진 헌법 제119조 2항을 삭제하기 위한 전초전이 아니냐'는 데 대한 의구심을 풀어줘야 한다. 또한 자유민주주의 대신 그대로 민주주의라고 표기할 것을 주장하는 분들은 자신들의 진의가 인민민주주의나 민중민주주의를 국가 체제로 선택하자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이야기해주면 된다. 그런데 그것을 서로가 안한다. 서로가 불신하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정말 의미 없는 소모전이다. 한국 특유의 자유민주주의의 역사성에서 나오는 서로의 의구심들을 풀어내고 피차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면 되는데, 사사건건 싸우니 사회가 안 그래도 다원화 돼서 갈등이 많은데 국민들이 얼마나 피곤한지 모르겠다.

▲ ⓒ프레시안(최형락)

윤여준에게 자유란?

국가 안에서의 자유(liberty in state), 국가를 통한 자유(liberty through state), 국가로부터의 자유(liberty from state), 즉, 독재 권력으로부터의 자유가 있다. 그런데 개인적 의미의 자유도 있지만 사회적 의미의 자유도 중요하다. 사회적 의미의 자유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 내가 생각하는 자유는 국가 권력으로부터의 자유(liberty from state)다. 그런데 요즘에는 국가만이 아니라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자유도 굉장히 중요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요즘은 자본권력이 국가권력을 압도하지 않나. 그런 자유를 늘 존중하고 그런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식이 시민의식이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자본의 편에서 자본을 보호해야한다고 하는데,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진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본으로부터 자유를 찾을 수 있어야 자본을 보호할 수 있다. <조용한 접수(The Silent Takeover)>라는 책의 저자인 노리나 허츠(Noreena Hertz) 교수는 자본이 국가를 접수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미 자본권력이 정치권력을 제압한 것은 오래 됐고 이제 국가권력이 자본권력에 압도당하는 상황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재임 기간에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라고 하지 않았나. 그 이야기를 듣고 "이런 무책임한 대통령이 있나. 빼앗겨 놓고서 푸념을 하면 어떻게 하나. 안 뺏겼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그렇듯 국가는 특정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공공성을 추구해야하고 다수 국민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공동체인데, 특정 기업, 자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런 상황은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앞으로는 지식기반 경제 정보산업의 혁명으로 20% 지식근로자가 경제 전체를 이끌고 노동자 대다수인 80%가 도태되는 20대 80의 사회가 된다고들 한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80%에 속한 사람에게도 한 표, 20% 사람에게도 한 표를 준다. 그런데 어떻게 80%의 사람을 무시하고 20%의 사람만이 살 수 있는가? 그 체제를 80%의 사람이 용납하겠는가? 예를 들어 안철수 교수가 대기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데 그것은 대기업을 때려 부수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계속 그렇게 가면 결국 대기업도 죽기 때문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그 약탈적 경영을 언제까지 서민이 참을 수 있겠는가? 이것을 고쳐야 대기업도 살고 시장경제도 건강해지고, 자본주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본권력이 거대해지면 기업, 자본을 위해서 좋지 않다. 자본을 살리자고 자본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건데 그런 면에서 나는 보수다.(웃음) 그리고 사실 표현 몇 가지, 개념 몇 가지 등으로 진보, 보수를 가르고 구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싶다.(웃음)

다시 개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평소 전략가로 유명하다. 한국에서 손꼽을 만한 전략가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

전략통이 되려면 정치와 정책을 알아야 되고 거시적인 안목과 미시적인 안목이 다 있어야 하고 분석능력과 종합능력도 다 갖춰야 하기에 전략가가 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전략가 근처에도 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그런 기준으로 보면 적합한 사람이 많지 않지만 나의 비교적 짧고 좁은 체험으로 보면 국무총리를 했던 이해찬 씨가 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해찬 씨는 선거 전략이 뛰어난 사람이고 우리나라 정치인 중에 그 만큼 정책을 많이 아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이전에 한나라당에 있을 때 저런 사람이 한나라당에 한 명만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분이 국무총리를 하면서 오만한 태도를 보여서 국민들한테 많은 지탄을 받아서 지금에 와서 그런 말을 공개적으로 하기가 조심스럽다. 평소에 만나볼 때는 그런 분이 전혀 아니었는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무총리가 되어서 보여준 모습은 평소에 알던 모습과는 굉장히 달랐다. 하지만 전략가로서 그만한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 ⓒ프레시안(최형락)


정치인이나 정책전문가, 선거전략가 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이 많은데 전략가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우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독서량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한 사람의 교양인으로 성장하려면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듯이 지식도 광범위하게 섭취해야 균형 잡힌 사람이 되겠다 싶어서 책을 광범위하게 정말 많이 읽었다.

기자 생활을 시작할 때는 정치학이론을 주로 공부했다. 또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눈을 기르기 위해 문학 평론을 열심히 읽었다. 문학평론에는 논리의 단계가 면도칼처럼 치밀하게 쪼개져 있어 논리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고 어휘력도 길러진다. 그러다 내가 하는 일이 황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를 많이 읽었다. 시에는 가장 정련된 언어가 있고 시심을 기를 수 있어서 좋다. 인문학이나 역사학 쪽만 읽는가 싶어서 양자물리학 책을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개념도 못 잡고 어렵기도 했지만, 쭉 읽어 나가면서 사고의 충격을 경험했다. 특히, 주관이나 객관의 구분이 없고 모든 것이 관찰자의 주관이라는 것을 양자물리학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그 깨달음을 준 대표적인 것이 빛이다.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장이고, 파장인 동시에 입자이다. 관찰자가 언제 관찰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렇게 보면 객관은 없다.

선친께서 가르쳐 주신 교훈이 목표를 정하고 최선을 다해 추구하되,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어려서는 그 의미를 잘 몰랐는데 커서 그 의미를 알게 됐다. 사람이 결과에 집착을 하면, 야비하거나 비굴하거나 치사한 짓을 하게 되니까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최선을 다하고 나면 이루어지고 안 이루어지는 것은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공직에 있을 때 남들처럼 전혀 사교를 하지 않았고, 시간이 있으면 책을 보거나 가족들하고 시간을 보냈다. 그 시절 내 위치, 내 나이에 골프 안 치는 사람이 없었다. 동료친구들이 그러다가 출세 못한다고 온갖 협박과 회유를 했지만 그럴 때면 "세상에서는 무엇을 얻으면 무엇을 잃게 마련이고 인생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이냐 하는 선택이다. 너는 골프를 쳐서 사교, 출세를 얻고, 나는 그것을 잃는 대신에 가정과 지식을 얻겠다. 그래야 공평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나는 평생을 살면서 출세를 우선 순위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역설적인 것이 십여 년이 지나고 나니, 제가 그 사람들보다 출세를 더해 있더라. 그래서 "어허! 이거 참! 이것은 무슨 이치야!" 하고 웃었다.

지금 가장 바라고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한국 대학도 아름답지만 미국 대학 캠퍼스를 가면, 캠퍼스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캠퍼스가 참 아름답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 그런 것이 참 좋다. 그리고 그 학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래서 지금도 꿈이 하나 있다. 집 사람 보고 내년까지는 바쁠 거 같은데, 내후년에 미국에 가서 2년만 살다 오자고 이야기를 한다. 몇 번 약속했다가 못 지켜서 아내는 헛소리 한다고 하지만(웃음), 캠퍼스를 어슬렁거리면서 젊은 대학생들하고 이야기도 좀하고, 좋은 강의도 듣고 도서관에서 책도 보고, 영화관에도 가고, 여행도 가고, 그러고 살다 가고 싶다. 청년 때 못해 봤던 낭만이랄까 그런 것을 정말 한번 맛보고 싶다.

 

프레시안 2011-09-09 에서 펌

  • 정재호 윤여준같은 이런분들이 바로 진정한 보수입니다. .이런 분들이 많을 수록 건강하고 합리적인 사회가 만들어 질 것입니다.. 2011-09-11 10:43 댓글삭제
  • 강길형 世間法 無傳 爲傳,
    出世間法 不傳 爲傳.
    2011-09-12 06:46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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