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자유게시판

고향 떠난 추석

허태기

view : 1585

0

 

고향 떠난 추석

 

                - 청강 허태기 - 

 

 

고향 길 떠난

텅 빈 도심 언저리로

눈길을 돌리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도 금빛 고향으로 치닫는다.

 

세월과 도시가 앗아간 

유흥리의 한적한 고향 집 

그래도 내가 자란 추억과 꿈이 서린 그 곳

그리움 안고 마음은

이내 시골집 마당으로 들어선다.

 

환한 미소로

반가이 맞아 주시던 허리굽은 할매

흙으로 다지고 풍상으로 새긴  

두터운 주름살로 너그럽게 웃음 짓던

인정 많은 할배의 모습

이제는 다시 뵐 수 없겠지만,

 

까맣게 그을은

낡은 굴뚝 너머로

성근 가지에 매달린 빨간 홍시

야트막한 돌담에 의지한 채 

누렇게 자란 호박

 

마당 한 귀퉁이

가을 햇살 아래 곱게 말린 붉은 고추

간짓대로

뒷산 밤송이 털어

동무들과 손가락 찔려 가면서

햇밤 까먹던 기억

 

가마솥 눈물로

정성들여 끓인 김서린

따끈한 소죽을

맛있게 먹는

구유간의 누런 순둥이

 

지금은 옛 일이 되어버린 

코스모스 피어있는

뚝방 길이

왠지 가슴 설레게하던 시절

 

그날의 추억들이 향수가 되어 

땅거미 내린 고향초가의 

저녁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20100922]

 

Take Me Home- Phil Coulter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자동입력방지 스팸방지를 위해 위쪽에 보이는 보안코드를 입력해주세요.

먼저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주세요.

창닫기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