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추위에 떠는 학우가 있거든 이 이불에서 같이 자거라.” 다른 것을 베풀수 없는 가정형편이지만, 이불을 통해 깊은 우정을 쌓으라는 어머니의 지혜가 담긴 이야기다.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사무소인 안성 하나원에 큰 일거리가 하나 생겼다. 올해 1월부터 매달 퇴소하는 모든 탈북자에게 이불을 지급해 줄수 있는지 요청이 들어왔다.
그동안 개신교에서 가스렌지, 전기밥솥, 이불을 지급해 왔는데, 올해부터는 가스렌지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해 옴에 따라 하나원에서 가톨릭과 불교계에 다른 물품 지급을 요청한 것이다. 불교에는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이불지급을 원했다.
이를 하나원 대표스님인 칠장사 주지 지강스님께 말씀드렸다. 한 두번 하는 것도 아니라 지속적으로 매달 500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점은 매우 난감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우리는 못한다고 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스님은 우선 시작해 보자고 하셨다.
불자들이 건넨 이불을 덮고
잠든 그들은 어떤 꿈을 꿀까
새터민 지원사업은 통일국가
대비한 인연의 씨앗 뿌리기
다행히 칠장사 이영임 신도가 1월에 개인보시를 해 줬다. 3월에는 총무원장 스님이 하나원을 방문해 보시를 해 주셨다. 하나원이 생긴 이후 총무원장 스님께서 방문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날 불자 교육생들은 “대통령 스님께서 오신다”며 많이 으쓱해 했다.
이어 안성사암연합회 스님들, 불국사 종산스님, 안성 연등사 도심스님, 연꽃마을 각현스님, 법천사 동주스님, 죽암문도회 성직ㆍ성법스님이 보시를 해 주신 덕에 지금까지 2300채의 이불이 하나원 퇴소자들에게 전해졌다.
불교계가 전해준 이불을 매일 덮고 잠 들면서, 그들은 어떤 꿈을 꿀까. 생명을 걸고 고향을 떠나 한국에 올때까지 수많은 상처들을 이불은 하나씩 하나씩 덮어나갈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잠깐의 시간동안 배운 불교의 자비를 매일매일 되새기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머지않아 통일이 되면, 그들은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전달하게 될 것이다. 이불은 그 인연의 씨앗이다.
한달의 이불을 전해주고 나면 칠장사 주지스님 얼굴은 다음달 이불 마련 걱정에 그늘이 진다. 다행히 보시자가 빨리 나타나면 얼굴이 펴지지만, 퇴소 날짜가 다가오도록 이불이 마련되지 않으면, 주름이 점점 깊어가는 듯 하다.
얼마전 한 스님은 “시골마을서 절을 운영하면서 보시금을 마련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며 중단하면 어떠냐는 의견도 내놓았다.
“불교가 탈북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유일한 포교가 하나원 포교인데, 그마저도 포기하면 통일 이후 불교는 설자리가 없다”며 지강스님은 오늘도 이불 권선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탈북자들이 자유를 찾아 대한민국에 올 것이다. 상처를 앉고 온 이들에게 전해줄 ‘자비의 이불’에 보다 많은 불자들이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칠장사 지강스님, 힘 내세요.
[불교신문 2753호/ 9월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