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테이너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배우 김여진 씨가 9월27일 동덕여대에서 200여 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행복'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홍익대 청소 노동자 해고, 한진중공업 사태, 반값등록금 1인 시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그 중심에 있는 배우 김여진 씨. 김여진 씨는 가장 활발한 소셜테이너이다.

사회적 발언을 하는 연예인을 일컫는 말이 소셜테이너다. 그녀가 이번에는 조계종 사회부와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등 대학생 단체들이 준비한 ‘청춘토크파티’에 초대돼 행복의 의미에 대해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여진 씨는 오늘(9월27일) 동덕여대에서 200여 명의 대학생을 상대로 펼친 강연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모순은 또 어디에 있는지, 자신은 어느 곳에 있는지 좌표를 그릴 줄 알아야 한다”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조건에 굴하지 않고 ‘행복한 일을 하며 살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씨는 지난해 소신공양한 문수스님의 정신을 잇기 위해 열린 생명평화 대화마당에도 몇 차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강연요지이다.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사건이 있다. 고 최진실 씨의 죽음이다. 자살하셨다. 연예인들에게 있어 ‘최진실’은 워너비다. 어린이부터 할아버지까지 전 국민이 다 아는 배우다. 이 사람은 데뷔 한 이례 마지막까지 톱스타였다. 단 한 번도 주인공이 아닌 적이 없었다.

그런 사람이 자살을 했다. 저도 최진실 씨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행복하지는 않았다. 계속해서 뭔가를 갖지 못해서, 더 좋은 일이 생기지 않아 여러분이 하고 있는 고민을 했다.

등록금 문제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됐을까. 1인 시위를 하고 100분 토론에도 나갔다. 대학생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 줬다. 어제도 다른 학교에 가서 등록금 문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지방에서 올라온 한 사립학교 음대생이 ‘한 학기 등록금이 600만원’이라고 하는 순간 눈물이 뚝 떨어졌다.

그 학생은 음악이 너무 하고 싶지만 부모님에게 미안해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등록금 문제만이 아니라 ‘(함께 공부하는) 음대생들이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반값등록금이 됐으면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청소 노동자 문제로 아픔이 느껴져 홍익대에 갔다. 무엇보다 충격이었던 것은 홍익대 총학생회였다. 총학생회에서 ‘학우들의 학습 침해’를 이유로 들고 농성을 막았다. 어디에 화를 내야 할지 몰랐다.

정말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학점 잘 따 졸업해 취업해야 하고 이것 외에는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고 했다. 결국 그 학생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지금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고 했다.

   
이날 강연을 마치고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왼쪽), 배우 김여진 씨(가운데), 조계종 사회국장 묘장스님(오른쪽)이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가졌다.  
조금만 세상을 넓게 보자. 이것이 그 분들만의 문제인가. 이분들은 10년 씩 청소를 했지만 비정규직이었고, 노조를 만들자 하루아침에 잘라 버렸다. 이것이 여러분의 미래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해고하기 좋은 나라다. 고용의 안정성이 보장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안정된 일자리는 없다. 어떤 대기업에 들어가 평생 안정되게 살았다는 것은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내 문제만 해도 감당이 안 된다’고 하니 해결이 안 되는 것이다. 평생 정년까지 아등바등해서 살아나올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중간에 잘리면 어떤 생존능력을 갖고 있을까.

세계는 굉장히 빨리 바뀐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경쟁력의 개념이 달라져야 한다. 모순이 어디에 있고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자신은 어디에 있는지 좌표를 그릴 줄 알아야 한다. 서바이벌 능력이다. 예를 들어 반값등록금 쟁취하는 일을 했다면 굉장히 소중한 능력을 키운 셈이다.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이다. 공부하라 해서 공부하고 스펙 필요하다고 하니 영어하고 수동적으로 공부해서 기업에 취업한 사람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인재다.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은 행복하다. 정말 하고 싶은 일, 비웃든 실패를 하든, 밥 벌어 먹겠냐고 하든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열심히 하면 경쟁력도 생긴다.

변화는 쉽게 오지 않는다. 여자들이 투표하는 세상이 오기까지는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고 죽었다. 변화가 오긴 오돼 100년은 걸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등록금 문제는 이렇게 까지 걸리지 않을 것이다. 운동하는 방법에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왔으면 한다. 여러분은 조건에 굴하지 않고 ‘행복하고야 말겠다’, ‘행복한 일을 하는 일을 하며 살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모든 것은 연관돼 있다. 변화를 위해서는 방법의 창조성이 필요하다. 고칠 것이 많으면 함께 해 나갔으면 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배우가 된 계기와 현재 하는 일에 대한 만족도는.

첫 연극을 보고 그 자리에서 ‘포스터 붙여 드릴게요’라고 했다. 당시 아무 희망이 없었다. 하고 싶은 것은 없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포스터를 붙이며 공연이 재미있어 매일 봤다. 똑같은 연극을 120번 봤다. 어느 날 (이 연극에서) 주연을 맡았던 박상아 씨가 방송에서 대상을 받고 출연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제가 올라갔다. 생애 첫 연극이었다. 처음에는 못하겠다고 했다. 이후 1년 동안 공연을 하며 연기를 배웠다. 지금도 연기하는 일을 좋아한다. 하지만 연기자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에서 나를 써주지 안으면 길바닥에서 해도 된다. 새로운 길은 뚫으면 된다.

- 임신했다고 들었다. 얼마나 행복하나.

저는 원래 행복하다. 아이가 생겨 조금 더 책임감이 생겼다.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다. 다른 여자들은 좋은 엄마가 되려고 하니까 (나는) 아이들이 지금보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고 결심을 했다. 지금은 아이가 생겨 둘 다 해야 할 거 같다. 그런 세상이 오도록 더 진지하게 애를 쓸 것이다.

- 친구들로부터 ‘빨갱이’라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5월 쯤 있었던 일이다. 한나라당 자문위원이 ‘미친X’이라고 욕을 했다. ‘그럴지도’라고 생각했다. 나쁜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위 시선이나 비난에 대해 흔쾌히 받아들이고 설명하지 마라. ‘웃으면서 그런가 보다’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평가와 비난에 대해 ‘너는 그게 싫구나’ 하고 끝내면 된다.

불교신문 201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