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서울복지병원 장례식장 5호실. 발 디딜 틈 없이 빈소를 가득 채운 사람들이 추도사를 들으며 흐느꼈다.
영정사진 속 고(故) 김우수(54)씨는 하얀 헬멧을 쓰고 웃고 있었다. 영정 앞에는 그가 그동안 후원해 온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 세 통이 놓였다. 꿈이 경찰이라는 현수(16·가명)는 편지에서 ‘학원에 다니고 싶지만 아버지도 편찮으시고 엄마한테도 미안해 혼자 고민이에요’라고 적었다. 에티오피아 소년 후세인 모사(16)는 감사의 편지와 함께 성적표를 보냈다. 영어 75.5점, 생물 84점….
김씨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생전 김씨를 만난 적이 없는 시민들까지 빈소를 찾아 눈물을 떨궜다. 사람들은 그에게 ‘철가방 천사’ ‘짜장면 키다리 아저씨’ 등의 이름을 붙여줬다. 이명박 대통령도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진정한 나눔의 삶을 실천으로 보여주셨다”고 애도했다.
아무도 없는 병실에서 홀로 눈을 감았지만, 마지막 떠나는 길만은 외롭지 않았다. 재단 관계자들, 김씨가 일했던 중국집 사장 부부와 동료들, 어린이재단 후원회장인 탤런트 최불암씨 등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했다. 재단 이사인 최이우 목사를 따라 사람들이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라는 구절에서 장례식장은 눈물바다로 변했다. 고인은 경기도 고양시 벽제승화원에서 화장된 뒤 오후 5시 예원추모관에 안치됐다. 키 1m58cm에 몸무게 55kg. 작은 체구의 김씨는 ‘나눔 앞에선 가난도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위대한 유산을 사람들의 가슴에 남기고 떠난 ‘큰 사람’이었다. 어린이재단은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3일간 “김씨의 뜻을 이어받아 후원하겠다”는 신규 후원 신청이 800여 건 들어왔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까지 그의 후원을 받았던 민지는 떠나는 김씨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
“이젠 저도 정말 아저씨를 본받아서 남을 열심히 도우면서 살게요…. 하늘나라에서는 정말 행복하고 재미있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매일 여기에서 기도할게요. 김우수 아저씨! 다음에 또 만나면 정말 감사하다고 말해드리고 싶어요. 사랑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