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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법회를 다녀오면서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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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생법회를 다녀오면서 

 

6시30분, 길상사 주차장에서 방생법회에 참석하는 길상사신도 160여명을 태운 4대의 버스가 인원점검을 마친 후, 

7시에 길상사를 출발 서울시내를 통과하여 고속도로를 타고 대천으로 향했다. 각 차량에 스님 한분 씩 탑승하고

거사림의 소임자들이 차량마다 승차하여 무전기를 이용한 차량 간의 유기적인 연락으로 인원확인 및 시간통제와 

안내를 맡았다.

 

나는 총무스님이 승차하신 2호차에 탔다.

차량별로 나눠준 주먹밥과 흰가래떡, 귤 등으로 아침식사를 하고는 이동간에 법정스님의 살아생전의 수행모습을

비디오로 보여줌으로써 지루하지 않게 여행할 수 있었다. 9시 경에 홍성휴게소에 도착, 잠시동안 쉬면서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거사림의 소임자들이 일일이 안내를 통해 화장실 이용에 편의를 제공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잠시 양해를구하고 내가 탄 2호차의 일행들을 위해 방생의 공덕에 대한 예화를 들려주었

더니 불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총무스님께서 듣고 계시다가 포교사는 스님이 미쳐 생각하지못하거나 스님이 말

씀하지 못하는 부분을 신도들에게 적절히 전달하거나 교육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면서 그와 같은 내용

을 각 차량별로 이동하여 다니면서 불자님들에게 하도록 말씀하시기에 방생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차량을 바꿔

타면서 같은 내용을 들려주었다. 이는 어디까지 나의 뜻이 아닌 스님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오해가 없기를 바랬다.  

 

10시 무렵에 대천에 도착하자 버스에 내려 주지스님과 총무스님을 따라 근처의 어시장으로 들어 갔다.

어시장에는 바다에서 잡아올린 넙치와 게를 비롯하여 많은 물고기들이 프라스틱 그릇에 담겨 있었다. 총무스님께

서 방생할 물고기들을 보기위해 들리신 것이다. 방생용 물고기는 중간 정도의 작고 싱싱한 놈을 고름으로써 같은

값으로 보다 많은 수의 물고기들을 방생하기 위한 것 같았다. 물고기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마침 내앞 가까이 있는

프라스틱 용기 속에 있는 물고기 가운데서도 제일 큰 붉은 색을 띈 돔 한마리가 배를 뒤집고 연신 몸을 팔닥거리면

서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시선을 붙잡았다. 자세히 보니 비늘이 여러개 빠진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어쩐지 측은한 생각이 들어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데 마치 물고기가 내마음을 읽기라도 한듯이 배

를 하늘로 향한 채 계속 팔닥거리면서 용기안을 맴도는 것이었다.
이왕에 방생하기로 마음을 내었으면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생명을 방생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주인 아주머니에게

이처럼 비늘이 빠지고 꺼꾸로 누워 헐떡거리는 물고기도 방생하면 살아갈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살 수 있다고 한다.
장사속이 아닌가하고 의심도 했지만 만약의 경우 죽더라도 고향인 바다에서 죽게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속는 셈치고 사려고 가격을 물어보았더니 물고기를 잡아 거울에 달아보고는 꽤 비싼 가격을 부른다.
아마도 덩치가 크서 그런 모양이었다. 돈을 지불하고 있는데 주지스님께서 보시고 마침 옆에 있는 같은 크기의 고

기를 골라 주문하시고는 먼저 가신다. 이 집에서 제일 큰 고기 두마리가 횟감에서 해방된 셈이었다.

나는 내가 주문한 것과 주지스님께서 주문하신 물고기를 제대로 싣고가는지 확인하기위해 수조차가 올 때까지 기

다렸다가 수조차에 동승하여 방생장인 대천바닷가로 같이 갔다.  

바닷가에 도착하니 스님과 신도님들이 방생법회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조차에서 내려 차에 싣고 온 크다란 프라스틱 용기 두개를 먼저 땅에 내리고 수조차의 호스를 이용 수조안의 물

을 두개의 용기에 반쯤 채우고 그물채를 이용하여 프라스틱용기로 물고기들을 조심스럽게 옮겨 담고는 거사들과

같이 물고기가 담긴 용기를 방생법회장소까지 운반하였다.
10시 반부터 사회자의 안내와 함께 방생법회가 시작되었다. 법회진행순서는 삼귀의, 발원문 낭독, 방생에 임한

주지스님의 인사말씀, 천수경봉독, 칠정례, 방생동참불자들에 대한 축원, 진언염송, 관음정근, 회향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잿빛 하늘과 바다의 수평선이 맞닫아 있는 가운데 바람결에 밀려오는 파도가 해조음과

함께 바닷가의 모래톱에 하얀 거품을 품어내는 모습이 마치 바다의 용왕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자기의 식솔들을 애

절하게 부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중생들의 업장소멸을 위한 스님들의 진언소리가 바람을 거슬러 하늘과 바

다가 맞닿은 수평선을 향하여 멀리 멀리 퍼져나갔다. 

 

법회 도중에 용기에 담긴 물고기가 죽지 않도록 하기위해 몇몇 거사들이 바다물을 물고기가 담긴 그릇에 수시로

날라 부었다. 그런 와중에도 내가 주문한 물고기는 꺼꾸로 누운 채 움쩍거리다가 멈추고 하는 모양이 곧 죽을 것처

럼 보여 마음이 조마조마 했다. 법회가 끝날 때까지 죽지않고 살아 있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잠깐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에 법회가 끝나고 방생이 시작되었다. 급히 물고기가 있는 곳으로 갔으나 내가 주문한 

물고기가 보이지 않았다. 죽어서 치워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 있던 거사에게 물어보았더니 법회도중에

죽을 것 같아 운상 거사가 먼저 방생했다고 한다.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바다에 넣고 지켜보았더니

10여미터 가량 물결 따라 떠내려가는 것 같더니 갑자기 기운을 차리고 바다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이 측은지심(惻隱之心)이리라.


방생하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 갈매기 떼가 날아들었다.

방생한 고기들이 미처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도는 것을 갈매기 낚아채려고 하고 있었다. 거사들이 손

짓과 큰 소리로 쫓아내려 해보지만 갈매기들은 물러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를 바라보는 보살님들이 몹씨

안타가워하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서 대비심(大悲心)을 엿볼 수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갈매기들은 한마리

의 물고기도 제대로 건지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고기를 채었다가 놓치고 채었다가 놓치고 하는 것을 반복하는 사

이에 방생된 물고기들이 바다 깊숙히 들어가는 것 같았다.

갈매기의 행동을 제약하는데는 거친 파도가 한 몫 하였다. 어쩌면 용왕이 물고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소매자락으로

갈매기들을 떨쳐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방생의 공덕은 몸에 병이 많은 사람이나 단명하는 집안에서는 방생을 통하여 전생이나 현생에서 지은 살생업을

소멸하거나 덜어줌으로서 건강한 삶으로 수명을 누리게하고 다음생에라도 병마와 단명의 악업에서 벗어날 수 있

게한다는 눈 밝은 스님들의 법문이 어쩌면 나처럼 몸이 아픈 사람들에게는 환한 등불처럼 한줄기 새로운 희망의

멧세지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살생업을 전생이나 현생을 통하여 알게 모르게 지은

과보를 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기에 진정으로 참회하는 의미에서의 방생행위는 본인과 가족을 

위해서도 언제 어디서든지 반드시 필요한 행위이다. 다른 생명에 대한 측은지심이 바로 자신의 생명을 지켜준다

는 이치를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방생은 우리들로 하여금 어떤 의미를 갖게하는 것일까? 
인간의 끝없는 탐욕으로 오늘날 지구상의 많은 동식물이 멸종하여 감에 따라 자연의 생태조절 기능인 먹이사슬이

파괴되고 생명체간의 균형이 깨어짐으로 인한 재앙이 서서히 인간을 멸망의 길로 조여오지만 사람들은 탐욕심에

눈이 가려 위기의 심각함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이 사라져가면 식물도 균형을 상실하고 자연의 질

서도 따라서 파괴되어 결과적으로 인간의 멸종을 초래하는 기상이변 등, 자연재앙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

이다. 불교의 근본이 윤회사상이라면 앞으로 태어나는 우리의 후손 뿐만아니라 우리자신들의 내세인 미래의 세상

을 위해서도 생명존중을 위한 방생의 자비심이 결국은 우리자신들을 위한 마음이기도 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출가하신 동기도 따지고보면 유년시절 아버지인 정반왕을 따라 농경축제에 참석하여 뜨거운 태양아래 

앙상하게 뼈가 드러난 가난한 농부가 늙어 힘이 없는 소에게 채찍질을 가하면서 쟁기로 밭갈이를 하는 중에 뒤집어

지는 흙속에서 쟁기에 갈려 토막난 벌레와 이러한 벌레들을 쪼아먹는 새들과 그 새들을 다시 채어가는 매의 모습을 

보고 자연의 먹이사슬의 비정함에 큰 충격을 받고 염부수 나무아래에서 명상에 잠긴 것이 출가의 크다란 동인이

되었음은 능히 미루어 짐작되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모든 생명들이 서로 공생할 수 있을 것인가를 깨닫기 위하여 왕위마저 버리고 출가하신 것이다.
오늘 비록 일부의 불자님들이 마음을 내어 방생의 공덕을 지은 일은 일견 작고 부분적인 일 같지만 결코 작은 것이

거나 부분적인 일이 아니다. 북경의 광장에서 작은 나비 한마리의 날개짓이 미국 텍사스에 부는 토네이도의 원인이

된다는 과학자들의 말이나 성경에도 언급된 바와 같이 부패할대로 부패하여 썩어문들어져 가는 소돔과 고모라에

단 한사람의 의인이라도 있었으면 신의 노여움에서 벗어나 멸망을 피할 수 있었다는 비유의 말은 불교 연기법의 또

다른 표현이기도 한 것이다.  

 

방생법회를 마치고 주위를 깨끗히 정리한 다음, 수덕사로 가기위해 모두 버스에 올랐다.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었다. 수덕사로 가는 차창으로 비친 하늘은 어느새 푸르게 바뀌었고 들판의 벼들은 황금빛

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1시 10분경에 수덕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였다. 버스에 내려 근처의 버들식당에서

산채나물로 다양하게 마련된 찬으로 점심공양을 하고는 수덕사로 향했다.
수덕사는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에 위치하여 백제 사찰로는 유일하게 오늘날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절로서

백제 위덕왕(威德王,554~597) 재위시에 창건되었다고 한다.
수덕사의 대웅전은 국보 제49호로서 일제강점기인 1937년에 건물을 뜯어서 수리할 때 발견된 묵서명(墨書銘)에 의

하여 건립연대가 1308년임이 밝혀진 형태미가 뛰어나 한국목조건축사상 중요한 건물로 평가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근대 한국선불교의 중흥조이신 경허 성우(鏡虛惺牛, 1849~1912) 선사께서 주석하시면서 만공선사 등 많은 뛰

어난 제자들을 양성하여 전등(傳燈)의 법맥을 이으며, 선불교(禪佛敎)를 진작시킨 도량이기도 했다. 대웅전 측면의

열린 문으로 부처님을 향해 삼배의 예를 올리고 마당으로 내려왔다. 

 

수덕사의 대웅전 앞에서 스님과 불자들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는 버스에 올랐다.

오후 6시 무렵이 되어서야 길상사에 도착했다. 길상사를 출발하여 돌아오는데 까지 꼭 반나절이 걸린 셈이다. 돌아

오는 도중 4호차에 탑승하여 선탑자의 안내에 의해 각자 인사소개와 법회에 대한 소감을 피력하는 것을 들어보니 

이외로 많은 보살님들이 방생법회는 처음이라는 분이 많았다. 물론 거사님들은 대부분이 처음 참석하는 사람들로서

나 또한 처음이었다. 언젠가 나도 꼭 한번 방생법회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는데, 인연이 되어 길상

사에서 처음 실시하는 방생법회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런 법회를 마련해 주신 길상사 스님들에게 새삼 감사를 드립니다. 나무 불, 나무 법, 나무 승,
 

[2011. 10. 6. 길상사 거사림 지우 허태기 합장]


  • 한애경 나무아미타불() 합장 2011-10-10 14:38 댓글삭제
  • 허태기 먹이사슬의 최정상에 있는 인간이 스스로 자제하지 않으면 장차 지구는 동토의 땅으로 화하고 말것입니다. 인간의 절제심과 자비심만이 지구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면 파장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파장이 인연이 되어 일파만파가 되는 것입니다. 불우이웃돕기 등 방생의 방법과 길은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전 지구적인 생명체를 구제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파괴를 막는 것입니다. 지나친 이기심은 스스로를 파괴하는 일입니다. 2011-10-12 07:58 댓글삭제
  • 최순심 아유 지우님 좋은 일 하시고 공덕 지으셨내요,마하반야바라밀~ 2011-10-12 17:02 댓글삭제
  • 허태기 공업중생이라 저는 그저 곁가지로 끼워 갔을 뿐입니다.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 2011-10-13 09:35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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