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중국에서 산을 12시간 걸어와 발톱이 빠졌어요” “윤철아, 어떻게 이 조그만 발로 12시간씩 걸어왔어? 그것도 험난한 산을?”

순간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윤철이는 7살 남자 아이다. 삶을 찾아 사선을 넘어 엄마의 손을 잡고, 깜깜한 산길을 걸어걸어 그렇게 왔다. 중국에서 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진 산을 넘어야 했다.

그 아이는 신음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숨을 죽인채 그저 걸어야만 했다. 혹시라도 발각이 되면 다시 북한으로 끌려가야 했기에. 숲이 무성해 행여나 앞 사람을 놓치게 되면 산속에 혼자 남아야 한다. 그 다음의 일은 상상조차 끔찍하다.

그나마 한사람이 길을 잃게 된 것을 빨리 알게 되면 잠시 길을 되돌리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때 무작정 찾을수만도 없단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나뭇가지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 윤철이 일행은 태국에 도착했단다.

하나원에서 만난 윤철이는 똑똑하고 잘생긴 아이였다. “윤철아.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선생님, 저는 대통령이 될거예요” “그래, 우리 윤철이는 꼭 대통령이 될거야. 선생님 하고 약속하자” 새끼손가락을 걸고 도장 찍고 복사까지 한다.

한치 앞도 안보이는 산길 걸으며

발톱이 빠져도 신음소리도 못내고

‘자유’ 찾아온 7살 윤철이…

부처님 품에서 더 이상 아프지 않길

윤철이 모자는 하나원 정착교육 3개월 내내 종교시간이면 법당을 찾았다. 부처님 앞에서 절도 하고, 목탁도 치고, 찬불가도 부른다. 윤철이는 그저 부처님이 너무 좋단다. 훗날 이 아이가 자라서 하나원에서 본 부처님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부디 불성이 자라나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기도해 본다.

대부분의 탈북자는 종교를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하나원에서 처음 불교를 접한다. 반면 중국 연변 지역에서 개신교를 접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래서 법당을 찾는 사람 한명 한명에게 더욱 신경을 쓸수밖에 없다.

법회 시간이면 재미있게 진행하려고 노력을 한다. 노래를 좋아하는 북한 사람들을 위해 노래도 합창하고, 장기자랑도 하고, 연꽃등을 만들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기도 한다. 때론 법회 도중에 북한에 두고온 가족을 생각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눈물은 어느새 주변 사람을, 그리고 나의 눈을 자극한다. 가슴으로 진정 그들을 끌어앉고 상처를 치유해야 할 우리 민족이다.

하지만 이들이 사회에 나가면 탈북자라는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접해야 한다. 아직 그들이 불자라며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생명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그들이, 멀지않은 미래에 남과 북을 이어줄 사람들이라는 생각으로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지금까지 정착한 탈북자보다 더 많은 북한 이탈주민들이 남한으로 오기위해 제3국과 북한에 대기중이라고 한다. 그들이 자유 대한민국에 올때까지 아무런 사고없이 무사히 도착하기를 부처님 전에 간절하게 기도한다.

“거룩하신 부처님 원하옵건대, 지금 저들의 마음속에 원하는 모든 일이 이뤄지도록 가피를 내려 주옵소서.”                    

[불교신문 2763호/ 10월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