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불자가 본지에 제보한 특정종교시설 홍보물. 교회 이름이 새겨진 노선도도 함께 배치하고 있다.
한 지하철 역사 내에 특정종교시설을 선전하는 홍보물이 버젓이 설치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서울 잠실나루역에 ‘○○교회’가 적혀있는 지하철노선도와 안내부스가 버젓이 세워져있다”며 익명의 불자가 오늘(11월10일) 본지에 제보했다. 이어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지금 막 설치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불자가 홍보물을 발견한 것은 오늘 오전11시경. 역사로 들어서자마자 특정종교시설을 선전하는 문구가 새겨진 시설물이 발목을 붙잡았다. 교외로 이동 중이었고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는 생각도 잠시, 더 큰 문제가 야기될 것을 우려해 곧장 담당자를 찾아갔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역사 부역장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상황으로 여기고 ‘별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 또 철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하루에도 수 십 만 명이 들락거리는 강남 한복판 공공시설에 특정종교를 홍보하는 시설물이 왜 문제가 될 수 없느냐'고 조목조목 반박해도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요지부동이었다. 게다가 담당자는 “전 역장이 이렇게 했다”고 핑계를 대는가 하면 “상급기관으로부터 공문을 보내 정식으로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화가 난 불자가 “지금까지 일어난 상황을 모두 녹음했다”고 말하자 갑지가 상황은 반전됐다. 부역장이 태도를 바꿔 홍보물을 모두 치우겠다고 번복한 것이다. 이후 오후2시경 해당 부역장은 이 불자에게 전화통화로 “시설물을 모두 치우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불자는 “이대로 넘겨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불자는 “공공시설에 장기간 동안 시설물을 배치하는 것은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상위기관에서 결제를 받아 진행하는 것”이라며 “해당 역사는 물론 상급기관으로부터 시설물이 들어서게 된 까닭과 시행일자,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답변을 공문으로 받아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특정종교시설을 홍보하는 문구가 버젓이 새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