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시가 특정종교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는 합창단에 예산을 지원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예산심의과정에서 직전 단장이었던 한 시의원이 지원을 강력하게 주장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현재 ‘종교편향 정책의 시정을 바라는 시민모임’은 해당 시의원과 시의회의 공개사과, 단체 예산지원 즉각 중지 등을 촉구하는 전단을 배포하고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모임에는 밀양참여시민연대, 농민회, 어린이책읽기시민모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10여개 지역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이번 사태 발단은 합창단 현 감사를 맡고 있는 C시의원이 2011년도 사회단체보조금심의회에서 ‘사랑의 부부합창단’ 예산 지원을 강행하면서 촉발됐다.

   

밀양시가 올해 예산을 지원한 '사랑의 부부 합창단' 홈페이지 캡쳐 화면.  

본지 제보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열린 심의회의 자리에서 이 시의원은 자청해 단체 성격과 지원당위성 등을 설명했다. 회의에 함께 있었던 제보자 L심의위원은 당시 심의위원으로서 ‘총무분과 소속 시의원이 자신이 속한 단체 예산을 강압하는 행위는 명백한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게다가 C시의원은 L위원이 시청과 시의회 홈페이지 게재한 글을 삭제하면 ‘예산을 철회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이마저도 무시했다. 예산지원을 막기 위해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가면서 문제가 불거지자 C시의원이 삭제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글이 삭제되자 C시의원은 예산을 상정하고 통과시켰다. 격분한 L위원이 곧장 연락해 ‘약속을 왜 지키지 않았느냐’고 묻자 도리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다. L위원은 밀양시의회에도 이번 일에 대해 따져 물었지만 ‘심사위원으로서 정당한 행위였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받고 서명운동을 벌이게 됐다.

이 합창단은 선교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다. 홈페이지(www.lcc.or.kr)를 들어가 보면, “밀양은 기독교인은 3% 밖에 되지 않는 영적으로 어두운 도시”라며 “이러한 곳에 합창단이 조직된 것은 '하나님의 섭리'”라고 소개하고 있다.

또 ‘아름다운 찬양을 뿌려 밀양의 영적 어두움을 걷어내는 것’을 활동 목표로, ‘노래를 잘하기 보다는 찬양하는 것을 즐거워하고 선교하기 힘쓰며 궁극적으로는 하나님을 믿도록 선교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안에 대해 L위원은 밀양시의회 법규를 들어 “이해관계에 얽힌 의원이 해당 사안에 한해 감사 또는 조사, 심사 등에 참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직접 나서서 단체를 소개하고 지원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총무분과 시의원이 강요하는데 심의위원들이 어떻게 공정한 심사를 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본지 제보자인 L위원은 얼마 후 시로부터 심의위원 해임을 통보하는 공문을 받았다.

본지는 이번 사안에 대해 특정종교 색을 띤 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게 된 경위와 앞으로의 지원 여부 등을 담아 질의서를 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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