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수련] 4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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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수련]
죽으면 썩고 버려질 몸에 대한 관찰
마치 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죽은 뒤 하루나 이틀, 사흘이 지나서
부어 오르고 검푸르게 변하고
썩어 문드러지는 것을 보는 것과 같이
이 몸을 관찰하며
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까마귀에게 쪼아 먹히고
매에게 쪼아 먹히고
독수리에게 쪼아 먹히고
늑대에게 먹히고
여러 벌레들에게 먹히는 것을 관찰하듯이
이 몸을 직시하여
이 몸이야말로 이러한 법, 이와 같이 되어진
이런 것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다고 안다.
마치 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피와 살이 힘줄로 연결된 해골인 것을 관찰하듯이
마치 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살이 없이 피가 붙어서
힘줄로 연결된 해골인 것을 관찰하듯이
마치 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피도 살도 없이
힘줄로만 연결된 해골인 것을 관찰하듯이
마치 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관절이 풀려 흩어져서
이곳에 팔뼈, 저곳에 다리뼈,
이곳에 무릎뼈, 저곳에 정강이뼈,
이곳에 엉치뼈, 저곳에 등뼈,
저곳에 두개골이 있음을 관찰하듯이
이와 같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뼈를 관찰하듯이
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소라의 빛갈과 같은 백골인 것을 보듯이
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일년이 넘은 퇴적된 뼈인 것을 보듯이
묘지에 버려진 시체가
삭아서 부서진 뼈 조각인 것을 보듯이
이 몸이야말로 이러한 법, 이와 같이 되어진
이것을 벗어날 수 없다고 안다.
이와 같이 몸에 대하여
안으로나 밖으로나
혹은 안과 밖 다같이 관찰하며 머무르되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사라지는 현상과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하며 머무른다.
또한 지식으로 이루어진 것과 기억으로 이루어진 것도
몸에 기록되어 있음을 알고 관찰하며 머무르되
의지함이 없이 머무르며
세상의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대념처경(大念處經)>
마치 영원히 살고 영원히 내 것인 것처럼..
특히 현대인은 삶의 편의성과 즐거움의 증대로
몸매를 가꾸고 잘 가꾼 몸매를 자랑한다.
배 근육 팔 근육 등 멋진 몸매에 현혹하고 그것을 즐긴다.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그러나 삶은 순간이고 죽음은 찰나에 찾아온다.
고통없이 살아온 삶은 죽음을 두려워하며 삶에 탐착한다.
그리하여 죽음을 슬퍼하고 애통해한다.
그와 같은 사람의 모습은 어둡다.
고통이 많은 사람은 죽음을 덜 두려워 한다.
그는 삶 자체가 고통스럽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사람의 모습은 죽음에 임하여 편안하다.
죽음 앞에서는 육신의 쾌락이나 형상은 무의미한 것이다.
다만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가 문제이다.
죽음이 일회성 삶으로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죽음이 한없이 슬픈 일이다.
그러나 죽음은 또다른 삶의 탄생을 위한 산고의 고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이 덜하다.
그와같은 믿음이 확고하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이 세상에 죽음보다 두려운 일은 없고
고통보다 참을 수 없는 일은 없다.
이런 두려움과 고통의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죽음의 실체와 고통의 근원에 대해 참구하여
그 것 또한 실체가 없는 도리를 깨닫는 길이다.
영원한 쾌락이 없듯이 영원한 고통도 없고
영원한 삶이 없듯이 영원한 죽음도 없는 것이다.
이 이치를 사무치게 깨달으면 그는 능히 번뇌에서 벗어날 것이다.
11월 14일 맑은 아침. 심한 몸살을 앓고.. 지우합장. 2011-11-18 09: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