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문답(山中問答)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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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唐, 李白)
問余何事처碧山 묻노니, 그대는 어이해 푸른 산에 사는가
笑而不答心自閑 웃을 뿐 대답하지 않으니 마음 절로 한가롭네.
桃花流水杳然去 복사꽃 물에 떠서 아득히 흘러가니
別有天地非人間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라네.
가벼운 선식으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산책삼아 도봉산으로 등산하기위해 방학능선을 탔다.
낙엽 쌓인 도봉산 오솔길을 천천히 걸어 검은 나뭇가지와 푸른 사철나무, 노랗게 혹은 붉게 물든
단풍 숲을 파고들어 가을정취를 온몸으로 만끽하면서 전망대를 향해 걸었다.
방학 능선 상의 중간쯤에 위치한 전망대는 금년 여름 설치한 철제구조물로 높이가 8~9m 정도
되는 두 개의 원형 구조물을 나란히 세워 꼭대기의 전망대에서 서로 연결시켜 양쪽으로 왕래가
가능하게 만들어 놓았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니 도봉산의 만장봉과 북한산의 백운대, 수락산,
불암산을 비롯 멀리 남쪽의 관악산이 한눈에 드러나며 높은 산으로 에워싸인 서울의 도심이 선명
하게 다가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봉산의 능선은 가을단풍의 절정으로 붉은 기운이 산과 계곡에 가득 스며
들어 산이 통째로 불타고 있는 느낌이다. 꼭대기의 전망대 난간에는 동서양의 유명한 시인들의
글귀를 프라스틱 판자에 몇 점 적어 부착해 놓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북한산의 멋진 경관과 함께 아름다운 시심(詩心)을 선사하는 것 같았다.
여러 사람의 시(詩 )가운데 유독 이백(李白)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시가 시선을 끌었다.
한동안 서서 자연경관과 함께 이백의 시를 음미하는데 주위의 산새소리가 분위기를 돋군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잠간 서있는데 아래쪽 가까운 곳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슨 소리인가 하고 살펴보니 눈앞에 귀엽게 생긴 고라니 새끼 한마리가 연록색 나무 잎을 골라
가며 따먹고 있었다.
사람들만 들끓는 도봉산에서 뜻밖의 동물을 보게 된 것이다.
수년전에 전에 방학능선 하단부에서 우연히 노루 같이 생긴 제법 큰 동물을 본 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 한 번도 산짐승을 보지 못했는데 오늘 모처럼 귀한 산 손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람이
지켜보는데도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고 제법 오랜 동안 나무 잎을 따먹더니 서서히 숲속으로 사라
졌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선한 눈망울을 지닌 아기 고라니와 데이트하는 뜻밖의 행운을 만난 것이
다.
10월 31일 맑음(월) / 청강 허태기
청정 무구한 새끼 고라니가 법향이 퍼지는 곳으로 찾아 온것은 아닐까 싶네요.? 2011-11-23 13: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