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불자는 불교 안에서 어떤 위치인가. 종단산하 기관에서 시간을 내어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불자를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는가. 참으로 서글프고 안타까운 일이 조계종 포교원 산하기구인 불교상담개발원 자비의전화에서 일어났다.
불교상담개발원 산하 사단법인 자비의전화에서 오랫동안(8년) 자원봉사자로 봉사해온 김선희 불자가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지난 10월 26일자로 중징계를 통보받고 사실상 종단으로부터 내쳐진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한국불교, 아직도 멀었구나”라는 것이었다.
미생물에게도 한량없는 자비심을 베풀어야할 종단에서, 또 종단 한편에서는 출재가의 바람직한 역할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그것도 책임 있는 당사자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일을 이런 식으로 무자비하게 풀어가는 것을 보면서, 뭔가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불교상담개발원 책임자가 박창규 감사에게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그것도 새벽에 해임통보를 한 것에 비롯됐다. 설사 불교상담개발원의 주장대로 임기만료에 의한 해임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행동은 온당하지 못하다. 이 역시 재가자에 대한 뿌리 깊은 경시풍조가 바닥에 깔린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인터넷방송인 주권방송에 출연 불교상담개발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점을 고발하고 있는 자비의전화 자원봉사자 김선희 불자.
주권방송 '종교 톺아보기'는 종교의 부당한 권력을 성역 없이 파헤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져 있다.
박창규 전 불교상담개발원 감사와 김선희 불자 등이 포교원을 찾아 불교상담개발원의 문제점에 대한 상급기관의 공정한 관리감독을 요청하는 장면. 사진=주권방송 방송장면.
이런 조처 등을 포함해 자비의전화에 많은 문제가 있다며 주무기관인 포교원에 시정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한 인터넷 방송매체에 나아가 하소연을 한 것이 5년 간 자격을 정지할 만큼 그렇게 큰 잘못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자원봉사자에게 5년 간 자격을 정지한다는 것은 곧 불교계에서 나가라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단체의 책임을 맡고 있는 스님이 임기가 만료된 감사를 불러서, 감사를 새롭게 임명하고자 하니 양해해달라는 입장을 정중히 전했다면, 또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도 해임 절차상에 미숙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이해를 구하고 다음부터는 신중하게 하겠다는 최소한의 절차만 밟았어도 큰 말썽 없이 해결될 일을 오랜 기간 동안 봉사를 해온 자원봉사자를 중징계하고, 적지 않은 자원봉사자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최악의 결과로 악화시키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징계를 받은 당사자 김선희 불자는 최근 이 문제를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를 찾아 진정했다. 월급을 받고 일을 한 것도 아니고 자원봉사를 하다가 생긴 일이라 그냥 넘어갈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부처님의 자비와 평등을 앞장서 실천해야할 조계종단에서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조계종 포교원 산하 단체인 불교상담개발원은 지난 몇 달간 감사에 대한 절차를 무시한 해임통보와 이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는 호소와 건의 등으로 몹시 시끄러웠다. 원만한 해결을 기대했지만 끝내 최악의 결과를 맞고 말았다. 도대체 포교원과 불교상담개발원에는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고, 또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이 일은 얼핏 보면 경미한 사안 같지만 이 일이 포교원까지 내부적으로 복잡하게 만드는 사태로 비화한 것은 근본적으로 재가자에 대한 뿌리 깊은 경시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출가자와 재가자 사이에 본시 계급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경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관계로 이어져야 마땅함에도 휴대폰 문자로 새벽에 해임통보를 하는 행위는 모두의 공분을 사기에 모자람이 없다.
여기에 지도적 위치에 있어야 할 포교원의 행보도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다. 불교상담개발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자원봉사자들의 문제제기와 진정, 감사요청, 면담요청 등이 있었지만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포교원의 의지는 매우 부족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끝내, 자비의 전화에서 자원봉사자로 봉사활동을 하던 김선희 불자가 동료 박창규 감사의 부당한 해임에 항의하며, 용기를 내어 잘못된 절차를 따지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재가자에 대한 경시풍조를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하소연한 것이 사실상 퇴출, 즉 5년 간 자격정지라는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김선희 불자는 지난 8월 5일 주권방송의 ‘두 남자의 종교 톺아보기’라는 프로그램에 출연, 불교상담개발원에서 벌어진 일련의 문제를 고발했다. 그 과정에서 이른바 ‘불교계의 5성 계급’이 언급됐다. 부처님께서는 인도의 고질적인 계급제도인 4성 계급을 혁파했는데, 오늘날의 조계종에는 5단계의 계급이 존재한다며, 비구→비구니→재가종무원→종단 산하단체 직원→자원봉사자를 거론한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종단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것이기도 하다.
불교상담개발원은 방송에 나아가 김선희 불자가 한 이런 이야기가 조계종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중징계의 주요한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김선희 불자가 출연한 주권방송의 해당프로그램 방송진행자는 다름 아닌 포교원에서 포교위원으로 위촉한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학과)였다. 우 교수는 방송을 진행하면서 김선희 불자의 하소연에 크게 공감하며 보충설명까지 상세하게 덧붙였다. 따라서 불교상담개발원의 징계사유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마땅히 포교위원인 우희종 교수의 객관적 견해도 들었어야 했다.
“내부 문제를 언론을 통해 해결하려고 시도하여 화합무드를 다시 깨뜨렸으며, 자비의전화 자원봉사자들이 고령화 되었고, 자비의전화에 걸려오는 상담전화의 대부분이 음란 상습전화라고 비하했다”는 불교상담개발원의 중징계 사유는 다른 입장에서 보면 얼마든지 반박이 가능한 내용들이다. 답답한 일을 언론에 호소하는 것이 징계의 사유일 수 없으며, 자원봉사자의 고령화와 상담전화의 대부분이 음란성 전화라는 지적 또한 현상에 대한 설명이니, 징계사유로는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불교상담개발원의 책임자는 징계를 위해 소집된 이사회(10월 6일) 이틀 전, 김선희 불자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이사직에 대한 얘기를 비치고, 감투가 영원하겠냐는 말과 함께 김선희 불자가 제기한 자비의 전화가 안고 있는 이른바 10가지 핵심문제에 대해서도 공감의 뜻을 나타내는 등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었다고 김선희 불자는 밝히고 있다.
아무튼 김선희 불자에 대한 불교상담개발원의 이번 중징계는 절차상이나, 내용상으로 온당해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한 사건발생(주권방송 출연) 이후에 징계세칙을 만들어 소급 적용한 것은 율장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더구나 징계를 통해 이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이 과연 불교적이며, 또 불교상담개발원과 자비의전화 정상화 및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점을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김선희 불자의 말처럼 5성 계급 중 가장 아래에 있는 종단 산하단체 자원봉사자의 소중함을 모르는 상황에서, 어떤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불교상담개발원이 진행해온 징계절차가 역설적으로 5성 계급의 존재를 입증하고 있지 않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포교원과 불교상담개발원이, 김선희 불자의 5성 계급 발언으로 인해 종단의 명예를 실추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종단산하 단체에서 봉사해온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 한 사람에 대한 징계절차부터 조심스럽고 여법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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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1-21 03:00:00 기사수정 2011-11-21 17:35:01
. 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을 구하러 다녔소
1959년 서울 조계사에서 공동으로 결혼식 주례를 진행한 당시 일초 스님(고은 시인·왼쪽)과 미당 서정주 시인(오른쪽). 시인은 스님 시절 100여 회의 주례를 했다고 밝혔다. 고은 시인 홈페이지
사진 더 보려면 Click!너무 괘씸했다. 그래서 종무원 몇 사람을 불러 그를 잡아오라고 했다. 그가 자주 왕래하는 잡지사 주변에서 여러 번 기다리기도 했다. 허사였다. 이쪽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좀체 잡을 수가 없었다. ‘일초(一超)가 정말 이럴 수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일초는 일초 스님, 나중 시인으로 유명해지는 고은이다. 그는 1962년 환속하자마자 절집을 비난하는 글을 싣기 시작했다. 불교가 기복(祈福)만 하고 있다, 여 시주 치마폭에 싸여 있다, 사회성이 없다 등 거친 얘기였다. 이에 나이 지긋한 스님들은 “매우 고얀 놈”이라 했고, 총무원과 선학원에서 한솥밥 먹던 스님들의 불만도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초 체포령’이 떨어진 것이다.
1950년대 후반 처음 만난 일초 스님은 효봉 스님의 상좌로 나보다 두 살이 많지만 격의 없이 지냈다. 이미 서정주 시인과 가깝게 지내며 ‘폐결핵’으로 등단한 스님은 당시에도 언행에 거침이 없었다.
어느 날 내가 전진한 김두한 정일형 씨의 선거 유세를 보고 그 분위기를 전했다. 그랬더니 방 안에 누운 채 책을 보다 무언가를 긁적거리던 스님은 “화상(和尙·스님의 다른 호칭)은 정치 좋아하네”라며 빙긋이 웃었다. 스님은 일어도 능숙하고 영어 책도 보는 등 천재형이었다.
“은행 나무/한 구루와/한 구루가/오직 한 임을 보고, 가는 바람에 잎이 깨이다.//어디 한 임 뿐이리요 허, 허, 히,//청담(靑潭)스님 석주(昔珠)스님/미산(彌山)스님도 깨이다 자다 하다./다 그러 하다….”
일초 스님이 주필로 있던 불교신문에 쓴 시 ‘선학원에서’의 일부다. 속명이 고은태인 그는 ‘고일초’ ‘일초’ ‘고은’ 등 여러 이름으로 시를 썼다.
그때 이미 스님과 불가와의 인연이 그리 길지 못할 조짐이 보였다. 술에 얽힌 기행이 계속됐고, 찾아오는 여성도 적지 않았다. 수행자라기보다는 예술가적 자유분방함이 훨씬 강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양복을 입고 나왔다. 스님은 이리저리 물어도 대꾸 없이 웃다 짐을 꾸려 떠났다. 일초 스님이 아닌 시인 고은이 된 것이다.
고얀 놈 사건 뒤 2년이 지났을까. 1967년경 시인이 동국대 옆에 있던 옛 총무원 청사를 찾아왔다. 경산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있던 시기였다. 불쑥 찾아온 그는 경산 스님 앞에서 대뜸 무릎을 꿇고 참회의 뜻을 밝혔다. 이유야 어찌됐든 참회하는 이를 내치지 않고 품는 것이 불가의 모습이다.
이후 그는 민주화운동과 민족문학작가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나는 종단 개혁과 불교 자주화를 위해 노력했다. 피차 마주칠 기회는 드물어졌다. 시인이 제주 원명사에서 팔만대장경을 공부하면서 암송 뒤 종이를 씹어 삼킬 정도로 독하게 공부했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그가 김대중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을 때에는 팔만대장경을 의역하고 싶다는 전갈을 보내오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 한 모임에서 시인을 다시 만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환속 뒤 우리 사회의 열악한 현실에 눈을 뜨고 문학과 실천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스님은 종단 개혁에 이어 이제는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비폭력 평화운동으로 대안을 찾으려고 합니다. 정말 좋은 선택을 했습니다.”
1996년 내가 화갑기념논총 ‘보살사상’을 낼 때, 시인은 ‘세상의 보배’라는 축시를 통해 나를 과찬하기도 했다.
노벨문학상이 대수일까. 거꾸로 이미 그는 불교계뿐 아니라 세상의 보배다. 언젠가 그는 자신의 작품들이 불교를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초에서 시인 고은까지. 어쩌면 그의 삶은 불가의 전통적 방법을 따를 수 없었던 그가 선택한 그만의 수행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정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⑮회에서 송월주 스님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의 인연을 얘기합니다. 스님은 개신교 신자가 된 이 전 장관에 대해 “불교의 공(空) 사상을 그렇게 예찬했는데…”라며 좀 섭섭해하는 눈치입니다. 2011-11-21 17:59
내쳐졌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마음에서 스님이니 종단이니 하고 규정지워진 망념들을 내치셨으면 합니다.
재가자 와 스님이라는 틀안에서 언제 성불하겠어요? 자기 구제의 방법은 다양합니다.
꼭 불교에 국한될 필요는 없습니다. 불교를 버리고 종교를 버릴 때 진정한 각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요.
일부 스님들의 분별심은 재가자로서 어떻게 할 수없는 한계이기도 합니다.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돈 많이 벌면 적어도 그런 수모는 당하지 않습니다. 이런 일이 부디 원만히 해결되었으면 하는 입장입니다.
내가 없는 데 부처님이 어디에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내안의 부처요, 내안의 종교이며, 내안의 행복입니다.
어디에 있던 내가 주인임을 망각하지 맙시다.
자원봉사자가 참 부처님의 화신일 수도 있습니다. 2011-11-22 0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