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디 계세요? 대답 좀 해주세요. 빨리요.” 20살 정화가 어깨를 들썩이며 큰소리로 엄마를 부르는 모습이 애처롭다. “선생님, 우리 엄마 좀 꼭 찾아주세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눈물만 나와요. 꼭 부탁드릴께요.”

정화는 10년 전 열 살이 되던 해 북한에서 엄마랑 헤어졌다. 돈을 벌기 위해 새벽에 중국으로 떠난 엄마의 뒷모습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시 10년 후 정화는 엄마를 찾기 위해 중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어디서도 엄마를 찾을수 없었다.

누군가로부터 한국에 갔을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정화는 몇일밤을 지새우며 산길을 걸어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엄마를 찾을수 없다며 울먹였다. 한창 귀여움을 받을 나이에 엄마와 헤어짐으로서 가슴 깊은 곳에 어두운 그림자가 자리잡고 있었다.

내 앞에서 울고 있는 정화를 한동안 꼭 껴안아주며 이야기 했다. “울지마, 정화야. 엄마는 어딘가 살아계실거야. 네가 열심히 살다보면 만날거야. 지금은 많이 힘들겠지만, 엄마를 찾고나면 옛날 이야기를 나눌 날이 올거야.”

10년전 중국으로 떠난 엄마

그리움에 흘리는 눈물 닦아주며

빨리 통일이 되기를 기원…

너무 슬프고 가슴이 아픈 일이다. 정화처럼 마음속에 아픈 사연을 담고 사는 사람들은 북한 이탈주민 누구나 일 것이다. 굶어 죽을수 없어서 먹고살기 위해, 지극히 기본적인 것을 해결하기 위해 가족들과 헤어진 사연이 너무 많다.

때론 10년전 헤어진 아들과 딸을 한국에서 만나기도 하고, 때론 형제자매간에 만나기도 한다. 기막힌 사연들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만난다고 해도 오랜시간 떨어져 살았던 탓에, 또 직장 문제 등으로 인해 같이 생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가끔 비극적인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 자란 고향을 그리워한다. 또 혈육들의 따스함을 그리워한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그들을 반겨준다고 해도, 북한 이탈주민들에게는 또다른 고민과 애절함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우리 민족의 한사람이라는 의식을 심어줘야 북한이탈주민 한사람 한사람이 통일을 이끌어갈 원동력이 될 것이다. 빨리 통일이 돼야 그들도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오늘 정화에게 다이아몬드 이야기를 전해준다. 깊은 땅속에서 발견되는 다이아몬드가 보석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깎이고, 또 깎여지는 공정을 거쳐야 하듯, 네가 아름다운 보석이 되기 위해서는 힘든 일이 많아도 용기를 갖고 열심히 도전하면서 살라는 말을 전해준다.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 다른 가족을 위해 부처님께 열심히 기도하라며 손을 잡아줬다.

인생의 길에는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앉으나 서나, 잠을 들때나 깨어 있을때나 헤어진 가족을 생각하며 눈물 지을 그들의 입장에서 얼마나 이런 말들이 위로가 될까. 올해부터 불교계에서 하나원을 퇴소하는 사람들에게 이불을 한 채씩 선물해 주고 있다. 그 이불을 덮고 한국불자들의 손길을 느끼면서 곤히 잠들기를 기원한다.

탈북자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은 큰 위로가 된다. 내게 탈북자와 만날 인연을 맺어주고, 포교사로서 역할을 준 부처님께 감사를 드리며, 탈북자들을 더 많은 사랑으로 품어주겠노라고 새삼 다짐을 한다.

 

[불교신문 2773호/ 12월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