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종단의 원로대덕(元老大德) 큰스님들과 이만여 법려(法侶), 그리고 사부대중(四部大衆) 여러분의 여망으로 종정으로 추대해 주신 데 대해, 산승(山僧)은 불조(佛祖)의 혜명(慧命)을 전등(傳燈)ㆍ승계(承繼)하는 데 불석신명(不惜身命)으로 막중한 소명과 책무를 다하고자 합니다.

국민(國民) 여러분 그리고 모든 불제자(佛弟子) 여러분. 우리 인간의 주인, 주체는 정신(精神)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물질(物質)이 정신(精神)을 지배하는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치관이 전도되어 지구상의 질서가 허물어지고, 점점 혼탁해가고 있습니다. 물질(物質)은 영원한 만족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정신세계(精神世界)의 절대적 가치는 영겁(永劫)으로 수용(收用)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려운 이웃과 고통받는 중생이 있는 곳에 우리 모두가 아픔을 함께 하며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대승보살도(大乘菩薩道)를 실천함으로써 오늘 이 시대 정신사(精神史)의 향도자(嚮導者) 역할(役割)을 다하여야 되겠습니다.

국민(國民) 여러분 그리고 모든 불제자(佛弟子) 여러분. 이제 우리는 세계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내 안의 대자유(大自由)와 밝은 지혜(智慧)를 얻을 때, 남과 더불어 참다운 평화를 이루고 하나된 세상을 만들 수 있으니, 각자 자기의 직분에 성실한 가운데 ‘마음 닦는 수행(修行)’을 생활화 합시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이념을 넘어 종교를 초월한, 우리 인류정신문화의 정수인 이 선법(禪法)을 수행(修行)한다면, 모두가 나의 본래면목(本來面目)을 찾음으로써 인간의 본성(本性)과 우주만유(宇宙萬有)의 진리(眞理)를 자각(自覺)하여 피안(彼岸)과 하늘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세계에서 모든 인류가 상대를 초월한 절대적인 경지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온갖 차별과 고통, 고뇌와 갈등이 없는 이상세계(理想世界)를 성취하여 나고 날 적마다 큰 지혜(智慧)와 복덕(福德)을 갖추어 만인(萬人)에게 행복(幸福)을 선사할 것입니다.

대지여우인막측(大智如愚人莫測)이요
수래방거역비구(收來放去亦非拘)로다.

큰 지혜를 가진 이는 어리석어 보임이나, 사람들이 헤아리지 못함이요
진리의 전을 거두고 놓는데 또한 걸림이 없음이로다.

불기 2555년 12월14일
진제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