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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와 오늘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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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풍경소리(지하철 포교봉사단체)로부터 현경훈포교사가 별세했다는 핸드폰 문자신호를 받고 시다림

도구를 챙겨 들고는 흑석동 중앙대병원으로 가기위해 2시 반경 집을 나섰다. 1호선을 타고 노량진역에

서 내려 1번 출구로 나가 01번 마을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걸려 중앙대 병원영안실에 도착하였다.

 

빈소를 찾아 가니 마침 조계사연합염불팀이 먼저와서 대기중이었다.

조계사 염불팀의 염불이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가 상주들과 인사를 나누고 풍경소리회원 두분과 함께

시다림염불을 해드렸다. 고인이 되신 현경훈 포교사님은 조계사불교대학원에서 나와 같이 동문수학하

던 도반이고 풍경소리 포교봉사위원으로 같이 활동하던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고 하니 아직은 한참을 활동할 년령이다. 체구도 당당하고 건강하고 힘차게 보였는데 그동안 몸이 아파

병원신세를 자주 졌다고 한다. 사람의 운명이란 정말 모를 일이다. 그렇게 건강하게 보이던 사람도 어

느새 고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위해 정성껏 기도 드렸다.

 

염불을 끝내고 앞면있는 문상객들과 인삿말을 나누다보니 6시가 되었다.

6시에 길상사 소법당에서 금강거와 만나 영상팀구성과 함께 초심자들의 불자예절에 관한 교육용 영상

물을 만들기 위한 토의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시간에 맞추어 간다는 것이 그만 늦어버리고 말았

다. 금강거사에게 좀 늦게 도착할 것이라고 전화로 통보하고는 중대병원에서 가까운 9호선 전철을 타고

동작역에서 하차하여 4호선으로 갈아타고 회화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 길상사에 도착하였다.

한시간이 늦게 도착하였기에 바쁜 마음으로 소법당에 들어가보니 스님 두분과 금강거사, 보현행보살이

종단에서 만든 사찰내에서의 기초예절에 대한 영상물을 보고 있었다. 스님들이 먼저 가신 후에 잠시 후

에 다시 비디오를 보고는 영상물 제작에 필요한 내용들을 토의하였다.

 

12월 14일/흐림(수)

 

 

충무로에 있는 서울문학사무실에 들려 고향선배와 함께 4시부터 시작되는 국제PEN클럽 문학상 시상식

및 송년식에 참석차 남산(예장동) 문학의 집(산림문학관)으로 갔다. 식전행사로 성악가들의 귀에 익은

가곡이 끝나자 이사장의 간단한 인사말에 이어 PEN문학상 수상자의 시상식이 진행되었다.

시와 소설, 수필, 아동문학, 평론 부문에 뛰어난 작가들이 시상대로 나아가고 많은 축하의 꽃다발과 함

께 시상에 따른 소감발표가 있었다.

다음 행사를 위해 윗층에 마련된 뷔페식당을 먼저 올라가서 음식을 들었다. 다양한 메뉴에 깔끔한 식단

이었지만 추운날씨로 음식이 조금 찼다. 식사를 간단히 하고는 선배와 택시를 타고 종로에 있는 국일관

으로 갔다. 이곳 7층에서 6시부터 불교문학의 송년회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7층 건물에는 많은 단체들의 년말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내가 불자여서 그런지 몰라도 다른 문학행사보다 다소 덜 세련되어도 불교문학행사가 마음이 편안했

다. 어슷비슷한 행사절차와 시상식이 끝나고 음식(뷔페)을 들고는 나눠주는 불교문학지와 책자를 받아

들고 지면이 있는 중견문인들과 같이 택시에 합승하여 종로에 있는 문인들의 단골집인 '소문난 집(삼경

원三驚苑)'으로 갔다.

소문난 집은 르메이에르 빌딩 지하1층에 위치한 20여평 규모의 맥주 집으로 많은 문인들이 즐겨찾는 곳

이라고 한다. 가게의 오른 쪽 벽에는  작고한 12인의 시인들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었고 사진 아래에

는 다음과 같이 생몰 연대가 기록되어 있었다.  

 

노천명(1912~1957)

박목월(1916~1978)

김동인(1900~1951)

이상(1910~1937)

김소월(1902~1934)

박인환(1926~1955)

정지용(1902~1950)

윤동주(1917~1945)

한용운(1879~1944)

이광수(1892~1950)

오상순(1894~1963)

변영노(1897~1961)

 

정면 벽에는 윤동주의 '서시'와 박목월의 '나그네' 시가 걸려있었고 다른 벽면에는 삼경원(三驚苑)에

대한 한문글귀가 아래와 같이 써붙혀져 있었다.

 

三驚苑(삼경원) / 청강 풀이   [세가지가 놀라운 작은 쉼터]

 

三驚何謂也(삼경하위야)         무슨 까닭으로 세가지에 놀란다고 하는가?     

一則 觀其屋也(관기옥야)        첫째는 그 집을 볼지어다 

二則 觀其賓也(관기빈야)        둘째는 찾아오는 손님을 볼지어다   

三則 觀其主也(관기주야)        셋째는 그 주인을 볼지어다

 

위 한문을 보고 나름대로 풀이해보니 정말 멋진 내용이었다.

과연 문인들이 모여 흉중에 품은 문학의 열정을 술잔과 더불어 격의없이 쏟아낼 수 있는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적절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건강상 술을 못하다보니 70대에 접어든 것 같은 주인 아주머니의 핀찬과 원로 문인들과의 걸죽한

대화들을 들으면서 같이 어울리다가 일행들과 헤어져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전철역으로 발걸음을 재촉

하였다. 분주한 가운데서도 새로운 추억을 남긴 하루였다. 

 

12월 15일/맑음(목)  청강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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