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지도자의 덕목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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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지도자의 덕목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산행대장'이라는 직책이 있다.
일반적으로 산행대장은 등산 기술이 익숙하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맡는다. 산행에 있어 산행대장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대원의 안전과 산행의 질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등산을 따라가다 보면 강인한 체력과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가쁜 숨 한 번 내쉬지 않고 산책을 하듯 산을 오르는 산행대장을 부러워 할 때가 있다. 남들이 산 중턱쯤을 오를 때면 벌써 정상에 올라가 '야호'를 외치며 호연지기를 자랑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산을 잘 타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좋은 산행대장은 아니다. 도리어 대원들을 이끄는 책무를 버린 '나쁜 지도자'이다.
반면 좋은 산행대장은 대원들의 시야에서 벗어나는 일이 없다. 대원들의 몇 걸음 앞에서 산을 오르며, 따라오는 대원들이 힘들어 하거나 아픈 사람은 없는지 살펴본다. 대원들이 대열에서 뒤처진다고 나루라지 않으며, 컨디션을 잘 살펴 휴식을 취하고, 계속 산행이 가능한지를 점검하고, 안전에 문제가 있으면 대원들과 의논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조치를 취한다. 때에 따라서는 과감하게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을 지시할 때도 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좋은 산행대장이며 '좋은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조직체를 만든다. 조직체는 작게는 계모임으로부터 크게는 국가와 국가연합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며,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런 조직체에 얽혀 있다. 그리고 조직에는 반드시 모임을 이끄는 지도자가 있게 마련이다.
'지도자'는 남을 가르쳐 이끄는 사람을 말한다. 집단행동의 방향을 결정하고, 조직원의 안전과 행복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기에 지도자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인간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로 많은 학자들이 지도자의 자질을 명시(明示)하려고 했다. 물론 학자들마다 내세우는 조건이 조금씩 다르지만, 지적인 능력과 소통에 필요한 설득력, 육체적 건강, 자기제어 능력 등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도덕성'을 중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뛰어난 능력과 도덕성을 갖추었다고 반드시 훌륭한 지도자라고 할 수는 없다.
역설적이지만 조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가 도리어 조직의 분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쉽게 말하자면 나쁜 지도자가 조직의 분열과 해체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다시 등산 이야기로 돌아가 따져보자. 대원에게 존경과 부러움을 받는 '산을 잘 타는 산행대장'이 나쁜 지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사람의 능력이 일반 대원들과 함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능력이 자신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느끼는 순간 지도자와 대중들의 사이에는 거리감이 생길 수밖에 업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산행대장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물론 모두는 아니겠지만 정치가들 중에 그런 사람이 특히 많다. 선거 때면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운동장이나 공중목욕탕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표정으로, 어려운 일이 있어 찾아가면 모든 것을 다 들어줄 듯하며 가깝게 다가온다. 그러나 당선 후에는 운동장에서 그들과 공을 치거나 목욕탕에서 그들의 벗은 알몸을 보는 일은 드물다. 그들은 감히 우리가 가까이 하기 힘들뿐더러 어쩌다 행사장에서 만나면 별도로 마련된 단상 자리에 앉아 있어 반갑다고 손 내밀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리가 치솟는 물가에 놀라 차를 두고 걸어다닐 때 그들은 '안전'을 이야기하며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닌다. 그들은 산을 잘 타는 산행대장처럼 부러움을 받는다. 그러나 결코 존경의 대상은 아니다.
작은 친목 단체의 지도자도 그러하거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혹은 사회단체를 이끄는 지도자들도 당연하게 산행대장의 덕목을 갖추어야 한다. 크고 작은 조직 규모의 치이일 뿐 요구되는 덕목은 같다. 학자들이 따지는 거창한 이념이나 구호는 접어두고 좋은 산행대장을 염두에 두며 존경받는 지도자의 덕목을 두어 가지만 이야기 해보자.
먼저 좋은 지도자는 '대중을 안고 가는 사람'이다. 독선적인 지도자의 공통점은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버리고 간다는 것이다. 아니, 버리는 정도가 아니고 철저히 짓밟아버린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들은 지도자의 특권을 강조한다. 남들보다 똑똑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졌으니 무조건 자신을 따르라고 요구한다. 자신의 뜻과 다른 의견을 제시하거나 올바른 비판은 아예 수용하지도 않을 뿐더러, 아예 그 사람을 능력 없는 사람으로 매도해 버린다. 그러나 그런 지도자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탕발림으로 비위를 맞춰주는 모리배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때가 되면 불나방처럼 자신의 이익을 좇아 떠나갈 사람들이다. 그때 쯤이면 '배신' 운운하며 후회를 하겠지만 사실은 자신이 뿌린 독선이 만든 결과이기에 남을 탓할 것도 없다.
좋은 지도자는 항상 대중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강한 소신과 신념으로 대중을 설득해야 하겠지만 자신의 뜻을 따르도록 대중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 특권 의식이 있어서도 안 되며, 대중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뜻과 다르더라도 함께 가도록 이끌고, 비판을 받드라도 올바른 것이라면 타당성을 따져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는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좋은 지도자의 덕목을 꼽자면, '꾸준하면서도 느린 걸음걸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지도자는 앞선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당연히 눈은 멀리 보고 생각은 깊게해야 한다. 하지만 발걸음은 무디게 떼야 한다. 대중들의 한 발자국 앞에서 발뒤꿈치를 보이며 걸어야 한다. 일반인들은 자신과 보폭(步幅) 차이가 많이 나면 쉽게 포기해 버린다. 그렇게 때문에 지도자가 뒤따르는 사람들에게 따라갈 수 있다는 의욕을 생기게 해주어야 한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산행대장을 믿고 따라나선 사람들이다. 산행대장은 당연히 대원 모두가 정상을 밟고 안전하게 하산시킬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만을 과시하며 혼자 앞서간다면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없는 사람이다.
참 어렵게 말을 했다. 지금까지 말한 내용을 간단하게 한마디로 마무리하자면, 일반 대중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편안함'이 있어야 하고, 대중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너그러움'이 있는 지도자가 좋은 지도자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한 번 물어보라.
자신이 조직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편안하고 너그러운 지도자에 속하는지를, 그리고 부족하다면 뒤를 돌아보자. 조직원들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살펴보자. 혹시나 힘들어하면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뒤쳐진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자. 그리고 함께 가도록 하자. 그게 좋은 지도자의 모습이다.
- 옮긴 글 -
감사 합니다. 2012-01-04 17:45
온 몸으로 타인들 가슴에 울림을 주어 불법을 홍포해야하는 소임을 맡은 포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은 좋은 지도자의 덕목을 갖추어야 된다고 봅니다. 2012-01-05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