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소식은 하나원 가족들에게 큰 충격이었다. 얼마전 사망 소식이 전해지던 날, 북한이탈주민들의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은 우려와 기대로 술렁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일도 없는 듯 차분한 일상이었다.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이한 움직임은 없지만, 내심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습에서 복잡한 이들의 심정을 대신 느낄 수 있었다.

다소의 시간이 흐르자, 대화에서 깊은 긴장이 묻어나왔다.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그들 간에도 공유할 수 없는 것들이 많은가 보다. 북에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잘된 일이라고 말하고, 가족을 두고 온 사람은 가족 걱정에 불안해 했다. 김정일 사후 북한 주민들의 혼란을 염려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 북한에선 김정은 출범 이후 회령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 호구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호구조사를 통해 가족 중에 사라진 사람이 있으면 3월까지 다른 지역으로 추방시키겠다는 것이다. 회령은 북한을 떠나 중국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야할 북한 최북단 지역이다. 이 지역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다는 소식은, 남겨진 가족들을 남한에서 만날 희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좌절이 아닐 수 없다. 이 소식에 또 한번 하나원은 술렁거렸다.

김정일 사망소식에

두고온 가족 걱정으로

나날을 보내는 새터민들

하루빨리 남북간 길이 열리기를…

사람은 태어나서 한 순간만이라도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산다. 탈북자들은 오로지 그 소원 하나를 이루기 위해 죽음을 감내하며 길고 험한 여정을 택했다. 그러나 수많은 우리 민족 구성원들이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헤어진 채 제3국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현실을 북한을 지배하는 그들은 알고 있을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 앞에서 똑같이 울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보면서, 그 눈물이 죽음에 대한 서러움일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그 눈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진심을 담지는 않았을 성 싶다.

꿈에도 오고 싶었던 땅, 기회의 땅 대한민국에 왔지만 말처럼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은 생활이다. 몸은 성인이지만, 남쪽 문화를 이해하기에는 어린이 같은 북한이탈주민들, 퇴소 후 혼자 남겨진 외로움, 상대방이 나를 무시할 것 같아 두려워 아파도 병원도 못가고 한달을 끙끙 앓은 북한이탈주민들이다. 쉽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다.

대한민국 사회에 첫발을 내딛어야하는 두려움과 많은 난관이 그들 앞에 놓여있다. 10시간이면 올수 있는 시간을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0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리며 도착한 북한이탈주민들을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따뜻하게 맞이 하여야 할것이다. 또 그들에게 존재 가치를 일깨워 주며 “길지않은 시간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라는 희망도 전해줘야 할 것이다.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폐쇄된 국가, 3대 세습으로 이어져 힘들게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을 바라보며, 하루빨리 남과 북의 막힌 길이 열리고 남북한이 서로 이해하는 날이 오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도 헤어진 가족들의 그리움에 눈물 지을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하여 “통일의 그날까지 힘내세요” 라고 큰소리로 외쳐본다.

[불교신문 2783호/ 1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