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삶 / 법정 스님
강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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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함의 삶 / 법정 스님
단순함이란 그림으로 치면 수묵화의 경지이다.
먹으로 그린 수묵화.
이 빛깔 저 빛깔 다 써 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먹으로 하지 않는가.
그 먹은 한 가지 빛이 아니다.
그 속엔 모든 빛이 다 갖춰져 있다.
또 다른 명상적인 표현으로 하자면
그것은 침묵의 세계이다.
텅 빈 공의 세계이다.
단순과 간소는 다른 말로 하면 침묵의 세계이다.
또한 텅 빈 공의 세계이다.
텅 빈 충만의 경지이다.
여백과 공간의 아름다움이
이 단순과 간소에 있다.
우리는 흔히
무엇이든지 넘치도록 가득 채우려고만 하지
텅 비우려고는 하지 않는다.
텅 비워야 그 안에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텅 비어야 거기 새로운 것이 들어찬다.
우리는 비울 줄을 모르고 가진 것에 집착한다.
텅 비어야 새것이 들어찬다.
모든 것을 포기할 때,
한 생각을 버리고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진정으로 거기서 영혼의 메아리가 울린다.
다 텅 비었을 때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고
텅 비었을 때 그 단순한 충만감,
그것이 바로 극락이다
- 김혜숙 먹의 농담 만으로 그린 수묵화 한 점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012-01-27 2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