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부처님의 자비 광명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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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되어 가셨으니 바람으로 다시 오소서

허태기

view : 2013


 

 

꽃이 되어 가셨으니 바람으로 다시 오소서


                                           지우(청강)  허태기



법정스님,

바람처럼 오셨다가 꽃처럼 가셨네요.

눈을 무척 좋아하셨다는 스님,

그래서인지 스님께서 길상사로 돌아오시기 전날

내린 눈으로 길상사는 꿈결같이 아름다웠답니다.

그 땐 스님께서 병원에 계실 무렵이지요.

스님을 맞아들이기 위해 부처님은 

길상사를 그렇게 아름답게 장엄하였나봅니다.

스님은 좋아하시는 눈이 다 녹기 전에

길상사로 오셨지요.


스님께서 길상사 행지실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스님의 회복을 실낱같은 희망으로

행지실 문 앞에서 빌었습니다.

사이시간으로 스님의 용태가 좋아지셨다는 전갈을 듣고

일순 안도했었는데 얼마 후 스님께서 열반하셨다는 소식에

실망과 아쉬움을 안고 망연히 하늘을 올려보았습니다.


스님께서 입적하신 순간

태양도 잠시 구름 뒤편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구름가장자리로 빛나는 금빛 찬란한 광명은

미처 거두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소식을 접한 길상사의 신도들과

평소 스님을 존경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길상사의 뜨락을 슬픔으로 메웠습니다.

스님의 법구가 행지실을 떠나는 날

억새 같은 회오리바람이 한바탕 휘 젖고는  

멀리 송광사로 스님을 배웅하였습니다.



조계산 다비장의 불길 속에서

한 송이 적련(赤蓮)으로 승화하신 스님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인간의 삶이 무상함을 새삼 새기면서

무언의 가르침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고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고 또 훔쳤습니다.


스님의 유해가 길상사로 돌아오는 날

어두운 밤 가운데서도 행지실의 대나무는 유난히 희었습니다.

스님의 소망대로 부디 피안에서 오래 머물지 마시고

별이 지면 해가 떠오르듯

번뇌와 병고로 괴로워하는 저희 중생들 곁으로 속히 돌아오셔서

가없는 자비심으로 저희들을 어루만져주시고 이끌어주시도록,

꽃이 되어 가셨으니 바람으로 다시 오소서.


 

[20100315]


설화가 만개한 길상사(법정스님 입적 하루전날의 행지실)

  • 허태기 어제는 법정스님 열반 2주년 추모법회가 길상사 설법전에서 행해졌습니다.
    매서운 칼바람추위속에서도 백여명의 스님과 천오백여명의 대중들이 스님을 기리기위해 길상사를 찾았습니다.
    님은 가셔도 그 향기는 시공을 초월하여 모든 이의 가슴속에 깊숙히 뿌리내린 것 같았습니다.

    이 시대의 가장 맑고 향기로우신 스님의 불성이
    모든 불자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 하였으면 합니다. 지우합장_()_
    2012-02-18 10:55 댓글삭제
  • 한애경 스님께서 열반하시고 스님의 법구가 길상사를 떠나시던날 억새같은 회오리바람이 둥근원을 그리며 휘젖던 일이 지금도 자꾸 떠오르며 허 포교사님의 말할 수 없는 또 표현할수 없는 모습 자꾸 떠오릅니다....저 또한 많이 슬프고 가슴아팠으며 많은 분들이 그랬습니다...
    나무아미타불 합장
    2012-02-19 05:46 댓글삭제
  • 최순심 지우 오라버니 법정스님의 모습을 소슬하게 마음으로 느끼게 하시내요?님은 가셨어도 세월이 좋아 어느때라도 비디오을 통해서 님의 모습을 뵈올수 있으니 이 또한 금생의 홍복이 아닐런지요.나무아미타불~~... 2012-02-20 23:48 댓글삭제
  • 김영만 83년 처음 송광사에서 뵈었던 법정 스님 강유의 모습...
    빛으로 돌아오서소. 아미타불 _()_
    2012-02-21 08:28 댓글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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