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벽두의 일기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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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맑음(목) 맑은 날씨다. 오늘은 3.1운동이 일어난지 93주년 되는 날이다. 기상예보는 서울의 낮 기온이 13도까지 올라가고 푸근할 것이라고 한다. 11시경 황중령(군생활 때의 계급호칭)으로부터 도봉동 동사무소앞에 와있다는 전화연락을 받고 옷을 챙겨입고 나갔다. 동사무소 앞에 가니 최선생과 김선생이 같이 기다리고 있었다. 세사람과 함께 도봉산 정문쪽으로 향해 걸었다. 도중에 포장마차집에 들려 막걸리와 안주로 돼지고기와 닭발 삶은 것을 사서 배낭에 넣고는 도봉산 출입구로 향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많은 등산객이 줄지어 산을 오른다. 도봉산 도봉사가 있는 왼편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모처럼 산길을 걸어서인지 짧은 거리인데도 다리 가 지친다. 추운날씨를 핑계삼아 그동안 걷는 운동을 전혀 하지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앞에서 보낸 탓이다. 도봉사 입구에 도착하니 천년만에 핀다는 우담바라꽃이 피었다고 광고를 써붙여 놓았 다. 보나마나 잠자리 알일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려는데 같이가는 친구인 천주교신자가 궁금하였 든지 들어가서 구경하자고 한다. 최근 불교계에서 우담바라라고 신기해하면서 선전하는 것들이 잠 자리 알로 밝혀졌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에 들어가지 않으려 했지만 친구가 보고 싶어하고 또 어떤 것을 가지고 그러는지 궁금하여 네사람이 함께 경내로 들어갔다. 경내에 있는 신도들에게 우담바라에 대해 물어보니 대웅전앞의 측백나무에 피어있다고 하여 찾아 보니 역시 예상한 대로 잠자리알이었다. 친구인 기독교신자들에게 챙피한 마음이 들어서 한번 보고는 무관심한듯이 자리를 피했다. 도대체 우리불자들은 언제까지 이런 어리석은 생각에서 벗어날까? 스님들은 언제까지 이런 것들로 사람들 의 호기심을 유발시킬 것인지... 장마철이 지나고 나면 자동차 타이어와 문짝에도 흔하게 붙어 자라 는 것들이 무슨 우담바라화이겠는가. 이는 상상의 꽃인 우담바라에 대한 신성모독이라고 보아도 무 방할 것이다. 이런 하잘 것 없는 것을 무슨 존귀한 것인양 믿는 불교인들의 소양에 대한 타종교인들 의 따가운 시선에 스스로 자괴감을 느낄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교를 미신적인 종교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 이런 비이성적인 행위들이 한없이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이러한 어리석은 짓 들이 하루속히 사라졌으면 한다. 도봉사에 잠깐 들렸다가 무수골쪽으로 향해 걸어갔다. 무수골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방학능선을 따라 올라가다가 전망대가 있는 근처의 바위에서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막걸리와 안주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세상얘기를 나누다가 4시가 조금 지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방학능선을 타고 도봉역으로 내 려왔다. 도봉역에 있는 순대국집에서 순대국으로 저녁식사를 함께하고는 헤어졌다. 3월 2일/흐림(금) 잔뜩 흐린 날씨가 아침을 짓누르는가 싶더니 10시 무렵이 되니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한다. 모처럼 내리는 봄비다. 촉촉한 봄비를 우산으로 받치며 걷는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느슨해 보인다. 저녁무렵 보현행보살로부터 새신도 교육문제로 전화가 왔었다. 3월 3일/맑음(토) 아침에 모처럼 도봉산 줄기인 방학능선을 타고 전망대 있는 곳까지 올라갔다. 그동안 너무 운동을 하지않고 집에서 앉아서만 지내다보니 다리에 힘이 다 빠진 것 같아 날도 따뜻 해지고 하여 걷기운동이라도 해야만 할 것 같았기때문이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여러종류의 산새 들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지저귀는 소리가 마음을 즐겁게 한다. 전망대에 올라 서울주변의 수려한 산들을 바라보면서 잠시 머물다가 다시 오던 길로 내려가다가 쉼터에서 몸을 풀고 집으로 내려왔다. 낮동안 새신도 교육준비를 위해 인터넷의 자료들 보고 일부 필요한 내용을 발췌하였다. 저녁무렵 중량천으로 걸어가서 천변에 있는 운동기구를 이용, 몸을 풀고는 다시 의정부 방향으로 조금 올라가다가 다리 근처에 앉아서 냇물 흐르는 소리에 귀를 담그고 있는데 물속에서 팔뚝만한 잉어들이 수면으로 도약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봄이 되니 물고기도 힘이 솟는 것인지도 모른다. 집에 돌아오니 7시 무렵이 되었다.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컴퓨터를 켜고 낮에 발췌한 교육자료들을 정리하여 인터넷의 내 카페(지우마을)에 올렸다. 3월 4일/맑음(일) 길상사 일요법회에 참석하였다. 초빙하신 스님의 오늘 법문은 주로 근본불교에 대한 내용이었다. 최근에 내가 새신도들을 상대로하여 강의하는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점심공양을 하고 새신도 교육 을 위해 거사림 방으로 갔다. 오늘 교육참석 인원은 모두 8명이었다. 교육내용으로 지난 주에 이어 12처와 18계설에 대한 강의를 하였다. 초심자에게는 상당히 난해한 내용이지만 강의내용을 잘 이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 강의로 12처와 18계설에 대한 교육은 모두 마친 셈이다. 다음 주 부터는 연기법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불교에 대한 바른 이해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기분은 포교사가 아 니면 느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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