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핀 설화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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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에 핀 설화>
눈! 눈! 눈!
세상이 온통 하얀 눈꽃으로 덮힌
꿈결 같은 전경이다.
어제 밤부터 새벽까지 내린 눈이
3월의 아침 햇살 속에서 환상의 세계를 연출한다.
테라스 창으로 드러난
도봉산 숲의 하얀 눈꽃이
이른 봄 벗꽃이 만개한 것처럼 아름답고
하늘마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듯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진 것 같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참으로 보기 드문 현상으로
이런 멋진 광경을 어떻게 글로 쓰고
그림으로 그릴 수 있으랴.
한마디로 기가 막히는 아름다움이다.
눈 녹은 젖은 도로 위를 걷는 사람들이
검은 벌레처럼 초라하게 보이는 것은
나뭇가지 마다 솜처럼 하얗게 내려앉은 눈의 모습이
너무나 정갈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춘삼월에 이처럼 신비스럽게도 맑고 아름다운
눈꽃의 향연을 볼 수 있는 것 또한 행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점심식사를 간단히 하고는
2시부터 시작되는 길상사의 불교대학강의를 청강해보려고
서둘러 버스를 타고 길상사로 향했다.
삼선교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길상사에 도착하였다.
일주문 곁에 있는 안내실에 들렸더니
마침 대지해 보살님이 반가이 맞아들인다.
섬진강 부근에서 반쯤 핀 매화꽃을 따서
가져온 것으로 매화꽃 차를 끓였으니 마시고 가라는 것이다.
반개한 매화꽃 두 송이를 따뜻한 청수 위에 올려놓으니
매화꽃이 활짝 벌어지면서 그윽한 매향이 코를 진동한다.
참으로 운치 있고 향기로운 매화꽃 차 이다.
차를 마시고 설법전으로 향하는데
눈 내린 길상사의 설경이 멋지게 다가온다.
겨울 설화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오늘처럼 근사한 날은 별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 2010년 3월 10일 맑음(수) / 지우 -
이맘때의 눈내린 세상전경이 새삼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아뢰야식의 작용이겠지요. ^^ 2012-03-09 0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