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북한의 지도자 변경과 더불어, 2012년은 한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도 지도자 교체가 예정되어 있다. 변화되는 환경에 맞게 장기간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도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민족화해』는 올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는지, 우리사회 각계 인사들의 제언을 ‘연중기획’으로 싣는다. <편집자>
남북관계의 현상부터 보자. 세습 승계를 탈 없이 끝냈다고 생각하는 김정은과 그의 보좌진들에게는 김정은 체제의 안정이 최우선 과제다. 김정은이 광명성절이라고 명명된 김정일 생일인 2월 16일부터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 되는 4월 15일까지를 특별기간으로 설정하고, 평양에서는 시민들에게 싼 식사를 제공하고, 전국적으로는 식량을 특별 배급하는 은정(恩情)을 베푸는 것도 유능하고 위대한 지도자의 이미지로 체제를 굳히기 위한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2월 23일 김정일 시대에 합의한 북미대화를 가져 북한의 우라늄 농축활동 동결과 미국의 식량을 교환하는 협의를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은 조금도 완화하지 않는다. 북한으로서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은 많은 한국의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대로 4월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민주통합당이나 야권연대 세력이 승리하여 정권과 의회를 장악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와의 대화를 재개하여 관계를 개선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은 정권이 바뀌면 한국은 자연히 북한에 김대중·노무현 시절의 우호·협력의 정책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을 하고 있을 것이다.
2012년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는 이런 배경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가 없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서 적대적인 자세를 풀지 않고, 미국하고만 대화하겠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모자라는 식량은 급한 대로 중국의 지원에 의존한다는 전략을 취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묻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말이다. 류우익 통일부장관은 막힌 남북관계를 뚫어보겠다는 의욕을 갖고 취임했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 만만치 않은 장애물을 만났다. 하나는 청와대와 통일부의 대북라인 사람들의 대북자세가 생각보다 훨씬 강경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 통치권(Governance)의 심각한 약화로 통일부장관이 무슨 말을 하고 한국이 어떤 제안을 해도 북한의 마음을 여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부가 김정일 사망 때 정부 차원의 조문을 하고 민간 조문의 폭을 훨씬 넓혔더라면 사정은 달라졌거나, 아니면 적어도 북한한테서 대남 강경노선의 구실을 박탈하는 효과를 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놓쳐 버린 기회는 돌이킬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있는가. 무엇으로 북한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극히 제한적이다. 아주 거칠게 말해서 이명박 정부가 5·24조치를 철회한다면 어떨까? 그렇게 되면 북한은 다른 구실을 찾아서 남한의 대화 제의를 외면하고 총선과 대선을 지켜보는 “기다리기”(Wait it out) 전략으로 대응 할 가능성이 높다. 남북 간의 경색이 계속되는 가운에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진전을 보이고, 우라늄 농축 동결과 식량을 교환하는 합의가 북미 간에 성립된다면 한국은 다음 단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북한과 미국이 북한이 핵무기와 물질을 대외적으로 확산(수출)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핵문제 해결의 틀에 합의하는 사태다. 한국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핵문제 해결에는 한국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북한의 생각은 다르고, 미국도 이제는 사실상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식 입장은 아직도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핵폐기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카다피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것은 그들이 모두 핵무기를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생존전략의 핵심을 핵무장에 두고 있다. 이런 사실을 미국 정부가 잘 알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핵무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래서 북한과의 핵협상이 어느 단계까지 진전되면 한국이 주장하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와 미국이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핵 비확산이 충돌할 것이다. 그런 사정을 아는 북한은 꽃놀이 패 두듯 한국에 대한 여유를 즐긴다.
한국이 홀로 고립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르는 쪽으로 북한문제가 흐르고 있다. 안보의 측면에서는 한미관계가 아무리 공고해도 미국은 큰 틀의 동아시아 전략이 있고,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무겁게 생각한다. 한국의 야당들이 한미 FTA 죽이기에 힘을 모으고, 이명박 대통령이 주미대사를 미국에 사전 통보도 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경질하는 외교적인 결례를 저지르는 일련의 일들도 한국을 보는 미국 정부의 시계를 흐리게 하는 요인들이다.
이 대통령의 마지막 용기 있는 시도가 필요하다. 북한의 호의적인 반응을 기대하지 말고 북한에 인도적인 식량과 의료지원을 재개하고 5·24 조치를 풀고, 천안함에 대한 사과는 대화재개의 전제조건에서 대화의 의제로 옮기는 것 말고 한국이 무슨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 아무것도 없다. 사과와 관련해서는 천안함 폭침을 지시한 김정일의 사망으로 책임자가 사라진 것으로 간주한다는 입장을 북한에 전할 필요가 있다. 5·24조치를 해제하고 사과 문제를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는데 대한 정부안의 강경파와 보수우익의 여론이 크게 반발할 것은 충분히 예상된다. 그러나 이 정도 각오 없이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보수·강경 세력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런 결단을 내린 용기가 없다면 우리 스스로 북한을 자극하여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언행을 피하면서 북미대화의 추이를 지켜보고, 행여 북미 간에 어떤 합의가 성사되면 거기에 대응하는 과제는 다음 정부로 넘기는 길 밖에 없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안보라인의 참모들이 시간은 우리 편이라느니, 북한 전역에서 일어나는 소요가 북한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느니 하는 안일한 희망사항에 매달렸다가 남북관계를 김대중 정부 이래 최악으로 몰아버린 것이다.
웹진 민족화해 2012.03-05호에서
이제 남북문제는 국내 정치용으로 삼지말고 보수와 진보가 어우러진 현실적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2012-03-16 10:48
비상식적인 집단에게 상식적인 일이 통하리라는 기대는 환상이다.
김영희 기자 공자 빼갈마시는 소리는 그만하고 찬물마시고 정신차려라!
얼마나 당해야 제정신이 들려냐?
아예 북한에 점령당해버리고 난 뒤에 제정신이 돌아올 것인가...
뜬 구름 잡는 말장난은 누구나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대를 이어 폭압적인 정권인 북한당국에게 무슨 평화적 공존이 통할 것이라고 하는지..
강력한 군방력과 단결된 국론만이 적의 도발을 잠재울 뿐이다. 국방력이 뒤받침되지 않고 국론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으면 언제나 물어뜯으려 덤비는 것이 적구들의 본성이다.
아직도 김대중이 어떤 인물이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멍충이 같은 소리는 그만했으면.. 2012-03-17 1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