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의 이해]11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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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언급한 인생팔고는
덮어놓고 무조건 ‘인생은 괴로움’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아니다.
아상이 있는 우리네 중생들에게 있어 인생은 괴로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 공부하는 수행자들에게 있어, 일체 분별심과 산란한 마음, 그리고 일체의 경계를,
맑고 밝은 참주인공의 본바탕에 일임하여 맡기고 방하착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인생은 고(苦)가
아니다.
일체의 경계는 인(因)과 연(緣)이 화합하여 잠시 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흩어지는,
항상하지 않는 경계일 뿐이지만, 우리네 중생들은 그것이 실재하는 줄로 착각을 하므로,
그 경계에 집착하여 경계 따라 괴로워하고 즐거워하며 온갖 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괴로움은 여러 가지 실체가 없는 원인과 조건들이 모여 일어나는 것,
즉 연기(緣起)하는 것이고, 연기하는 것은 괴로움인 것이다.
그 경계들이 연기로서 본래 공(空)한 것임을 올바로 알아야하고 경계가 공하므로 나도 공한 것임을
올바로 알아, 모든 경계를 ‘나온 자리[참주인공]’에 놓고 생활한다면, 우리의 삶도 부처님의 삶처럼
향기가 묻어 날 것이다.
거짓된 나를 붙들고, 거짓된 경계에 얽매여 괴롭게 살 것인가, 본래 공(空)한 나의 본 성품을 올바로 믿고,
그 참주인공에 일체를 놓고, 자연스럽고도 편안하게, 여여하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괴로움이 ‘성스러운 진리" 임이 드러나는 것이다.
괴로움을 여실히 있는 그대로 보고, 그것이 비실체적인 것임을 알아,
그것을 정면으로 부딪쳐 극복할 수 있기에 괴로움이 ‘성스러운 진리’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괴로움의 철저한 인식, 즉 인생이 괴로움임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고(苦)의 철저한 인식이 바로 깨달음으로 갈 수 있는 ‘발심(發心)의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상에서 살펴본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을
되짚어보면, '조견오온개공'을 실천하기 위하여 '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이는 반드시 '도일체고액' 할 수
있다는 실천적 가르침인 것이다.
여기까지가 입의분(立義分)으로, 서론에 속한다.
반야심경의 핵심 경구를 말하라고 하면, 이 부분 즉,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을 들 수 있다.
일체가 모두 공(空)임을 조견(照見)했을 때, 일체의 고통과 액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장에서 설명할 부분은 파사분(破邪分)으로,
일체가 모두 공(空)임을 드러내기 위해, 일체의 구조와 진리의 모습 그리고 깨달음에 이르는 지혜와
깨달음 자체까지도 모두 공임을 드러냄으로써 우리의 잘못된 삿된 소견을 파(破)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파사분이라 이름 붙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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