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과 자자와 쓴 소리
허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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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이는 '바른 말' 가치 알아
승가에는 공식적으로 쓴 소리를 청하는 날이 형식적으로나마 존재한다.
안거가 끝난는 마지막 날, 안거를 함께 보낸 스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지난 3개월 동안
혹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긴 규칙은 없는지, 또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차마
말하지 못한 스님을 위해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며 함께 반성하는 모임이다. 자아비판 같은
그것을 우리는 자자(自恣, .pavarana)라고 한다.
자자에 관한 규정은 묵언생활의 금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묵언수행이 오히려 중요한 수행방법 중 하나로 인식되지만, 부처님 가르침에 의
하면 묵언은 금기사항이다. 부처님은 말을 적게 하라고 했지 하지 말라고 하신 게 아니다.
<십송률> 제23권 '자자법'에 자세한 얘기가 나온다.
어느 해 안거 때가 되자 스님들은 "우리는 서로 대화하지도 말고 인사하지도 맙시다" 하고
약속하였다. 서로 도와가며 싸우지 않고 살기 위해 서로에게 말도 걸지 말고 이야기도 나누
지 않기로 했던 것이다. 안거가 끝나자 스님들이 부처님을 찾아뵈었다. 멀리서 제자가 찾아
오면 부처님은 언제나 자상하게 반기신다. "하안거 동안 견딜 만하고 만족하였느냐? 편안하
게 머물렀느냐? 탁발은 힘들지 않았느냐? 먼 길에 피곤하지는 않느냐?" 스님들은 안거기간
동안 묵언생활을 통해 싸우지도 않고 협력하며 살았다는 사실을 소상하게 말씀드렸다. 이
말을 들은 부처님은 제자들을 모아놓고 꾸짖으셨다.
"너희들은 참으로 어리석구나. 마치 원수처럼 살았으면서 어찌하여 안락하게 머물렀다고
스스로 말하느냐? 여래의 대중은 법으로써 서로를 교화하는 것인데, 비구라고 말하는 자들
이 어찌하여 벙어리가 되는 법을 받아 지닌 것이냐? 앞으로는 묵언하는 법을 받아 지녀서
는 안 된다. 서로 대화하지 않는 규칙은 외도의 법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하안거를 마치
고 나면 모든 비구가 한 장소에 모여 반드시 세 가지 일을 다른 비구에게 청하여 자자를 행
해야만 한다. 그 세 가지란, 죄 짓는 것을 목격했거나(본 것), 이야기를 들었거나(들은 것),
유죄로 추정되는 것(의심스러운 것)이다... "
이처럼 스님들은 말로 인해 승가에 불화가 일어날 것을 염려하여 묵언수행을 하였지만,
그것은 진정한 화합이 아니었다. 그 후 스님들은 자자를 통해 보고 듣고 의심한 것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들고,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며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다.
쓴 소리를 하기는 쉽지만, 듣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바른 말 쓴 소리의 가치를
안다.
- 조계종 교수아사리 원영스님 / 2012. 3. 28. 불교신문에서 지우 발췌 -
말을 해도 좋다고하면 마치 참새 떼처럼 씨끄럽게 얘기를 한다.
억지로 참아가면서 하는 묵언을 위한 묵언이 무슨 수행이 되겠으며
참새처럼 씨끄럽게 떠드는 말에서 무슨 쓸 말이 있겠는가...
묵언과 말에도 중도와 절제를 지키면 매사가 원만하지 않을까 싶다. 2012-03-30 10:35